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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갯배, 타보면 안다…속초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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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변. / 이장원 기자

평소 자주 가지는 않는 도서관에 가니 한 켠에 ‘울산에 없는 울산바위’라는 아이들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의외로 울산바위가 울산이 아니라 강원도 속초 설악산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한다. 속초라는 곳이 문득 궁금해진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니 답사니 해서 설악산도 울산바위도 동해바다도 가봤지만 속초라는 도시를 구경해 보진 못한 듯 하다. 6월의 어느 날 시간을 내 속초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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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립박물관에서 바라본 설악산 울산바위. / 이장원 기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두루 알려진 주요 명소들을 골라봤다. 먼저 설악산으로 향한다. 수도권에서 동해로 갈 때 주로 이용하는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 정도면 다다른다. 물론 평일 출퇴근 시간을 피해 출발한 경우다. 해발고도 1708m로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명산에 왔지만 사실 등산 의지는 크지 않다. 속초 시내 여행을 위해 은근히 더운 날씨를 핑계로 설악산에서는 체력을 아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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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속초. / 이장원 기자

권(權)씨와·김(金)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온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권금성(해발 700m)에 케이블카로 올랐다. 설악산의 절경을 빠른 시간 내에 한눈에 보기엔 케이블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산은 걸어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못 타본 이들도 더러 있다. 케이블카에 오르면 울산바위와 신흥사 불상이 보이고 전망대에 서면 산 너머 동해 바다까지 보인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한다. 다소 조악한 케이블카를 타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설악산 케이블카의 안정성에도 고마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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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 이장원 기자

명산에 대한 예의는 지켰으니 속초 시내로 향한다. 출출해질 때가 됐으니 청초호 인근에 있는 물회 식당으로 간다. 물회와 섭국을 먹다가 보니 호수가 바로 앞에 보이는 전망이 인상적이다. 영랑호와 함께 속초의 2대 호수인 청초호는 바닷물이 유입돼 형성된 호수로 조선시대에는 선박들이 풍랑을 피해 정박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항구로서 중요함 외에도 현재 청초호 주변은 멋진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청초호수공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야경 명소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엑스포잔디광장에서 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시계탑과 분수를 꾸며놓아 하나의 포토존이 된다. 둘레 약 5㎞의 청초호를 돌아보면 홍콩 빅토리아 하버가 잠시 떠오를 만 하다. 비교를 떠나 속초 한가운데 이만한 호수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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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오른쪽)와 섭국(가운데 위). / 이장원 기자

속초는 원래 실향민의 도시였다. 6·25 전쟁 때 남쪽으로 피란을 왔던 북쪽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속초에 몰려들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북쪽 고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남진 않았지만 아직도 속초에서는 실향민문화축제를 연다. 지금은 관광객에게 이색 경험을 제공하는 실향민의 땅, 아바이마을에 가본다.

갯배1
갯배. / 이장원 기자

아바이마을에 가려면 갯배라는 배를 타야 한다. 배라고 하기엔 천막을 씌운 판자가 물에 떠있는 기괴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물 밑에 있는 쇠줄을 쇠갈고리로 끌어당겨 배를 움직인다. 아바이마을과 속초시내를 잇는 배인데 사실 도로가 생겨 차로 갈 수 있고, 예전에도 걸어서 못 가는 거리는 아니었다고 한다. 연유야 어찌됐든 한때는 버스도 실어 옮겼다고 하는데 현재는 관광객에게 색다른 체험거리가 되고 있다. 쇠줄끌기는 괜히 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갯배에서 내려 아바이마을에 도착하면 ‘아바이순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순대국, 감자전 등 북한, 강원도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먹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한 문화와 역사, 전통이 이어지는 데 기여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아바이마을은 이제 기억에서 조금은 멀어진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물가로 가면 관광객들이 꼭 한 번 오르는 설악대교도 있다. 다리 위아래로 청초호와 멀리 설악산이 보이는데 멋진 사진을 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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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 이장원 기자

먹는 얘기가 나온 김에 속초 명소 중 명소인 중앙시장으로 간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이 보통 중앙시장이라고 부른다. 속초의 유일한 시장이다. 여느 전통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역시 아바이순대, 감자옹심이 등 속초 먹거리를 어김없이 만나볼 수 있다. 홍게 라면과 새우튀김 등 특색 먹거리도 많다. 무엇보다 닭강정이 있다. 서울에도 분점이 있지만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집은 관광객에는 필수코스가 돼 꽤나 심한 경쟁을 뚫어야 살 수 있다. 주말에는 오전부터 일부 메뉴가 동나는 경우가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속초가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수산물도 풍부하다. 계절별로 가자미, 고등어, 열갱이, 양미리, 도치 등 물고기가 나온다. 쥐포, 멸치 등 건어물도 가득하다. 상품과 가격이 어느 정도 표준화된 느낌인데 비슷한 가게들이 워낙 많아 품질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은 소비자의 몫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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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아이. / 이장원 기자

해안 도시에 와서 바다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속초해수욕장에 가는 것이다. 6월 중순만 돼도 기온이 한여름에 버금가게 올라갈 때가 있기 때문에 수영복이 어색하지 않다. 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는 등 추위에 덜 민감한 듯한 일부 외국인들은 벌써 물에 들어간다. 1㎞ 정도 길이의 백사장을 걸을 수 있고 뒤쪽에 있는 소나무숲에서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속초아이다. 유명 관광지들이 저마다 만들어놓은 원형 관람차로 고유성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한 번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속초에는 속초아이 외에도 등대전망대, 엑스포타워 등 전망을 보는 곳들이 있는데 국내외 유명 관광지에 비해 입장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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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장원 기자

속초에서 주로 토속적 음식들만 맛본 감이 있으니 디저트 핫플레이스도 한 번 찾아본다. 속초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아이스크림집에서 강원도 현지 재료로 만든 젤라또를 맛볼 수 있다. 미숫가루, 말차 맛 등이 평가가 좋은 듯 하다. 커피 아이스크림 색깔이 흰색인데 맛은 커피 맛인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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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립박물관 옛 속초역 전시관. / 이장원 기자

속초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속초시립박물관에도 들른다. 박물관 전시관 앞에는 울산바위가 멋있게 나온다는 포토존이 있다. 울산에 올라와 금강산에 가려다 때를 놓쳐 설악산에 눌러 앉았다는 울산바위 전설이 새삼 떠오른다. 이곳에는 원산과 양양을 오갔다고 하는 철로에 있던 옛 속초역을 복원한 건물도 있다. 옆쪽으로는 피란민들이 모여살던 실향민촌 골목도 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려 했던 애쓴 마음이 어렴풋이나마 가슴을 스쳐간다. 속초시립박물관에서 특이한 점은 발해역사관이 있다는 것이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속초 일대가 발해 영토에 속한 시기가 있었고, 이 지역이 발해와 신라의 중간 지대 역할을 했던 것에서 인연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발해역사관에는 정효공주 무덤을 복원한 모형 공간이 있는데 실물은 아니라고 해도 이만한 참고 자료도 없을 듯 하다. 속초시립박물관은 소셜미디어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야할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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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립박물관 발해역사관 정효공주묘 전시관. /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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