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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을 떠난 지 100년만,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에 나선 지 15년 만에 ‘3여래(세 명의 부처님, 가섭불·정광불·석가모니불) 2조사(지공선사, 나옹선사)’ 사리의 귀환 여정이 마침표를 찍는다.
17일 불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은 19일 오전 9시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 특설무대에서 약 1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축제와 다례재를 연다.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지난달 18일 한국 땅을 밟은 3여래 2조사 사리는 이때 원래 있던 회암사에 다시 모셔진다.
3여래 2조사 사리가 중요한 까닭은 인도에서 발생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고려말 조선초 큰스님인 지공·나옹선사를 통해 조선 최대 사찰 회암사에서 전해져 이 땅에 꽃핀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즉 1500년 역사의 한국불교의 정통성과 법맥(法脈)를 나타내는 증명인 셈이다.
또한 일제에 의해 훼손된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바로잡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문화축제와 다례재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할 예정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회암사를 관할하는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 등 종단 주요 스님들과 신도들을 비롯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수현 양주시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 외빈들이 함께할 전망이다.
특히 조계종은 이번 문화축제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회암사 사리가 난관을 뚫고 고국 땅을 밟은 데는 김건희 여사가 큰 공헌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종단을 대표해서 감사를 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화축제 및 다례재 전반을 준비하고 있는 호산스님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19일 문화축제에 김건희 여사님이 오셨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며 “(김 여사가) 오시던 안 오시든 우리는 감사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한 “국가원수와 영부인이 직접 관심을 보이면서 사리 반환의 숙원이 이뤄졌다. 대사관이나 영사관, 항공사까지 모두 도와주셨다. 종단만의 노력이 아닌 국가적인 조력이 더해져서 이뤄낸 일”이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건 국왕이 나서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연한 기회였음에도 큰 관심을 보여 환지본처를 이룬 김 여사의 공덕이 참으로 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회암사 3여래 2조사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1939년 보스턴미술관이 이 사리와 사리를 보관한 사리구를 일본 골동업자로부터 구매해 소장해 왔다. 국내에는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이 1972년 보스턴미술관을 방문 조사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반환 논의는 2004년부터 시작됐지만 2013년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지지부진했던 논의는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김 여사의 보스턴미술관 방문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조예가 깊은 김 여사는 보스턴미술관에서 우연히 회암사 사리와 사리구를 보고 반환 논의를 적극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의 협상이 본격 재개됐다.
결국 지난 2월 5일 종단과 문화재청의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 보스턴미술관 측과 논의를 진행해 올해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사리를 종단에 기증하고, 사리구는 대여하는 내용의 협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6일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스님과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 등 종단 대표단이 보스턴미술관을 방문, 3여래 2조사의 진신사리를 인계받고, 기증절차를 완료했다. 한국시간으로는 4월 18일 한국으로 사리를 모셔 왔고 다음 날 부처님 전에 알리는 고불식을 거행했다. 이달 19일 회암사 이운을 끝으로 100년만의 환지본처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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