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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는 ‘청년’이다. 1962년생으로 62세란 생물학적 나이는 그가 내뿜는 열정 앞에선 숫자에 불과하다. 열정과 소명은 소강석 목사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다.
소 목사는 1962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광주신학교(현 광신대학교)를 나왔다. 이후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에 새에덴교회를 세웠다. 이후 새에덴교회는 점차 교인이 늘면서 경기 성남 분당을 거쳐 2005년 용인 죽전으로 옮겼다. 현재 교회 신자는 5만명에 달한다. 소 목사는 이후 2020년 9월 국내 최대 개신교 교단인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에 선출되고 그해 12월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맡았다. 교계 지도자로 우뚝 선 셈이다.
최근 만난 소 목사는 2024년을 중요한 해라고 봤다. 코로나19 여파에서 교회가 완전히 회복되는 해이자 핵개인화된 사회에 다시 복음의 가치를 증명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소 목사는 제아무리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전해도 죄와 죽음이란 근본적인 질문이 있는 한 여전히 복음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영성이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이 종교인다워야 한다고 보고 새해에도 우리사회를 섬기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말하고자 했다. 다음은 소 목사와 나눈 대화다.
-17년간 한국전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민간 보훈활동을 해오셨다. 아쉽게도 요즘에는 보훈이 이념 대결의 장이 된 느낌이다.
“보은(報恩)이 한 인격의 품격이라면 보훈(報勳)은 한 국가의 품격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애국선열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날의 경제 번영과 자유를 누리면서 살 수 없었다. 이런 보훈의식을 갖고 한국교회 최초로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시작해 17년이 지났다. 새에덴교회는 정말 이름 없이 섬겨왔는데, 지난달 19일에 국가보훈부에서 보훈문화상 단체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보훈은 결코 이념의 편 가르기나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국가보훈부의 슬로건이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라고 한다. 정말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이 땅의 독립과 자유, 번영과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 유공자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올해는 방문 보훈행사를 한다고 들었다.
“참전용사들의 초고령화로 인해 올해부터는 미국 현지로 가서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하려고 한다. 텍사스에서 열리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탑 준공식에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서 보훈 행사를 하고, 워싱턴으로 가서 참전용사들을 초청해서 섬기려고 한다.”
-우리사회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느낌이다. 한 말씀해주신다면.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에 가면 제노사이드 박물관이 있다. 르완다는 투치족과 후투족과의 내전으로 100일 동안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제노사이드 박물관에 가면 학살 당한 사람들의 일부 유골을 전시 해 놨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내전 당시 후투족 통치자들이 투치족을 학살하기 시작하자 일부 투치족들은 죽지 않으려고 카톨릭 성당으로 도망갔다. 그런데 당시 카톨릭 사제들이 후투족 편이어서 성당으로 모여든 투치족들을 사제들과 수녀들이 다 죽여 버렸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런데 개신교 장로교회로 피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고 다 살았다. 이는 장로교 총회장이었던 목사님이 교회로 도망온 사람들 모두 숨겨줬기 때문이다. 대신 총회장 목사님은 이 일로 목숨을 잃었다. 반면 가톨릭은 불명예를 얻었다. 처음에는 제노사이드 역사를 부인했지만,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종교의 역할은 사람을 살리고, 전염병을 막고, 전쟁을 막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회 갈등이나 내전,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저는 이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사회 갈등이 격해질 때 머뭇거리지 않고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들이 다들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위로나 격려를 해주신다면.
“최근에 13번째 시집인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를 출간했다. 출간하자마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결국 출판사 사장님의 요청으로 북 콘서트를 하게 됐다. 저는 시는 사랑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 시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비바람이 불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모든 날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될 거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리 추운 겨울일지라도 가슴에 그리운 이름 하나 가지고 있다면 따뜻해지지 않을까.”
-종교가 없는 인구가 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종교인의 책무란.
“스위스 출신 신학자 한스 큉은 미래로 갈수록 하나님을 향한 신심과 영성에 대한 갈망은 커지겠지만 기존 교회에 대해선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측대로 노마드(Nomad·유목민) 신자가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러한 시대가 더 빨리왔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는 미래시대일수록 ‘생명’이 ‘자본’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AI 인간이 판을 치면 칠수록 생명을 중시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생명을 중시하는 시대는 당연히 종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죄와 죽음의 문제로 갈등하게 돼 있다. 죄와 죽음의 문제 대한 유일한 답은 복음의 진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생명력을 흘러넘치게 한다면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목회자가 위기의식을 갖고 사랑과 섬김의 삶을 실천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변해야 한다고 보셨는데.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현상 중에 가장 큰 특징은 ‘핵개인화’다.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라는 책에 나오는데 단어로, 핵개인이란 더이상 가족이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애호를 즐기며 살아가는 개인 또는 개인 사회를 의미한다. 핵개인화 현상은 탈종교화 현상을 수반한다. 그러나 동시에 영성을 향한 갈망이나 아날로그적 만남에 대한 향수는 더 짙어질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사회 변화를 깨닫고 변화된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하다. 교회 밖으로 흩어진 성도들을 불러드리고 복음을 다시 전해야 한다.”
-새해 독자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제가 쓴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라는 시집에 ‘봄1’이라는 시가 있다. 시의 내용처럼 아무리 눈앞의 현실이 어둡고 절망적일지라도 눈 한 번만 돌리고 생각 한 번만 바꾸면 세상이 다 봄인 것을 깨닫게 된다. 눈앞에 꽃 한 송이가 졌다고 좌절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어나 눈을 들어보면 사방 천지가 다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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