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줄이기 등 환경 인식 변화에 긍정적 효과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최근 미국은 ‘텀블러’ 하나 때문에 울고 웃고 있다. 대형할인점 타깃에서 스타벅스, 캠핑용품 업체인 스탠리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스타벅스 핑크 스탠리 퀜처 텀블러’ 때문이다. 한정판,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스탠리 텀블러는 젊은 층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죽하면 텐트치고 기다리며 오픈런을 하기도 했으며, 텀블러를 사려다 다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틱톡 등 SNS에는 이 텀블러를 선물하자 뛸 듯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가득했다.
특히, 스탠리 텀블러가 인기를 끈 이유 역시 SNS에 있다. 화재로 인해 차량이 전소됐지만, 스탠리 텀블러는 얼음이 남아있는 채로 멀쩡했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스탠리 바이럴 영상’이라 불린 이 영상 덕분에 스탠리 매출은 지난해 7억 5천만 달러(한화로 약 1조 5억 원)로 2019년 대비 10배 넘게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다회용 컵 사용 실천 운동 등이 확산하면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텀블러 사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텀블러를 다양한 액세서리로 꾸미는 ‘텀블러 꾸미기’부터 한정판 텀블러를 사들여 모으는 컬렉터도 생겨나고 있다.
반면, 유행에 따라 텀블러를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행태도 있어 환경보호가 맞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음료 할인 및 다양한 이벤트로 텀블러 사용 권장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으로 매장 내 다회용 컵이나 개인 컵 사용이 늘어나면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에서도 주문 시 텀블러를 주면 커피를 할인해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해당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제품을 알 수 있다. ‘텀블러‧다회용컵’ 항목을 보면, 11곳의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음료 주문 시 ‘텀블러(개인 컵) 사용’을 체크하면, 회당 300원이 적립되어 쌓인 금액을 환급할 수 있다.
홈페이지 정보와 각 카페 애플리케이션 가입 정보가 일치해야 하며, 매장 주문이 아닌 어플에서 주문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혜택이다.
여기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할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어플을 보면,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1잔당 ‘에코 보너스 스타’ 1개를 적립하거나 400원을 할인해 준다.
또한, 개인 컵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NFT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STARBUCKS STAR★LIGHT’는 고객이 사이렌 오더로 제조 음료 주문 시 개인 컵을 이용하면 영수증 당 에코 스탬프를 한 개씩 적립해 주고, 에코 스탬프 적립 미션 달성 시 스타벅스 NFT를 제공한다. 에코 스탬프를 적립한 개수에 따라 NFT가 발급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텀블러 구매 시 ‘에코 텀블러 음료 쿠폰’ 제공 ▲매월 10일 ‘일(1)회용컵 없는(0) 날’에 머그, 텀블러, 커피박 화분 키트, 베어리스타 스티커 등 제공 ▲상·하반기 개인 컵 최다 이용자에 1year, 1month 쿠폰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 등으로 개인 컵 사용량이 점차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최근 3년간 개인 컵 이용량’을 보면 2020년 1,739만 건에서 2023년(1~11월) 약 2,670만 건으로 931만 건이 증가한 셈이다.
또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인 ‘디저트39’는 탄소 배출 감소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는 일환으로, 주문한 음료를 리유저블 텀블러에 제공하고 있다. 해당 텀블러는 KOTITI 시험 연구원에서 검증한 것으로, 환경 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리유저블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게는 음료를 할인해 주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도시유전과 MOU를 체결해 리유저블 텀블러를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쳐 도시 에너지로 재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사 앱과 연동해 리유저블 텀블러에 고유 QR코드를 도입, 텀블러 재사용 주기를 추적해 고객이 직접적으로 탄소 감축 활동에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사회 기여를 인정받아 2022년도 ‘친환경 ESG 경영 그린어스(Green-Us)’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린어스’는 한국경영인증원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과 브랜드, 상품을 평가하고 한국환경경영학회가 검증하는 인증제도를 말한다.
