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는 오랜 논쟁 거리 가운데 하나다.
우리 몸에는 시간에 따라 기분이나 신진대사, 체온 등이 달라지는 생체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운동시간에 따라 운동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건 꽤나 그럴듯한 추론이다.
대체적으로 오후, 특히 저녁 무렵에 운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성별이나 운동 유형, 운동 목표에 따라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아침에 운동할 때 체지방이 더 많이 빠지는 반면 남성은 저녁에 운동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엔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는 비만인들이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후 6시 이후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계산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한 40살 이상 비만 성인 3만명의 8년치 건강 및 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만인 사람들은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발표했다. 이들은 심혈관 질환은 없었으나 3천명은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운동시간대를 아침(오전 6시~낮 12시), 오후(낮 12시~오후 6시), 저녁(오후 6시~자정)으로 나눠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저녁에 중강도 또는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한 사람들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및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61% 낮았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은 36%, 미세혈관 질환 위험은 24% 낮았다. 특히 저녁때 3분 이상 중~고강도로 운동하는 횟수가 하루 총 운동량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중강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운동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빠르게 걷기, 춤추기, 낙엽 쓸기 같은 운동이다. 고강도 운동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매우 빨라지는 운동을 말한다. 예컨대 자전거 타기, 달리기(조깅), 수영, 무거운 물체 운반, 계단 오르기, 정원 손질, 테니스 하기 등이다.
아침과 오후 운동도 효과가 있었으나 저녁 운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침 운동은 사망 위험이 33%, 심혈관 질환 위험이 17%, 미세혈관 질환 위험이 21% 낮았고, 오후 운동은 사망 위험이 40%, 심혈관 질환과 미세혈관 질환 위험이 각각 16% 낮았다. 사망 위험의 경우 아침 운동에 비해 저녁 운동 효과가 거의 2배였다.
연구진은 저녁 운동이 가장 효과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로, 혈당 수치가 저녁에 가장 높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혈당이 상대적으로 높을 때 운동을 하면 혈액 속의 당분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칼로리 소비량이 더 늘어나 건강 개선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엠마누엘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인과 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하루 중 운동 시간대가 미래의 비만과 제2형 당뇨병 관리 등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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