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전국 산자락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계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정취를 놓칠 순 없다.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한국관광공사가 길라잡이로 나섰다. 가을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5곳을 추천한다.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이미 숲 산책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겐 낯선 곳이 아니다. 운악산과 용암산 사이에 자리한 수목원은 대략 11.2㎡ 규모의 숲이다. 규모가 커서 다 둘러보는 데 하루도 부족하다. ‘단풍’만 풍성하게 경험하려면 섬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숲 생태로, 휴게광장, 육림호 일대, 전나무숲 길 등 남쪽 산책로를 따라 걷는 여행을 제안한다.
숲 생태로에는 천연림을 관찰할 수 있는 데크 길이 놓여있고, 휴게광장에는 여행객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오리나무 한그루가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1919년부터 이 자리에 서 있었던 오리나무가 지난 3월 광풍에 부러졌다. 100년 넘은 역사가 끝나는가 싶어 안타까워했던 수목원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 흙을 덮어 주는 등 살리기 위한 작업을 했다. 그러자 새잎이 나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모양새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후 오리나무에는 ‘소원나무’란 별명이 붙었다.
육림호에 도착하면 호수에 비치는 단풍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전나무숲 길에선 피톤치드 체험을 할 수 있다. 국내 3대 전나무숲 길로 꼽힌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에서 가져온 씨앗이 울창하게 자란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자리한 오대산국립공원에는 단풍 여행하기 좋은 곳이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진 숲길인 선재길과 방아다리약수터 인근에 조성된 체험학습장 밀브릿지다.
밀브릿지는 숙소와 카페, 산책로를 갖춘 ‘전나무숲 쉼터’다. 이곳 전나무숲은 고 김익로씨가 한국전쟁 이후 가꾼 숲이다. 숙소는 건축가 승효상 작품이다. 밀브릿지는 유료 시설이다. 1인당 3000원.(성인 기준)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는 소리다. 대전에 있는 장태산자연휴양림에 고 임창봉씨가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들머리엔 그의 흉상이 있다. 그는 1972년 79만㎡(24만여평) 규모의 땅에 20만그루를 심어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자 경매에 내놓았고, 지금은 대전광역시 소유다.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를 지나는 지상 10~16m 높이의 스카이웨이와 도착지에 있는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가 여행객들에게 특히 명소로 꼽힌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즐길 만한 곳은 또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에 있는 전라남도산림연구원에 조성된 ‘빛가람 치유의 숲’은 연구 목적으로 만든 시험림이다. 대략 식물 1천종 식물이 식재돼 있다. 방문객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산림치유센터 이용료는 1만원이다.
경상남도 함양에도 아름다운 단풍 여행지가 있다. 함양읍에 있는 함양 상림은 1천년 넘게 뿌리 내린 나무들이 모인 숲이다. 통일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심은 활엽수 120여종, 2만그루가 모여 있다. 1.6km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조선시대 학자 정여창 고택이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100년 넘은 한옥 60여채가 모여 있어 여행객들을 손짓한다. 인근에 있는 함양남계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이다.
가을을 여는 여행 맨 앞줄에 단풍이 있다. 단풍잎이 떨어지면 가을 여행도 마침표를 찍는다.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어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 것인가.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 mh@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