지자체에서 직접 텀블러나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11월 ‘개인 컵 추가 할인제’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해당 제도는 카페의 개인 컵 사용 음료 할인액 외에 300원을 추가 할인해 주는 사업이다. 3개월간 총 104개 매장이 참여한 가운데, 총 5만 6천여 개의 개인 컵이 사용됐으며, 사용량이 점차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11월 사용 추이’를 보면 시행 첫 월인 9월 약 1만 건, 10월 약 1만 9천 건, 11월 약 2만 7천 건으로, 사업이 안정화될수록 월별 참여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5~12월까지 초‧중‧고와 대학교, 지역축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신청을 받아 ‘개인 컵 사용의 날(텀블러 데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총 28회 운영된 캠페인에는 시민 약 4만 5천 명이 참여했으며, 개인 컵 3만 6천 개가 사용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개인 컵 활성화 지원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약 10만 개의 개인 컵이 사용되었다고 전하며, 올해는 개인 컵 사용에 따른 포인트를 적립 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페이와 연계한 개인 컵 사용 포인트제’로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에서도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와 환경부(장관 한화진),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네이버(대외‧ESG 정책 대표 채선주)는 지난 23일 탄소중립‧녹색성장의 대국민 인식 제고 및 실천 유도를 위한 정보제공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을 통해 탄소중립포인트를 네이버페이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계좌나 에코머니포인트로 지급됐는데, 네이버 아이디로도 간편 로그인을 적용하고, 네이버페이로도 받을 수 있게 돼, 탄소중립포인트 제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온실가스 배출량, 플라스틱 컵보다 텀블러가 10배 높아
텀블러 사용으로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 텀블러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환경적인가 하는 지적도 많다. 유행처럼 텀블러를 필요하지 않은데도 구매하거나, 기업의 홍보 사은품이나 행사 기념품 등으로 텀블러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는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가 여러 개 쌓여있기도 하다.
각 환경단체는 일찍이 이런 행태를 보고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환경주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린워싱이란 ‘환경’을 뜻하는 ‘Green’과 ‘하얗게 칠하다, 은폐하다’라는 의미의 ‘White washing’이 합쳐진 단어를 말한다.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는 행위를 뜻한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에서 환경보호나 친환경 정책의 하나로 텀블러나 에코백을 사은품이나 기념품으로 제작해 증정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1년 스타벅스에서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해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도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리유저블 컵’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한정된 수량’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얻어 과열되기도 했다. 컵을 갖기 위해 길게 줄을 서거나 중고로 구매하려는 ‘대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시 논평을 내고 “‘리유저블 컵 사용’으로 일회용품 사용 감축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원 낭비와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행태이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불과하다. (중략) 리유저블 컵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polypropylene)’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텀블러 자체가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월등히 많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느냐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9년 KBS 보도에 따르면, 텀블러 제작부터 사용, 폐기되기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공개한 각각의 온실가스 배출량(gCO2-eq/ea)을 보면, 텀블러 671, 플라스틱 컵 52, 종이컵 28로, 텀블러가 플라스틱의 13배, 종이컵의 24배나 많았다.
반면, 텀블러를 오랜 시간 사용한다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결과도 나타났다. 그만큼 텀블러를 오래 사용해야 하지만, 보통 권장하는 사용기간은 6개월에서 1년, 길게 쓰면 2년 정도다. 사용 주기나 세척 방법에 따라 오래 사용할 수도 있지만, 보온‧보냉 기능이 떨어지거나 텀블러 내부가 망가지면 교체하기도 하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자주 바꾸는 경우도 많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환경단체의 우려, 역행하는 정부 정책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일회용품보다는 텀블러와 같은 다회용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어들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1회용품 규제 철회를 발표하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11월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전국 321개 시민/환경단체 기자회견 / 녹색연합 제공
전국 321개 시민/환경단체는 지난해 11월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1인시위를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각 환경단체는 ▲국민들은 1회용품에 대해 누구나 할 것 없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환경부가 국민들의 실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기후 위기를 해결할 골든 타임은 이제 5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전면 수정하고 탄소 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수진 소비자기후행동 서울 대표)
▲환경부의 갑작스런 일회용품 규제 철회는 환경부가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택한 것이며 이름만 환경부지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은 이미 우스개소리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시민들은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텀블러, 장바구니 등 다회용품에 적응해 가고 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일회용품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게으른 처사(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2016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4.4% 감축하기로 했지만, 통계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의 「국가온실가스통계」를 보면,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709.4에서 2018년 725로 늘었지만, 그 후 줄어드는 추세였다가 2020년 654.4에서 2021년 676.6으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UN에서도 2017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민국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고,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 기후대응기금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현 가능성을 두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정책이지만, 기후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는 시점에 실질적인 정책 실현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먼저 실천하는 방법은 텀블러를 무분별하게 사들이지 않고, 적정 기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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