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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요리사 에릭 리퍼트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이번 방한은 한국의 불교문화와 사상이 녹아 있는 사찰음식을 집중 탐구하기 위한 것으로, 에릭 리퍼트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일선 사찰 등을 방문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찰음식 문화를 경험했다.
24일 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에릭 리퍼트는 2015년 미국에서 방영된 에릭 리퍼트의 요리 쇼 ‘아벡 에릭(Avec Eric) 시즌 3’로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이에 방한 사흘차인 이달 19일 장성 백양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의 공양간이 있는 백양사 천진암에서 사찰음식 만찬을 가졌다.
에릭 리퍼트는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에고를 키우는 쪽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홍보해왔다면 정관스님을 만나면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순수한 의도로 요리하려고 노력하고 나의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무공스님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하는 것 자체가 보살의 길”이라며 “자기 자리에서 남에게 베푸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베풂의 미덕인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하고 있는 에릭 셰프는 이미 깊은 공부를 하고 있는 눈 푸른 납자와 같다”고 화답했다.
방한 마지막날인 5월 22일에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람, 기후위기 그리고 사찰음식’을 주제로 사찰음식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토크콘서트에는 에릭 리퍼트를 비롯해 정관스님,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조희숙, 불교음식학 선구자인 공만식 박사가 등이 참여, 사찰음식을 바라보는 동서양 전문가들의 식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에릭 리퍼트는 사찰음식이 곧 음식의 미래라고 답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서양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약’으로 대하죠. 수양의 개념을 담아 요리하기 때문에 환경, 식자재, 지속가능성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과 카르마까지 생각한다. 생산 방식 또한 친환경적입니다. 사찰음식은 우리가 향유해야하는 음식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불교 정신은 그의 음식뿐만 아니라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릭 리퍼트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연사들의 깊은 대화뿐만 아니라 불교 정신에 입각한 의미 있는 콘텐츠도 접할 수 있었다. 조희숙 셰프는 “사찰음식에 내포된 불교 정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며,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 재해석한 ‘오관게’를 직접 읊어주었다.
정관스님은 자연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것이 곧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스님은 “음식은 너와 나 사이에 교류된 감정을 마음으로 먹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참관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음식을 주제로 한 선명상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찰음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공만식 박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 사찰음식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관심이 부족하다”며 학술적 연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토크 콘서트는 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스님의 즉석 연설로 마무리 됐다. 스님은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 말하며, 사찰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에릭 리퍼트의 방한에는 음식 평론가 겸 작가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이 동행했으며, 기간 동안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의 차담을 비롯해 사찰음식 명장 계호스님(진관사)과의 만남, 정관스님(천진암)과 사찰음식 만찬을 위한 협업, 백양사 템플스테이 등 의미 있는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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