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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수행’ 대행·수인·수옥·장일스님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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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 제8회 학술대회 모습. 대행선연구원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수행’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대행·수인·수옥·장일스님 등 근현대 한국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비구니 선지식(善知識·도를 가르쳐줄 수 있는 스승)들의 삶과 수행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비구 선지식에 대한 기록은 많이 전해지고 있으나 비구니 선지식에 대한 조명은 덜된 편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비구 큰스님만큼 훌륭한 비구니 선지식들을 후대에 알리고 그분의 사상을 선양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 산하 대행선연구원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8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수행-자료발굴과 기록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주지 혜솔스님, 대행선연구원장 혜선스님,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스님 등 스님들과 신도들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한마음선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혜수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출가자가 줄고 승가 양성을 위해 승가 교육이 필요한 시대”라며 “대행선연구원도 비구니 선사들의 기록을 찾아 정리하며, 영구히 연구 논문을 남겨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다.

광용스님은 축사를 통해 “근현대 비구니 선사들의 삶과 수행을 들여다보면 제자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중요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주요했던 자료나 수행 기록은 보관이 쉽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비구니 선지식의 중요한 기록들이 세상에 나와 영구적인 기록물이 될 수 있도록 대행선연구원에서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술대회는 5개의 주제 발표와 제6회 묘공학술상 시상식 및 묘공학술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 등으로 진행됐다. 학술대회 논평자로는 서광스님(동국대)과 정완스님(동국대)을 비롯해 하춘생(동국대)·김종진(동국대)·윤종갑(동아대) 교수가 참여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보현정사 주지 경조스님은 ‘수인스님의 수행, 사상 그리고 실천’을 주제로 삼았다. 성월당 수인스님(1899~1997)은 운문사 초대 주지를 맡아 현재의 운문사를 만드는데 초석을 다진 선지식이다. 99세에 원적에 들기까지 누구나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정중하게 대해 법화경 속 ‘상불경 보살’로 불릴 정도였다.

삼선불학승가대학원 교수 원과스님은 비구니계 3대 강백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화산당 수옥스님(1902~1966)을 조명했다. 원과스님은 ‘비구니 수옥과 경봉선사의 한시 교유’를 통해 수옥스님의 친필 노트인 ‘도가한화’를 근거로 1957년 4월부터 1965년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이뤄진 경봉선사와의 한시 교유를 처음으로 소개한다. 원과스님은 “선객을 지도하는 경봉 대선사와 자신의 안목을 공유할 만큼 수옥스님도 선사상에 대한 이해와 참선 체험이 선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 선학과 박사인 여현스님은 ‘도림당 장일의 수행과 호법활동’을 통해 불교정화운동에 앞장섰던 선지식 도림당 장일스님(1916~1997)을 소개했다. 장일스님은 철저히 경전 중심의 수행을 강조했다. 그는 “스님들의 말은 믿지 못하고 불설만 믿을 수 있다”며 성철스님의 능엄주 수행에 대한 경전적 근거를 추궁할 정도였다.

여현스님은 “독립운동가 집안답게 서산·사명대사의 일화를 보고 도를 깨쳐 얻은 힘으로 나라를 독립하고 호국선열을 위로하는 것을 출가 목표로 삼았다”며 장일스님이 불교정화운동과 각종 불사에 힘쓴 것은 이러한 대국적인 정신세계가 밑바탕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현스님은 장일스님의 활동은 한국 비구니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동화사 방장 의현스님은 “비구들이 동화사를 차지하고 따뜻한 방에서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었던 것이 장일의 덕인 줄 알라”고 상좌들에게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비구니 선지식을 다루는 행사인만큼 대행스님에 대한 논문 발표도 있었다. 최원섭 대행선연구원 연구원은 ‘대행스님의 진실과 방편의 중도’를 통해 묘공당 대행 선사(1927~2012)가 ‘대행선’이라는 선풍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펼쳐냈는지를 진실과 방편의 시각으로 살폈다. 최 연구원은 “대행스님은 삶과 관계없는 교학에서 벗어나 생활의 언어로 말하셨다”고 강조했다. 대행스님에게는 방편과 진실은 ‘하나’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진영 아메리칸대 교수는 ‘한국불교의 사회 참여 새로운 모습-대행 스님의 경우’를 통해 대행선사가 ‘불교의 사회 참여’라는 분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조명했다. 박 교수는 “대행스님은 아무것도 없이 깨친 분이기에 힘없는 존재자들과 공감했다”며 “이원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주변부의 시선에서 보는 게 대행스님의 선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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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하는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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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정사 주지 경조스님은 ‘수인스님의 수행, 사상 그리고 실천’을 주제로 발표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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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수옥스님에 대한 발표를 한 삼선불학승가대학원 교수 원과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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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수행’ 학술대회 모습./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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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당 장일스님에 대해 발표한 동국대 박사 여현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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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당 장일스님의 수행과 호법활동에 대한 발표./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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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섭 대행선연구원 연구원이 대행선사의 방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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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스님의 사례를 통해 한국 불교의 사회 참여를 논한 아메리칸대 박진영 교수./사진=황의중 기자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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