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들한테 이거 좀 하지 말라고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홍콩 여행 중 식사를 하는 제 모습을 보더니 현지 가이드 찰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앞에 있던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홍콩에서 몇 년 간 많은 한국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 기자들의 촬영과 여행을 도와 온 찰스 가이드는 한국인들이 홍콩에 오면 공통적으로 잘 모르는 홍콩 생활 방식을 소개해줬습니다. 홍콩에 처음 방문한 게 아니었던 저도 미처 모르고 무심코 해온 행동들이 많았는데요. 홍콩에 가기 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특이한 현지 관습을 정리해드립니다.
식당에서 주는 넓적한 그릇, 앞접시 아닙니다.
홍콩 대부분의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밥그릇 같이 생긴 작은 보울과 그 밑에 넓은 접시를 함께 가져다줍니다. 커피 받침처럼 가운데가 컵 바닥 모양으로 패여 있는 것도 아닌 일반적인 접시입니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저는 자연스레 보울은 국물 덜어먹는 그릇으로 오른편에 두고, 납작한 접시는 메인 요리나 밑반찬을 덜어먹는 앞접시로 왼쪽에 두고 활용하려 했는데요. 홍콩 사람들은 보울만 앞접시로 활용하고, 밑에 함께 나오는 접시는 뼈나 껍질을 버리는 용도로 보울 밑에 그대로 둔다고 합니다. 따라서 식당에서도 접시는 설거지를 하지 않거나 물로만 대충 헹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네요. 어차피 홍콩 사람들에겐 ‘더러운 접시’라는 인식이 있어 깨끗하게 닦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넓은 앞접시에 익숙해진 한국인으로서 약간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밥그릇같이 생긴 보울에 국물은 물론 일반 요리들까지 모두 덜어 드셔야 합니다.
큰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 마시라고 주는 물 아닙니다.
홍콩 일부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기 전 커다란 보울과 보온병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는데요. 보온병에는 따뜻한 물이 담겨 있고 간혹 레몬이 들어있기도 해 마시는 물로 착각해 컵에 따라 드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함께 나온 큰 보울은 감자탕 뼈통 같은 용도인가, 집게나 가위를 넣어두는 용도인가 궁금하실 텐에요. 뜻밖에도 이 물과 보울은 그릇과 수저 등 식기를 한 번 더 닦으라고 준 것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애초에 설거지를 깨끗이 해서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싶은 마음이 드실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찰스 가이드에 따르면 홍콩은 기름진 요리가 많고 흰 그릇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설거지할 때 이물질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보통 식당에서 음식을 내주기 전 뜨거운 물과 큰 보울을 가져다주면, 손님이 직접 뜨거운 물을 보울에 붓고 식기를 그 안에 담아 한 번 더 세척한다고 하네요.
홍콩에서는 마시는 물로 대개 차를 담은 작은 주전자에 내 줍니다. 물이나 차를 따로 구매해야 경우도 종종 있고요. 큰 보온병의 온수는 식사 전 그릇을 한 번 더 씻는 용도, 주전자에 담긴 차는 마시는 용도임을 꼭 기억합시다.
또 식용비둘기나 크랩같이 손으로 먹는 음식을 먹을 때 홍콩 음식점에선 비닐장갑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장갑 대신 차가 담긴 그릇을 줬는데, 음식을 먹고 더러워진 손을 이 차에 씻었다고 하네요. 요즘은 이런 경우 음식점에서 물수건을 제공한다고 해 차로 손을 씻는 일은 드물 것 같습니다.
냅킨 좀 달라고요? 돈 내고 사셔야 합니다.
넘칠 땐 몰랐습니다. ‘그것’의 귀중함을 말이죠. 홍콩 여행 중 가방에 꼭 챙겨 다녀야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휴지나 물티슈인데요.
한국에선 음식점이나 카페에 냅킨과 물티슈가 없는 경우를 상상하기 힘들죠. 하지만 홍콩에서 냅킨은 기본 서비스가 아닙니다. 테이블 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냅킨이 비치돼있지 않습니다. 대개 입구 계산대 앞에서 판매를 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죠. 그래서 홍콩 식당에선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각자 가방에서 휴대용 냅킨을 꺼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습관적으로 “냅킨 좀 달라”고 했다간 다 먹고 계산할 때 휴지 값이 추가돼있을 수 있답니다. 운 좋게 냅킨을 주는 식당에 갔다면 다음 식당에서 쓰기 위해 안 쓴 냅킨을 챙겨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횡단보도 소음, 빨리 건너라고 재촉하는 거 아닙니다.
찰스 가이드는 한국인들에게 “홍콩 횡단보도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녹색불로 바뀔 때마다 굉장히 크고 빠른 박자의 안내음이 들려 마치 빨리 건너야 할 것 같아 서두르게 되는데요. 이 소리가 난다고 해서 허겁지겁 건너지 않으셔도 됩니다.
홍콩은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아주 잘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횡단보도 안내음도 하나의 사례죠. 우리나라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음이 나오는 신호등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요. 홍콩 신호등도 같은 기능인데 소리가 한국에 비해 큰 것일 뿐이라고 하네요. 너무 놀라실 필요도, 헐레벌떡 길을 뛰어서 건너실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직접 여러 번 경험해보니 천천히 걸어서 건너도 빨간 불로 바뀔 때까지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었습니다.
길 건너는 얘기가 나와서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홍콩 대부분의 도로는 차가 양쪽으로 다닌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길 건널 때 차가 한 쪽에서만 오는 경우가 많아 무심코 홍콩에서도 한 쪽만 확인하게 될 수 있는데요.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홍콩의 특성 상 길 건너기 전 양쪽을 잘 살피고 조심스럽게 건너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 약국이나 들어가시게요? 가짜 약 살 수도 있습니다.
여행 중 갑자기 아프거나, 해외여행을 가면 늘 약을 쇼핑하는 경우라면 홍콩에서 아무 약국이나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찰스 가이드에 따르면 요즘 홍콩 길거리에 일부 비양심적인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약국이 부쩍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간혹 외국인들을 상대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받는 등 악덕 상술을 부리거나, 효과가 없는 약을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가장 가까운 약국에 들러 약을 샀다가는 가짜 약을 사거나 덤터기를 쓸 수 있으니 주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홍콩에서 약을 사야할 경우 왓슨스, 매닝스 등 인증된 약국으로 가는 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왓슨스나 매닝스에는 약사가 상주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약사가 있는 곳이라면 의사의 처방약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홍콩=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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