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FFF’라는 영화제 문패는 그대로인데 지명이 바뀌었다. 첫 글자 에스(S)가 서울(Seoul)에서 속초(Sokcho)로 지도상의 위치가 달라졌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속초국제음식영화제(Sokcho International Food Film Festival)로 새출발해 11일부터 13일까지 속초 청호해변에서 열린다.
장소와 주최가 바뀐 데는 지난해 대폭 줄어든 영화제 지원금 영향이 크다. 첫 회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정우정 집행위원장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 대상 영화제 개수를 10개 정도로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포기했다. 영진위 지원과 매칭해서 받는 서울시 지원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음식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상영 외적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지원 여부와 금액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영화제의 규모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영진위는 영화제 지원예산을 전년도 50억원에서 절반으로 축소하고 지원 대상은 40개에서 10개로 줄였다.
2023년 영화제 때 지원 예산을 30% 삭감한 뒤 올해 더 줄어들 것이 확실시됐던 서울시의 지원도 포기하는 대신 강원도 속초시와 손을 잡았다. 속초시는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도시조성계획 승인 대상지 중 한 곳이 되면서 예비사업으로 국제음식영화제를 유치했다. 2019년 속초음식축제에서 당시 영화제 상영작 일부를 순회상영하며 속초시와 협업을 했던 게 밑바탕이 됐다.
올해는 과도기로 진행되는 탓에 주말 사흘 동안 청호해변 야외상영으로 10편(단편 모음 포함)이 상영되는 게 전부지만 영화제에 힘을 보태온 이들이 다시 뭉쳤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를 통해 전국구 인기를 끌게 된 ‘딤섬의 여왕’ 정지선 셰프와 한국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이승준 셰프가 그들이다. 정지선 셰프는 12일 ‘아버지의 마라탕’(헤이워드 막 감독) 상영 때 관객들에게 마라 콘셉트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이승준 셰프는 13일 마지막 상영작 ‘라비앙 로즈’ (올리비에 다앙 감독)와 함께 영화가 그린 에디트 피아프가 노르망디에서 자란 어린 시절 사랑했던 전통 홍합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를 선보인다. 섭이라 불리는 홍합은 속초의 특산 해산물이기도 하다. 모든 상영은 무료로, 누리집(sifff.kr)에서 신청.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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