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운동화 춘추전국 시대다. 달리기(러닝) 열풍으로 국내 운동화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 사이에서 아식스·온러닝·브룩스·호카 등 신흥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나이키가 홀로 질주했던 운동화 시장에 지각변동이 이는 모양새다.
3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 스니커즈 전문관을 열고 신발 카테고리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문관에는 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과 한정판 협업 제품으로 재유행하고 있는 아식스, 미국 브랜드 브룩스, 캐나다 트레일러닝 브랜드 노다 등이 입점했다. ‘새롭고 힙한’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운동화를 한데 모았다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신었던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운동화 브랜드나 기능성이 강조된 운동화를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러닝 열풍과 고프코어(Gorpcore·투박하고 못생긴 아웃도어 패션)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로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업계 추산을 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13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러닝화’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외에선 달리기 기능에 집중한 신흥 강자 온러닝과 호카의 질주가 도드라진다.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신발 플랫폼의 ‘포드(pod)’로 인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온러닝은 지난 5월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5억800만스위스프랑(5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꺼운 밑창에 ‘못생긴 운동화’로 알려진 호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억3300만달러로 직전 분기(3억9770만달러)보다 34%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면서 스포츠 의류 기업 1등 나이키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운동화는 그동안 나이키가 자랑하는 기술력의 상징이었지만, 나이키는 한정판 운동화나 스니커즈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여전히 에어포스1처럼 과거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혁신적인 신제품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이키는 지난 6월27일(현지시각) 2024회계연도(2023년 6월~2024년 5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513억6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57억달러)도 12.4% 늘었지만, 2021년에 기록했던 60억4600만달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이날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6∼8월) 매출이 10%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다음날 나이키 주가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1980년 상장 이후 최대 하락 폭이었다.
한겨레 박지영 기자 /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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