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현대인들의 허리 통증 개선을 위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서서 일하는 책상(스탠딩 데스크)’이 오히려 다리의 정맥 부종이나 혈전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의 매슈 아마디 박사 연구팀이 영국 성인 8만3013명의 건강 기록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 2시간 이상 서 있는 시간이 30분 늘어날 때마다 순환계 질환 위험이 11%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심부정맥 혈전증, 정맥류 관련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고 한다. 반면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6~10시간 사이 혈액 순환 장애 위험이 약간 감소했고, 10시간부터는 앉아있는 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날 때마다 위험이 26% 증가했다. 그간 서서 일하는 것이 뇌졸중이나 심부전 같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통념이 일반적으로 퍼졌으나, 서서 일하는 것이 질병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가디언은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역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게재됐다.
다만 이 결과가 “다시 앉아서 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마디 박사는 “중요한 점은 오래 서 있다고 해서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의 부정적 영향을 없애거나 줄일 수 없으며, 일부에겐 순환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장기적으로 심혈관 건강이 개선되지 않고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심장 질환이 없는 모집단에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착용하도록 한 뒤 7~8년에 걸쳐 데이터를 추적해 이런 내용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전체의 약 8%는 심장병, 뇌졸중,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계 증상이 나타났고, 2%가 조금 넘는 사람들은 정맥류나 심부정맥혈전증과 같은 순환기 문제를 겪었다고 보고됐다.
에마뉘엘 스타마타키스 시드니대 교수는 “정기적으로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들에겐 더 많이 움직이고 체계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걸어 다니고, 계단을 이용하고, 책상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을 추천했다.
한겨레 김미나 기자 / mina@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