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다섯 번째 책은 최진영 저자의 「구의 증명」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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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의 ‘구의 증명’ 책 표지 [자료제공=은행나무/그래픽=투데이신문]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_「구의 증명」中
대한민국 도서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화제작이 있다. 여전히 도서관에 가면 대출을 위해 예약 절차를 거쳐야 하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라 사람들의 입에 대번에 등장하는 소설, 「구의 증명」이다.
최진영 작가 특유의 아름답고 시적인 문체는 ‘담’과 ‘구’의 비극적인 인생과 이들의 난해한 행태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마저 마음 깊이 설득한다. 사람이 사람을 씹고 삼키는 행위를 보고도 이들 서사를 사랑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야기 속 ‘담’과 ‘구’는 유년기부터 운명처럼 만나 함께 자라온 관계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몸 바쳐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이자,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가족이다. 각자 떨어져 다른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낼 때조차 그들은 서로가 고향인 양 서로를 그리워하고 재회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구의 증명」은 독자들이 상상하는 사랑, 그 이상의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제시한다. 영원히 작별해야 하는 사랑, 썩거나 소각돼 평생 사라져버리는 사랑, 극한으로 궁지에 몰린 사랑, 애도할 수 없는 사랑. 도처에 머무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며 지속될 것이라 믿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잊고 싶었던 사랑의 죽음을 직면하게 된다.
청년 ‘이브’는 이 책을 9월의 서적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문체가 예쁘다는 추천을 받기도 했고, 워낙 인기가 많은 소설이라 줄곧 읽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독서 이후 청년들은 ‘담’의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알게 됐으며, 유려한 필체에 감동을 받았다는 호평을 남겼다.
MZ세대의 화제작, ‘구의 증명’을 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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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하이디(24·여)는 독서모임을 계기로 다시 읽게 된 「구의 증명」에 대한 감상이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으면 불호로 남겼을 책을 다시 펼쳐보고, 눈물도 흘렸다”면서 “독서모임 중 그 상대가 부모님이나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담의 식인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 감상했다.
영(19·남)은 “주인공들의 모습만을 강하게 비추며 그 외의 인물을 무시하는 듯한 책의 성향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라 판단된다”면서도 “「구의 증명」만큼 문장이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책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호평했다.
에이미(25·여)는 「구의 증명」은 지독한 로맨스물이며, 이 책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형태를 배웠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가 ‘담’에게, ‘담’이 ‘구’에게, 이모가 ‘담’에게, ‘담’이 이모에게, 그리고 진주 누나가 ‘구’에게. 쌍방이든 일방이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가득한 사랑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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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 ⓒ투데이신문
마틴(24·남)은 “AI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인간의 감정 특히,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AI가 대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AI가 인식했을 때, 시체를 먹는 행위는 사랑이 아닐 것”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더불어 “아직은 완벽하게 책을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책을 곱씹으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너무나 재밌었고 흥미로웠다”고 언급했다.
에일린(24·여)은 “‘담’이 ‘구’를 증명하기 위한 몸부림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면서 “아름다운 문장과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일라이(27·남) 역시 최진영 작가만의 화법을 인상적이게 봤다. 그는 “초반 ‘담’의 독백이 산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줘서, 그녀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더 부각시킨다”면서 “인물들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깊이 심어넣을 때마다 때때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표현은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이 작품의 색깔을 명확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발제자 이브(23·여)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책이지만 작가님의 매력적인 문체와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부분에 감명이 깊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이 소설을 읽고 함께 있으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그런 사랑 말고도, 불행도 모두 견뎌낼 정도로 좋아하는 것. 그것도 사랑임을 알게 됐다”고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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