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을 시작한 날 여행 동무들과 여수 이순신광장을 돌아본 뒤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계획한 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했지만 한 가지 아리송한 것이 하늘이었네요.
후텁지근하고 시커무시키한 하늘에선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했습니다.
세상 일이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지만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마주한 하늘은 보이는 그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후드득 후드득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경험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여행 동무들이라 말씀드렸다시피 긴 시간 여행길에 동행한 사람들이다 보니 누가 미리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닌데 비가 떨어지니 각자 가방에서 우산을 하나씩 꺼내든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비를 핑계로 점심 식사를 조금 일찍 하기로 하고 미리 정해두었던 순이네 밥상으로 향한다.
순이네 밥상은 여수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알려진 여수 이순신광장 맛집인데 이젠 너무도 많은 분들에게 알려진 곳임을 그 앞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순이네 밥상은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직선거리로 80m, 도보 거리로 150m 정도.
보통 중앙동 물양장 카페리 선착장 주차장이나 여수 연안여객 터미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탐방하고 보행육교를 건너 여수 이순신광장으로 내려와 돌아보면 딱 좋은 여행 흐름이다.
그러고도 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여유롭다면, 진남관을 들러 탐방하고 점심 식사를 위해 순이네 밥상을 들르면 전반적으로 퍼펙트에 가까운 여행 동선일 거라 확신한다.
순이네밥상
전라남도 여수시 통제영5길 5 1층 순이네밥상
이순신광장
전라남도 여수시 선어시장길 6
우산을 받쳐 들고 도착한 순이네 밥상 앞은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웨이팅이 시작된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매번 줄서기를 해야 하는 곳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 이른 시간이고 비가 오기 때문인지 대기 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
현재 대기인수 7팀.
쬐금 기다리면 되겠다.
지난해 왔었을 때 20여 팀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7팀 정도쯤이야 별일 아닌 것.
2023년이던가? 그때 방문했었을 땐 가정식 백반정식을 먹었었는데 이번엔 조금 섞어서 먹어보기로 한다.
그중에 쿠니는 돌게장 정식을 주문하고 다른 분들은 꽃게탕 정식과 갈치조림 정식을 고루고루 ^^;
이왕이면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차려진 반찬을 하나씩 맛을 본다.
역시 지난해 감동했던 그 맛이 그대로다.
입소문이란 것이 주관적이라고도 하고 통계적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입소문은 통계적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맛집이라고 하는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일정한 방향으로 표현되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불만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된다.
입맛이란 것이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구동성 동일하게 맛집이라 표현되는 곳은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기에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순이네 밥상이 정확히 언제 생긴 것인지 쿠니는 모른다. 하지만 2023년 처음 맛을 보고 놀랐었고 오늘도 그 믿음에 부합되는 맛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양념게장에 진심인 쿠니.
얼마 전까지는 간장게장을 즐기지 못했다.
먹긴 하지만 약간 비릿한 냄새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수에 내려와 간장게장에 맛을 들였고 그러한 장소가 다른 식당 한 곳과 여기 순이네 밥상 덕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나만을 선택하라면 아직은 양념게장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하지만, 순이네 밥상 간장 게장은 비리지 않고 달달 짭조름한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가끔은 맛이란 것을 글로써 50% 이상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보는데 그게 쉽지 않다.
게장이란 것이 게를 깨끗이 씻은 뒤 간장을 달여 부어 삭힌 저장식품을 말하며 ‘게젓’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을 하면 뭐 별거려나 싶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식재료의 혼합은 나름의 규칙이 있어 타인이 쉽게 따라 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어떤 곳은 비리지 않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일 테고 또 어떤 곳은 비린내와 함께 즐겁지 않은 맛도 있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음식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라 메인 음식인 게장에 손을 못 대고 대신 샐러드와 기타 반찬을 깨금질.
맛깔스럽게 등장하신 제육볶음도 침샘 자극 중.
여수이기에 등장한 배추김치 옆 갓김치 그리고 밥과 생선.
이 생선은 고등어구이에 양념을 더한 듯.
드디어 메인 메뉴가 모두 등장했다.
꽃게의 맛이 깊이 우러난 꽃게탕.
그 국물이 진국이다. 개인적으로 꽃게탕은 역시 국물 맛이 절대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여수 이순신광장 맛집 정도의 유명세를 얻었다면 그 노하우가 예사롭진 않을 터.
그렇기에 매번 먹어도 계속해서 끌리는 맛일 게다.
조금 늦게 등장한 갈치조림마저도 먹음직한 때깔.
냄새만으로 허기짐을 강화시켜버리는 순이네 밥상.
이렇게 냄새와 비주얼과 맛으로 여수 이순신광장 맛집이란 명성을 얻었으니 이 맛을 쿠니는 과식을 부르는 맛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수라는 지역의 식당 대부분이 타 지역과 비교해 맛이 월등하다. 그리고 쿠니는 그중 한곳을 선택하라면 단연코 순이네 밥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종종 우리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란 말을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말이 쓰일 적절한 때가 아닐까?
이건 먹어봐야 알지 도대체 이 맛을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계속해서 칭찬 일색이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하실 수도 있는데 뭐 흠잡을 곳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표현할 텐데 이건 뭐…
하여튼 쿠니에겐 지난해도 이번에도 감동의 연속이다.
돌게장은 사이좋게 모두 나누고 곧바로 양념게장으로 손을 뻗는다.
그 사이 여행 동무는 게딱지 밥을 만들어주신다.
고마운 일이다. 매번 이렇게 배려하고 챙겨주시니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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