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캠핑장 중에서도 마음에 쏘옥 들어 다시 찾게 된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서귀포 자연휴양림. 비가 내린 덕분에 더욱 차분해진 숲속 캠핑장이다. 불편함을 불편하다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캠핑장이라 생각하며 특히 솔로캠핑을 즐기는 분에게 더욱 좋을 듯하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빌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다가 제주 3박 4일 여행 중 2박 3일을 예약한 서귀포자연휴양림 도착.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된 것으로 보아 여러 캠퍼들이 숲속 어딘가 자신의 데크를 점령하고 있을 게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오랜 운전습관 중 하나가 몰아서 볼 일 보기?
참았던 그것을 여기 해우소에 풀어놓고 그 시원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 자체도 즐겁다.
전에도 느꼈던 그대로 시설이 첨단은 아니지만 청결상태만큼은 첨단인 서귀포 자연휴양림이란 생각이 든다.
제주 캠핑장을 모두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다녀 본 유료 캠핑장 중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무료 캠핑장은 청결에 관해 비교할 바가 아니니까.
내리던 비가 그쳤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과거와 달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젠 비 내리고 눈 내리는 거 세팅하는 동안은 거절하고 싶단 생각이며 마찬가지로 철수할 때도 절대 거절이다.
등짐 하나로 제주에 왔기 때문에 리어카 이용할 일은 없는 상황. 사부작사부작 데크 찾아 거닌다.
그리고 발견한 나의 데크 B4.
제주 캠핑장 중에서 가장 빠른 시일에 연속으로 이용해 본 것은 이곳이 처음인 듯.
팩 다운 필요 없는 자립형 텐트이긴 하지만 일기예보에 바람이 세다고 한데다 내일 돌아다니는 동안 텐트 홀로 데크를 지켜야 하니 흔들리지 말라고 힘을 실어준다. 오징어 팩 있으면 좋을 텐데 한 뭉텅이는 후배 줘버리고 또 한 뭉텅이는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해 결국 비상용으로 쟁여놨던 나사 팩을 들고 왔다.
잠자리 세팅은 언제나처럼 동일하게.
세팅을 마치고 보니 이미 해는 기울고 서늘한 저녁이다.
지금 부는 바람은 어제의 그 바람이 아닌 듯.
무척이나 냉정하다.
오늘의 저녁 식사는 사천 마라탕 면?
오뚜기 진라면?
선택받은 것은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코펠에 덤벙 던져 넣고 봉투는 각지게 잘 접는다.
언제부터 생긴 버릇인지 모르겠지만 매번 이렇게 접어 놓으니 널브러지지 않고 깔끔해 좋긴 하다.
이제 물을 넣고 발발발 끓여주면 되는데…
실수를 저질렀다.
물을 너무 풍부하게 넣었음.
라면 물 맞추는 것에 관한한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데 이곳 제주 캠핑장에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실수를 한 것.
하는 수없이 남긴 수프를 다 넣고 1분 동안 다시 끓여주기.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사진 두 컷 장전.
별 사진도 습관처럼 찍는다.
과거처럼 DSLR 들고 정성 들여 찍지 않고 스마트폰 프로모드로 대충 찍어대는 이상한 습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 엉성함이여!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직 해가 한라산에 가려진 겐지 어두운 편.
서귀포 자연휴양림이 제주도 서쪽인 것은 맞지만 동쪽으로부터 한라산을 넘어오자마자 위치한 곳이라 해가 후딱 떠오르질 않는다. 그리고 제주도를 동서로 3등분을 하면 서귀포 자연휴양림은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는 제주도 서쪽이면서 어정쩡한 서쪽이라 해야 맞겠다.
아침식사를 위해 물을 붓고 불을 쏘아댄다.
오늘은 시작부터 얼큰하게.
처음 도전하는 마라탕 면.
어떤 맛을 선사할지 몹시 궁금하다.
일단 비주얼 쥑이네!
여기 제주 캠핑장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캠핑 기억을 떠올려봐도 사천 마라탕면 먹어본 기록이 없다.
오늘이 그 첫 경험.
당연히 기대된다.
사천 마라탕 면 맛이 어떠한지 궁금하시겠지만 노코멘트하겠다. 하지만 스티커 하나는 남긴다.
식사를 마치고 대충 정리한 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준비한다. 그리고 다니며서 마실 커피도 내리기 위해.
아무래도 오늘 아침 커피는 믹스가 필요할 듯.
음 ~ 역시 믹스커피로구나.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도 자주 오는 제주도지만 역시 제주도는 올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드는 여행지.
저녁에는 후배와 선배 내외께서 캠핑을 오시기로 해 제주도 서쪽으로만 돌아다니다 다시 서귀포 자연휴양림 나의 아지트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늦은 탓에 벌써부터 도착해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신 선배와 형수.
사이트 번호를 찾아 찾아 나섰다.
오지스러운 숲속 캠핑장인 서귀포 자연휴양림 안에서도 가장 구석탱이에 자리 잡은 선배 부부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게다가 해가 진 뒤라 찾기가 더욱 어려웠음. 가장 구석진 곳이기에 화장실 가려면 한참 걸어야 할 듯.
여하튼 도착해 보니 형수는 삼겹살에 포기김치까지 준비해 오셨고 이미 구워지고 있다.
그리들에 잘 구워진 삼겹살 그리고 포기김치.
게다가 내가 굽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행복한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은 계속 이어지지만 여기 서귀포 자연휴양림의 특성상 22시를 넘기기는 어렵다.
모든 제주 캠핑장이 그러한 것은 아니고 신기하게도 이곳만 자체적으로 매너 타임이 22시가 된 듯하다.
오붓하게 속삭이는 선배 내외를 남겨둔 채 나와 후배는 각자의 사이트를 찾아 떠나갈 시간. 생각보다 일찍 끝난 만남이지만 내일 아침에 피곤하지 않은 얼굴을 반기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침 먹으러 오라는 선배의 호출.
그 구석탱이로 찾아가니 뭔가를 촬영하느라 바쁘다.
선배의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찍새.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사진과 예비 신부와 신랑의 독창적인 모습을 촬영해 주는 재미를 즐기는 분.
예쁜 사진을 찍어주니 입소문이 난 덕에 여러 직업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게 됐다고 하니 잘하는 게 문제인지 장점인지 헛갈린다. 여차하면 취미가 직업이 될 듯.
형수는 이미 아침식사 준비를 끝내고 나와 후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셨다고.
아침 식사는 베트남 쌀국수.
그릇이 여의치 않아 난 코펠째 먹어치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씩을 나누며 도란도란 나누는 아침 수다도 캠핑의 묘미 중 하나.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그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시간을 멈출 방법이 없다.
짐을 정리해 차로 이동.
이제 이곳 제주 캠핑장을 나서면 선배도 후배도 쿠니도 각자의 계획대로 각자의 길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동행을 했던 후배 2명의 얼굴이나 모습을 한 컷도 촬영하지 않았다. 후기를 작성하며 이상하다 싶어 모든 사진을 다 뒤져봤음에도 없다. 거참 ~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제주 캠핑장으로 인상적이었던 곳 2곳을 손꼽으라면 무조건 서귀포 자연휴양림이 1순위고 다음이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의 무료 캠핑장이란 생각이 든다.
https://tv.naver.com/v/429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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