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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콩 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미있는 농업이야기 146]

더농부 조회수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 ‘콩콩팥팥’이 성황리에 종영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연예인들이 직접 농촌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 콩이란 무엇일까요? 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나왔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산 콩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오늘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리는 이유

항산화 작용, 골다공증,심혈관 특효

“콩, 작은 알에 담긴 다양한 가능성”

콩은 우리나라, 즉 한반도와 만주가 고향이며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자란 작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에서 4000년 전부터 콩이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조상들과 함께하며 된장, 두부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돼 왔다. 콩이 오랜 시간 동안 재배된 만큼 국내에는 콩 유전자원이 정말 풍부하다. 이 말은, 콩이라는 작물이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다.

다양한 국내 콩 자원 모습. ⓒ농촌진흥청

국내에서는 콩을 식품이나 사료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콩은 두부, 두유, 각종 장류, 콩나물 등 맛있는 음식 재료로 쓰이고 국외에서 수입되는 콩이나 그 부산물은 콩기름을 만들거나 동물 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콩은 단백질 40%, 탄수화물 35%, 지질 20% 그리고 5%의 무기질, 비타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릴 정도로 양질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콩이 가지고 있는 이소플라본, 레시틴, 사포닌 등 여러 유용 성분들은 항산화 작용, 골다공증 및 심혈관 질환 등의 기능성 효과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콩 한 알에서 이렇게 다양한 성분들이 있고 다양한 것들이 만들어진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콩 심은 데 콩만 나고 팥 심은 데 팥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 속담인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모든 일은 근본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임을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해 더 쉽게 말하면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과학적으로 콩을 심으면 콩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콩 품종 육성을 위한 콩 교배 과정 ⓒAgroscope

육종이란 식물이나 동물에서 원하는 형질을 강화하거나 도태시키기 위해 특정한 개체를 골라 교배시키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농부가 크고 달콤한 콩을 원한다면, 이런 특성을 가진 콩들을 골라서(선발) 심고, 다시 그 콩의 씨앗을 수확해서 심는 것을 반복(형질 고정)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다. 유전자는 생명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성을 결정하는 일종의 지침서 같은 것이다. 콩의 색깔, 크기, 모양 등이 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콩에는 콩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팥에는 팥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다. 콩 한 알을 심으면, 그 씨앗 안 유전자가 새로운 콩 식물이 어떻게 생길지 결정한다. 이게 바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현상이다.

콩 육종가들은 이런 유전자를 잘 이해하고, 원하는 형질이 강한 콩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콩을 교배시킨다. 예를 들어 병에 강하고 맛있는 콩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특성을 가진 콩들을 서로 교배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들게 된다. 그러니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현상은 유전자가 어떻게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육종가들이 어떻게 원하는 특성을 가진 식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콩 자급률 28.6% ‘국산 콩 위기’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이후 차츰 회복세

우리나라에서의 콩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조상들과 함께했으며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콩은 식품 산업의 원료 소비로 식용유지류 및 가공품과 두부류 제조에 약 76%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그 외에 장류, 두유 등 음료류, 사료·화장품 등 비식품류 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경기도 연천의 콩 육종 포장 전경. ⓒ농촌진흥청

이렇게 국내에서 오랫동안 재배돼 왔고, 음식 재료로 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콩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경지면적이 감소하고 값싼 외국산 콩이 국내로 대량 수입됨에 따라서 국내 콩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인 콩 식량자급률은 90년대 60%에서 2022년도 28.6%까지 하락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에서는 밀·콩 등 수입에 의존하는 작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겨울작물로 밀 또는 사료작물을 심은 이후에 여름작물로 논에 콩을 심는 경우 ㏊당 250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인 「전략작물직불제」를 2023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콩 재배면적은 2017년에 4만5천㏊까지 줄었다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논에서 키우는 콩 면적이 늘어나서 2023년에 약 9만5700개의 축구장 면적(6만7천㏊)까지 회복한 상태다.

콩 신품종 ‘강한’과 대원콩의 식물체 비교. ⓒ농촌진흥청

우리 국산 콩의 경쟁력을 높이고, 재배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에서는 다양한 콩 품종 육성과 생리, 콩 재배기술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콩 품종은 기존 품종보다 콩이 더 많이 달리고, 쓰러지지 않으며 기계로 콩을 거두기 편리하게 육성돼 농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성이 높은 콩, 알러지 없는 콩 및 대체 단백 시장을 겨냥한 콩 품종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논에서 콩을 심는 농가를 위해 물이 많은 논에서도 잘 자라고 병에 강한 콩 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땅속 배수 기술 같은 새로운 재배 방법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신품종 ‘강한’과 대원콩의 형질 모식도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은 농업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육종을 통해 더욱 가치 있는 국산 콩을 심어 소비자가 원하는 콩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산 콩 소비·보급 확대를 위한 콩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연구는 국내 농업의 지속성과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결과로, 아름다운 국산 콩이 우리 땅에 다시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글=김남걸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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