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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케이블카 보다 전통문화”…영축총림 위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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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개산 1379주년 영고재 및 법요식’에 참석한 방장 성파스님(조계종 종정)과 수좌 명신스님, 주지 현덕스님.(왼쪽부터) 통도사는 최근 총림 기능 강화와 유튜브를 통한 대중 홍보로 사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제공=통도사

울산 울주군이 관광 활성화란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불산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 영축총림 양산 통도사는 케이블카 설치가 산지 사찰의 수행환경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케이블카로 양적 성장을 지향하기 보다 산사의 가치를 제대로 부각하는 질적 방식이 지역 관광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 사격(寺格)을 강화하고 통도사의 가치와 전통을 제대로 알리는 대중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22일 불교계에 따르면 통도사는 이달 11일 경내에서 사찰 창건을 기념하는 ‘개산 1379주년 영고재 및 개산대재 기념 법요식(개산대재)’을 봉행했다. 이어 17일에는 선대 스님들의 공로를 기리는 추계 ‘산중도재’를 지냈다. 개산대재와 산중도재는 매년 하는 전통적인 사찰 행사다. 그러나 올해는 천년고찰 통도사의 가치를 일반인에게 알리려고 노력했다는 게 특징이다.

◇천년고찰 역사와 가치, 대중 눈높이로 홍보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춘 ‘인터랙티브 종이 공예 체험’과 ‘통도툰’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대표적인 시도다. ‘인터랙티브 종이공예 체험’은 방문객들이 종이로 제작된 통도사의 건축문화유산을 직접 색칠하고 조립한 후 대형 디지털 화면을 통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구현한다. 불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통도툰’은 젊은 사람들이 글보다는 웹페이지로 연재하는 웹툰을 많이 본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창건 설화부터 주요 건축과 신앙, 탱화와 보물, 벽화까지 6가지 주제로 총 12편이 매주 금요일마다 통도사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됐다.

성해·구하·경봉·월하·벽안·청하스님 등 선대 스님들을 기리고, 조사 스님의 진영(眞影·초상화)이 봉안된 영각을 참배하는 산중도재는 통도사 유튜브 채널로 행사 전반을 전 국민에 공개했다. 예전에는 종갓집 제사처럼 사찰 스님 위주의 행사였다면 통도사의 유구한 역사를 상징하는 의례인 만큼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도 그 느낌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통도사가 전통 알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 건 신불산케이블카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통도사 측은 전국 케이블카 사업의 부실 현황과 양적 관광이 아닌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는 관광산업 흐름을 짚으며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도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안정성 우려와 지형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어 통도사 측도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템플스테이 주변 관광으로 이어져…종정 성파스님 사격 높여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측은 막연하게 관광객이 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조사 결과는 통도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적자 노선이 수두룩한 전국 케이블카 사업 현황은 둘째치고 한국 전통문화를 궁금해하고 사찰을 찾는 이들이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2년 11월 20일부터 2023년 11월 19일까지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템플스테이 참가자 중 대부분(내국인 77%, 외국인 71%)은 주변 지역을 관광했거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찰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관광 자원이란 방증이다. 특히 외국인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사찰이 이들이 찾는 곳이었다.

통도사 승가대학장(강주) 인해스님은 “만약 사찰에 수행하는 스님이 없다면 그 사찰은 ‘민속촌’이 된다”며 “우리는 단순히 절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수행하며 ‘끊임없이 정진하는’ 집단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다 보기 때문에 우리를 인정해 주고 좋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도사가 케이블카 문제에 있어서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도사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발전하는 사찰이기 때문이다.

통도사는 불·법·승 삼보(三寶) 중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해서 불보사찰로 불린다. 법보사찰 해인사, 승보사찰 송광사와 더불어 덕숭총림 수덕사, 팔공총림 동화사, 금정총림 범어사와 함께 조계종 전체에서 6개밖에 되지 않는 총림(叢林) 중 하나다. 총림은 강원·율원·선원 등 모든 승려 교육기관을 갖춘 큰절을 말한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올해 6개 총림에 대한 실사를 진행, 일부 총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승가대학(강원) 학생 수가 적거나 염불원 등 교육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서다. 이에 반해 통도사는 6개 총림 가운데 모든 교육기관이 바람직하게 운영되는 모범적인 곳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조계종 종정이면서 통도사 최고 어른인 방장 성파스님의 역할이 컸다. 성파스님은 종정 취임 법문에서 민족 문화만큼 절대 양보 못 한다고 할 정도로 문화의 가치를 일찍 깨우친 선구자다.

성파스님은 한문 경전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스님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막고자 통도사 경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개원한 경학원은 연구발표, 한문 불전 번역 및 연구서 발간 등을 진행한다. 이곳은 재가자들에게도 문을 열어 승·재가가 함께 한문 불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염불원도 새롭게 단장했다. 법계위원장 법산스님을 새 원장으로 임명하고 종단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경기 지역의 염불이 아닌 통도사가 속한 영남 지역의 전통 염불을 계승하도록 했다.

수행도량으로서 질이 향상되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불자(불교 신자)들이였다. 통도사는 올해 사찰 내 신도 교육을 맡는 불교대학에 1127명이 신청하며 1996년 설립 이래 최다 입학 인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최다 입학 인원을 갱신한 데 이어진 연속된 기록이다. 무종교인이 느는 우리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산중도재 직전 만난 주지 현덕스님은 “전통문화라는 것은 유·무형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계승해왔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선대 스님들이 목숨을 걸고 사찰을 지켰고 그런 가풍(家風)이 있기에 전통이 면면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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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창건한 신라 자장율사를 기리는 영고재 모습./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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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전에 헌향하는 조계종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성파스님./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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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선대 스님들의 공로를 기리는 산중도재가 역대 조사의 진영 앞에서 봉행됐다./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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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성파스님(가운데)을 비롯한 통도사 스님들./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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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산대재 법요식에 참석한 스님들과 신도들./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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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를 창건한 신라 자장율사 진영./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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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상징인 금강계단 내 사리탑./사진=황의중 기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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