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허니문과 고급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세이셸에서 종종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주했다. 유럽 특유의 감성을 품은 인도양의 섬과 해변 그리고 작은 도시에서는 낙천적이고 순박한 사람들을 만났다. 직접 보고 만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그런 특별한 일상들이었다.
세이셸 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에서 약 1,600km 떨어진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다.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와 럭셔리한 리조트 등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지만, 그것들만큼이나 아름답고 흥미로운 모습들이 여느 여행 강국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1억 5천만 년 전, 곤드나와 대륙(Gondwana land)이 분리되며 하나의 조각으로 인도양 한 가운데에 남겨진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고,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적절히 어우러진 독특한 크레올(Creole) 문화가 숨 쉬고 있으며, 흥과 행복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가고 싶어지는 여행지가 되어 가고 있다. 작은 땅에 촘촘하게 뿌려진 보석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마헤 Mahe|
세이셸의 주도이자 관문인 마헤 섬. 제주도 1/4 크기의 면적에 세이셸 전체 인구의 약 80~90%에 이르는 7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초미니 수도로 잘 알려진 빅토리아 시내는 천천히 걸어서 투어를 다니기에 좋고, 인근의 빅토리아항구에는 초대형 크루즈가 기항하며 수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기도 한다. 이외에도 해변과 고급 리조트, 인공 섬, 화강암 산과 원시림 등 무한 즐길 거리로 늘 활기 넘치는 섬이다.
마실 갬성, 빅토리아 시내투어
세이셸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처음 마주한 마헤 섬과의 첫 인사에 비행의 피로가 싹 달아났다.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높고 수려한 산맥과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아늑한 풍경은 세이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마헤에서의 첫 일정은 역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 시내를 둘러보는 것.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의 문을 여는 아저씨와 눈인사를 나누자 아저씨는 특이하게 생긴 물건을 하나 건네며 껄껄대고 웃는다. 무슨 물건인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코코 드 메르’, ‘섹시’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주위 사람들과 마주보며 깔깔대며 웃는다. 세이셸의 상징과도 같은 이 열매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야자열매라고 머리 까만 여행자에게 설명해주는 세이셸의 친절함. 지금껏 봐왔던 야자열매와는 크기도 생김새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 그저 신기한데, 제대로 들여다보니 정말 섹시해서 같이 또 크게 한 번 웃는다.
시내 풍경은 여유롭지만 다채롭다. 우리나라의 어느 멋진 산을 닮은 카리스마 넘치는 산세와 키 큰 선인장, 바닥을 돌아다니는 작은 게, 이빨이 무시무시한 상어 턱뼈, 그리고 카지노와 빅벤. 영국에 있는 빅벤을 닮은 시계탑이 시내중심의 사거리 한 가운데를 지키고 서 있다. 190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것인데, ‘스몰 빅벤(Small Bigben)’으로 불리는 이 시계탑 옆으로 누군가 금발을 휘날리며 지나가면 이곳이 런던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시계탑 때문만은 아니다. 세월이 꽤 흐른 것 같은 클래식한 빌딩들, 키 작은 동상에 새겨진 얼굴들, 거리에 늘어선 싱그러운 야자수와 가로수들이 전부 영국과 프랑스를 아우르는 유럽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로 천주교 신자가 많은 세이셸이니 거리에서 교회를 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지만, 힌두사원이나 모스크의 돔 등은 확실히 이질적인 느낌을 건넨다. 하지만 그것들도 이곳에서는 여행자들이나 갖는 느낌이다. 유럽인 것 같더니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힌두사원은 지극히 인도스럽다. 사원 안에 앉아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신도들의 얼굴을 보니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 분명하다. 사원을 나와 찾아간 곳은 이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재래시장, ‘Sir Selwyn Selwyn-Clarke Market’. 어딜 가도 그 지역의 일상과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여서 그런지 아프리카의 향이 조금 더욱 진하게 풍겨나는 것 같다. 이층짜리 건물이 주는 분위기도 그렇고, 좌판에 투박하게 누워있는 해산물과 이름 모를 과일의 모습도 그렇다. 특유의 리듬이 섞인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파라솔 아래 가득 모아 놓은 토속적인 물건들 역시 아프리카를 얘기한다. 코끼리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동물 뼈로 만든 굵은 목걸이를 두른 상인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빠져나오니 빅토리아 시내가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아프리카와 유럽과 아시아를 짧은 시간 안에 다 스쳐온 탓일까. 멜팅 팟의 진수를 맛본 것 같은 느낌. ‘크레올’이라는 단어가 비로소 마음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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