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에서 혁신의 길을 연 과학자들의 생각법이 어떻게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에 적응하고, 지식 패러다임 전환을 끌어왔을까.
물리학자인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학부 교수가 쓴 신간 ‘과학자의 발상법은’ 과학사에 기록된 중요한 발견을 이끈 과학적 사고방식을 6가지로 분류해 다양한 예시와 함께 소개한다.
책에서는 여섯 가지 발상법을 주제로 과학 지식과 과학사를 재배치한다. 정량적 발상부터 보수적·혁명적 발상, 실용적·미학적 발상 등 과학자들의 생각법이 어떻게 지식의 도약과 패러다임 전환을 끌어왔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본다.
책은 각각의 주제에 맞게 과학사에서 이뤄진 발견들을 살펴보면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에 대해 밝혀진 물리학 지식을 비롯해 상대성이론, 방사능, 전자기, 유전자 등에 관한 기초적인 과학 지식도 익힐 수 있다. 지금까지 결론이 난 이론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정립되기까지 여러 과학자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사고 과정,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책은 주요 발견을 이끈 주요 사고방식 중 하나로 보수적 발상을 꼽는다. 흔히 과학을 혁신적 학문이라고 여기지만, 혁신의 원동력 중 하나는 보수성이다. 과학자들은 기존 체계와 어긋나는 현상을 발견했을 때 이를 바로 포기하지 않고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며, 이런 보수적 태도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해왕성 발견은 보수적 태도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1840년대 학자들은 천왕성의 공전 궤도가 뉴턴 역학의 예측과 맞지 않고 변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뉴턴 역학을 즉시 폐기하는 대신 천왕성 바깥에 아직 관측되지 않은 새로운 행성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발견된 것이 해왕성이다.
또 새로운 발견을 이끈 사고방식 중 하나로 혁명적 발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묻는다. 책에서는 발상의 전환, 역발상, 직관과 어긋난 쪽으로 생각하기, 전혀 다른 것들을 연결하기의 사례들이 제시된다. 예컨대, “전통적인 파동인 빛이 입자적 성질을 갖고 있다면, 전통적인 입자인 전자도 파동적 성질을 가질 것”이라는 드브로이의 과감한 가정이 이끌어낸 발견을 예시로 제시한다. 이 외에도 슈뢰딩거의 고양이, 블랙홀, 다중우주, 끈이론, 핵분열, 초전도 현상 등의 발견이 왜 그토록 혁명적이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과학에 언제나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야말로 과학 활동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기에, 실패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멘델의 유전법칙, 암모니아 촉매 개발, 중력장 방정식, 행성의 타원 궤도, 정상상태우주론, 초전도체 등과 관련하여 과학자들이 어떻게 실패해왔는지, 이런 실패에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살펴본다.
책의 저자는 AI 시대 과학자의 생각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AI 시대라 할 만한 오늘날, 인간의 능력과 지능에 대한 질문 또한 새롭게 고민되고 있다”면서도 “과학적 사고방식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의 창조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분야이며, 지식 창출에 가장 성공적인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444쪽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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