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에서는 일시적 호경기가 주는 착시 현상 속에서 소비주의와 탈계급의 신화가 위세를 떨친다. 또 다른 이면에는 전통 산업 도시 몰락, 도시 슬럼화, 인종주의, 범죄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더불어 온갖 퇴행적 사회 문제가 등장한다. 전후 영국 사회의 구체적 모순을 당시 노동 계급 청년들의 여가 활동과 생활 방식 등 미시적 분석을 통해 보여준 책이 나왔다.
신간 ‘의례를 통한 저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의 청년 문화를 조명한다. 영국 버밍엄대 현대문화연구소가 1975년 펴낸 책으로, 청년문화라는 미시적 분석을 전후 영국 사회 문화적 변동이라는 큰 맥락과 연계해 해석함으로써 하위문화 연구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의 청년 문화라는 구체적 국면을 다룬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 청년들의 탈계급과 반항적인 문화는 때론 기과하고 낯설기까지 하다. 모드족, 스킨헤드족, 라스타파리안 등 다양한 하위 청년 문화가 속속 등장했다. 이를 이해하다보면, 전후 영국 사회에서 계급과 인종, 젠더 등 다양한 구분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집단별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역동적 과정이 그려진다.
하위문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 현상들은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일상화된 문화적 장치, 즉 의례 구실을 한다. 저자들은 “이 하위문화는 노동 계급 청년들이 처한 환경의 결과물이면서 이들이 주어진 환경의 압력에 맞서 주체적으로 헤쳐가는 과정의 산물이자 모순된 환경을 극복하려는 저항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책의 제목인 ‘의례를 통한 저항’은 바로 저자들의 이러한 시각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책은 전후 영국 사회를 분석했지만, 출간 당시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당시 영국 청년들의 마약 복용의 문화적 의미, 일탈, 세대 의식 등을 엿보면서 한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끊임없이 날카롭게 성찰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우리 상황에 적합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스튜어트 홀 , 토니 제퍼슨 지음ㅣ컬처룩ㅣ536쪽ㅣ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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