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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12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반드시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등 모든 불교 종단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상진스님은 이날 태고종 총무원이 있는 서울 종로구 법륜사 대웅보전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태고종은 당초 이승만기념관이 총무원 건물이 코앞인 송현광장은 피해달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립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상진스님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에서 방문해 ‘우리는 협의하러 온 게 아니라 통보하러 왔다’고 말해 황망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과오를) 용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념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그때부터 어느 장소도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해서는 안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털어놨다.
상진스님은 “특히 이 일대는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4.19 혁명 당시 무력에 의한 총상으로 꽃다운 여중생 2명이 희생당한 덕성여자중학교 모교가 있는 자리이자, 경찰의 발포로 21명이 죽고 172명이 다친 통한의 장소다. 그런 아픔과 한이 서린 장소에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4.19 민주이념을 부정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장소로 송현광장을 검토하고 있다. 송현광장 바로 옆에는 태고종 법륜사와 총무원 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약 200m 거리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도 지척으로 불교계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승만기념관 건립 움직임에 오세훈 시장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이자 불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모든 불교 종단과 함께 결연한 반대 운동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상진스님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7차에 걸친 유시 발표를 통해 불교계에 법난을 촉발했다”며 “이로 인해 한국불교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몰려 오랜 내홍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고 불교계와 이 전 대통령의 악연을 거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과 특정 종교의 교세 확장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교를 억압함으로써 친일불교 청산과 근대불교의 새로운 태동을 위한 한국불교의 자정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태고종 종교편향불교유린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재홍스님은 “비구 스님만이 승려라고 하는 건데 조선 경국대전이나 사료 등을 보면 한국불교는 전통적으로 비구·대처승이 다 있었다”며 “반민특위 같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일은 못 했던 분(이승만 전 대통령)이 불교 관련해서는 왜색 불교라고 몰아붙여서 불교 전체를 매도했다”고 성토했다. 재홍스님은 이 전 대통령의 기독교국가를 위해 불교를 탄압한 것으로 보인다면 이승만기념관을 추진하는 일도 크게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불교문화사업단 활동과 종조 태고 보우국사의 선양사업 등 총무원장 취임 1년간의 사업성과에 대한 점검과 향후 종책 사업 등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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