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EU 농민들’ 복합적 원인
생산비 급등했으나 외국 농산물 관세 면제로 경쟁력 잃어
“과도한 농산물 규제를 완화하라!”
“EU는 회원국 농민을 지켜라!”
지난 1월초 프랑스의 농민 시위에 참여한 한 농부는 “우크라이나는 EU(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데 우리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며 외쳤습니다. 1월 18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농민시위가 이탈리아, 폴란드 등 EU 국가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유럽 농민 시위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습니다. 그 바탕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비료 가격 폭등이 농민들의 분노를 촉발 시켰습니다. 농민들의 생산비가 높아졌으나 대형 유통업체들의 마진 폭리,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도 면제해 실질적으로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해마다 심화되는 가뭄, 폭우 등 기후 위기는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EU의 엄격한 친환경 규제도 농민들에게는 큰 짐이었습니다.
벨기에 트랙터 시위 현장 모습. ⓒReuters 유튜브 캡처
EU 각국 농민시위의 양상도 다양했습니다. 유럽 지역 중 제일 먼저 시위가 시작된 프랑스에서는 가장 큰 농민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농민들은 전국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 ‘렁지스 시장’을 봉쇄했습니다. 렁지스 시장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국제 농산물 시장입니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식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경찰은 장갑차를 투입해 이를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교통방해 등의 이유로 농민 90여명이 체포됐습니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벨기에 농민들은 제브뤼헤 항구의 진입로를 트랙터로 막았습니다. 제브뤼헤항은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이자 유럽의 주요 무역 통로입니다. 농민들은 항구뿐만 아니라 주요 고속도로도 트랙터로 막고 시위를 개진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농민 수백명이 트랙터를 몰고 나와 주요 항구, 도로의 교통을 차단했습니다. 헝가리·루마니아·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서도 시위는 이어졌습니다.
EU, 정상회의 후 움직였다
우크라이나에 관세 부과·환경 규제 완화
점점 격해지는 농민 시위에 EU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27개국 정상들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 우크라이나산 가금류와 설탕·달걀은 수입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EU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농가 보호 차원이었죠. 하지만 이제 수입량이 2022~2023년의 평균치를 넘으면 관세가 부과됩니다.
두 번째로 유럽 환경 보호를 위해 경작지의 4%를 휴경해야 했던 규제를 완화할 예정입니다. EU는 올해 한시적으로 휴경지 비율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 번째로 과도한 친환경 정책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2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농업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목표를 폐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EU는 2040년 탄소 감축 로드맵에서 농업과 관련된 메탄, 질소 등 가스를 30% 감축할 것을 권장하는 규제를 넣었는데요. 농민들이 현장을 모르는 과도한 친환경 정책이라고 반발하자 이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위 잠정 중단한 프랑스
다른 국가는 여전히 시위 중
국가 중에는 프랑스 정부만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국제 보도 전문 채널 프랑스24에 따르면 현지시간 2월 1일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가 축산 농가에 1억5000만유로(약 22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EU 기준보다 더 강력한 농약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계획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농민들이 트랙터로 도로를 봉쇄한 모습. ⓒReuters 유튜브 캡처
프랑스 정부가 농민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프랑스 농민은 1일 시위를 멈추기로 했습니다. AFP에 따르면 아르노 루소 전국농업조합연맹(FNSEA) 회장과 아르노 가이요 청년농민(JA)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 행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탈리아 농민은 5일에도 트랙터 시위를 계속했다. ⓒAFP News Agency 유튜브 캡처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의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농민들은 5일(현지시간) 로마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오르테’에 트랙터 150대를 배치하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그리스 농민 2000여명은 유류 특별소비세 및 농어촌 전기료 할인 등 정부의 기존 농업 정책을 비판하며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유럽 정상들은 지속되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유럽연합) 농민들의 분노가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규제 강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극우 정당의 표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EU(유럽연합) 농민 시위가 6월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의회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EU(유럽연합)가 그동안 내세웠던 환경 정책 전반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가장 큰 이유는 농업 경영비 상승과 자국의 농산물 가격 경쟁력 하락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위가 국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합니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농가가 농업 경영비 부담과 농산물 가격 변동,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압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농민도 농업 경영 부담 악화에 직면한 만큼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더농부 에디터 박의진
제작 총괄: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서울신문, <“생존 한계”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농민들 분노… 뾰족수 없는 EU>
중앙일보, <유럽 '트랙터 시위' 확산…놀란 EU, 우크라 농산물 수입 제한>
뉴시스, <佛 농민, 시위 중단하기로…"약속 이행 증거 제시 안 하면 새 시위">
매일일보, <유럽서 '극우 반대 시위' 지속…농민 권리 보장·가자 휴전 요구도>
서울경제,
이데일리, <"우릴 아주 푸대접했다" 성난 농민들…유럽 점령한 트랙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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