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딸기. 우리나라 딸기 생산액은 1조 5천억 원으로 원예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또한 2022년 기준 4,025톤이 해외로 수출됐다. 달콤한 딸기의 매력과 세계로 향하는 우리 딸기의 성장 가능성을 짚어봤다.
딸기는 우리나라 원예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농촌진흥청
몸에 좋은 열매채소, 딸기
딸기는 영양학적으로 풍부한 기능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피로 해소,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 C는 딸기 100g당 67mg이 들어있다. 딸기의 붉은 색을 나타내는 기능성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혈관을 보호한다. 철분도 풍부해 빈혈에 시달리는 성장기 아이들이나 임산부에게 그만이다. 섬유질 등 유용성분을 다량 함유해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 효과도 보고돼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임산부에게 하루 500∼600μg의 엽산 복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딸기는 엽산을 100g당 54μg 함유하여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유익하다. 피세틴(fisetin)은 항산화, 항암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로 딸기에는 1g당 160μg의 피세틴이 들어있다. 미국암연구협회는 피세틴이 풍부한 딸기가 암 발병 위험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딸기는 자외선에 의해 피부의 콜라겐이 파괴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엘라그산(ellagic acid)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의 딸기 역사
우리나라에 딸기가 소개돼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00여 년 전이다. ⓒ농촌진흥청
우리나라 딸기 재배 역사는 100여 년에 불과하다. 국내 딸기 품종 개량은 1970년대 초반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시작했다. 당시 개발된 품종 중 ‘수홍’은 탄저병에 저항성이 뛰어나 1990년대 전국에서 30% 가까이 재배됐다. 이후 봄철 수확량이 많은 ‘육보’와 첫 수확이 빠른 ‘장희’ 등 일본 품종이 다시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품종이 90% 가까이 차지하였다. 그러다 한국과 일본이 2002년 1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 우리나라 딸기 농가는 ‘로열티’라는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딸기연구사업단’은 품질이 우수하고 수량성 높은 국산 딸기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농촌진흥청
이에 2000년대 중반부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비롯한 농촌진흥기관은 로열티 현안 문제를 극복하고 일본 품종을 대체할 딸기 품종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6년 1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중심으로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국·공립 연구기관을 비롯해 대학 등 학계, 산업체가 망라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딸기 전문가가 모두 모인 ‘딸기연구사업단’이다. 사업단 출범의 목적은 당도가 높고 열매가 크며 수량성이 높은 국산 딸기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 ⓒ농촌진흥청
그중 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한 ‘설향’은 딸기 품종 국산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품종으로 현재 전체 딸기의 81%를 점유하며 대표적인 국산 품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설향’은 꽃이 빨리 피고 생육이 좋은 ‘장희’와 병에 강하고 저장성이 좋은 ‘육보’를 교배하여 생육이 좋고 알이 크게 육성했다. 모본(엄마)과 부본(아빠)이 모두 일본 품종이지만 품종 개발 과정 중 유전자원으로 활용 가능하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설향’은 수량이 많고 흰가루병에 강해 재배 농가의 선호도가 크며 과즙이 풍부하고 과실이 커 소비자에게도 인기가 높다. ‘눈 속의 향기’라는 이름대로 이른 봄에 맛볼 수 있어서 딸기를 겨울 제철 과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순식간에 농가에 보급돼 일본 품종의 점유율을 뛰어넘어 우리나라 딸기 국산화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당도와 경도가 우수한 국산 딸기 품종인 매향. ⓒ농촌진흥청
‘설향’ 이후 다양한 딸기 품종이 육성됐는데 현재 ‘금실’ ‘매향’ 등 당도와 경도가 우수한 국산 품종이 신선 딸기 수출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다. 대과종 딸기 ‘아리향’, ‘킹스베리’, 고품질 딸기 ‘대왕’, ‘비타베리’와 ‘하이베리’ 등 다양한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최근 흰딸기 등 개성 있는 품종 또한 시장에서 관심받고 있다. 과거 국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육성되던 딸기 품종은 최근 민간에서의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신품종에 대한 재배 농가와 소비자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우수한 딸기 품종의 활발한 출원으로 국산 품종의 점유율은 2005년 9%에서 2010년 61%, 현재는 98%에 이른다.
신품종 딸기인 하이베리. ⓒ농촌진흥청
딸기, 더 멀리 더 신선하게
딸기가 지닌 고유의 특성을 유지해 신선하게 수출하려면 재배 기술 못지않게 수확 후 상품화하는 ‘품질관리기술’이 중요하다. 딸기는 수확한 뒤부터 물러짐과 곰팡이 등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수출할 때는 일주일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신선도 유지 기술을 투입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딸기의 단단함을 유지하고, 곰팡이 번식을 억제해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동시복합처리(이산화탄소 + 이산화염소)’ 기술을 개발해 수출 현장에 보급했다. 딸기에 이산화탄소를 30% 농도로 3시간 처리하면 단단함은 1.5~2배 증가하고, 여기에 이산화염소 10ppm을 30분간 함께 처리하면 곰팡이로 인한 부패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면 물러짐과 부패는 15~20% 줄고, 저온(2℃)에서 신선도는 3~4일간 더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기능성 엠에이(MA) 난좌형 1단 포장 용기를 개발하여 미숙과 수출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 ‘매향’을 대체한 ‘금실’, ‘아리향’ 등 신품종 딸기에 적용하여 상품화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대기환경 조절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고도화된 품질관리 기술인 시에이(CA).ⓒ농촌진흥청
최근에는 수출 물류비 지원 중단으로 선박 이용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시에이(CA)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환경조건을 구명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시에이(CA)는 대기환경 조절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고도화된 품질관리 기술로 대기 중의 산소 농도를 1~5%로 낮추고, 이산화탄소를 3~15% 정도로 높여 호흡과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시에이(CA) 컨테이너는 이러한 기술을 수송 컨테이너에 적용한 것으로 딸기를 산소 5%, 이산화탄소 12%로 설정해 홍콩으로 시범 수출한 결과 착색 지연, 단단함 유지, 곰팡이 발생 억제 등 상품성이 양호하였다.
품종 개발과 수출, 산업 확대로 이어지길
우수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한 끝에 딸기가 수출 효자 품목으로 거듭났다. ⓒ농촌진흥청
150여 년의 재배 역사를 가진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딸기는 50여 년의 짧은 품종 육성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로열티 문제를 극복하고 우수한 국산 품종을 소비자의 식탁에 올린 것은 한국 농업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설향’을 필두로 국산 딸기가 일본을 넘어 품종 독립을 이루고 수출 효자 품목으로 거듭난 것은 우수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는 노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농촌진흥청 등 국내 딸기 품종 개발 기관은 맛 좋고 유통성이 우수한 다양한 신품종을 육성하고, 신품종에 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해 국산 품종 보급률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다양한 딸기를 육성하면 농업인은 차별화된 재배와 유통 전략으로 개성 있는 딸기 품종을 생산하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소비자는 딸기 품종의 선택권이 늘어나 기호에 맞는 딸기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우수한 딸기 품종을 보급하는 노력이 열매를 맺어 우리 딸기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딸기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농촌진흥청
글=최수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
장민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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