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입구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동
의상봉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오랜만에 북한산 등산 코스를 찾았다.
오늘의 들머리는 북한산성입구.
북한산성입구 1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설렁설렁 걸어 올라오면 의상봉 방향과 백운대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보인다. 아마도 서울등산코스를 선호하는 분들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찾는 등산코스 중 한 곳일 거라 생각된다.
구간별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는 탐방로 안내 지도를 보면,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의상봉 방향은 현 위치로부터 난이도 보통으로 시작해 곧바로 매우 어려움이 계속 이어지는 구간이다.
흔히 의상능선이라 말하는 그곳.
아마도 북한산 등산 코스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라 생각된다.
산행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면 그다지 어려움이 없겠지만 등산 초보자라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코스다.
주차장이 아닌 북한산성입구 출발 후 1km 정도의 걷기를 마칠 즈음 시작되는 난이도 매우 어려움 구간.
북한산 등산 코스 중 의상능선이라 부르는 곳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 서울등산코스를 걸었던 것이 아마도 3년 전쯤이었던 듯.
3년 전 난 등짐을 가득하게 메고 의상봉 의상능선을 지나 용출봉 – 증취봉 – 나월봉 – 문수봉 – 보국문 – 시단봉을 지나 소귀천 계곡을 내려가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우이분소 방향으로 걸었었다.
산행을 마친 뒤 다시는 걷기 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짧게 걸어 볼 요량으로 서울등산코스를 찾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코스를 또 선택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을 함부로 결론지으면 안 된다 말하가 보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인다면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푸른 하늘과 솜털처럼 뭉쳐있는 하얀 구름.
또 다른 하늘은 구름을 띄우지 않은 파란 하늘.
가을의 하늘이 다른 계절의 하늘보다 더 높고 푸르러 보인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쉴 만한 공간이 있으면 끊임없이 쉬어 준다.
과거처럼 무식하게 직진! 만을 외치지 않는 노련함이 생겼다.
어떤 이들은 나이 든 탓이다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난 노련함이 말하고 싶다.
거기에 더해 포기할 줄도 아는 현명함이 생기기도 했다.
안 되는 것,
어려운 것을 억지로 행하다 보면 분명 사고로 이어진다.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저 중요한 건 나의 안전이다.
심각하게 어렵거나 위험한 것은 오기를 부린다 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면 만사가 편하다.
하지만 가능한 것조차 지레 겁먹고 시도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
오늘 선택한 서울등산코스를 걸으며 그러한 이치를 생각해 본다.
방금 올라온 길을 되돌아본다.
올라올 땐 잘 몰랐으나 올라와서 보니 경사가 상당하다.
꽤 높아 보이지만 북한산성 입구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아마 2km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오름과 오름.
오늘 선택한 북한산 등산 코스가 의상능선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길의 형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다.
그러나 난 의상능선 전체를 걷지 않고 기사당암문에서 청수동 계곡 방향으로 원점회귀할 예정이다.
이 바위 이름이 뭐라더라?
듣긴 했는데 돌아서면 까먹는다.
에잉 ~
살짝 숨이 차긴 하지만 아직 힘이 빠진 게 아니므로 걸으며 호흡을 관리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냥 푸욱 쉬는 것이 낫다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의 산행 시 호흡관리법은 걸음의 완속을 조절하는 것으로 하며 아예 멈춰 쉬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완전히 멈췄다 다시 출발할 때의 그 힘겨움이 싫어서다.
아찔한 곳이다.
커다란 암릉 위로 올라서서 매끄럽게 이어지는 벼랑을 보고 있자면 스르르 미끄러져 떨어질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 딱 자른 벼랑에는 아무렇지 않게 올라서면서도 이런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벼랑은 은근 무섭다.
누가 이렇게 돌을 쌓아놨나?
아니다. 이곳은 성랑지다.
‘성랑’이란 성을 지키는 초소를 말하며 성랑지란 그 장소를 말한다. 북한산성에 있던 성랑은 모두 143개로 지금 보은 이 성랑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계속해서 걷는다면 몇 개의 성랑지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위와 나무, 누가 먼저일까?
출발할 때 못 보았던 분이 나를 스쳐 지난다.
확실히 내 걸음이 느리긴 한가보다.
아~ 그러고 보니 나와 함께 출발했던 외국인 무리들은 벌써 사라져 보이질 않는다. 말을 들어볼 때 영어는 아니었고 북유럽 쪽의 강한 억양이 느껴지는 20대 초반의 5명이었는데 눈을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짓는 얼굴이 좋았다.
오늘 걷는 북한산 등산 코스 의상능선은 보이는 바와 같이 가파른 경사의 연속이다.
힘이 부친다 싶을 땐 억지로 걷기보다 차라리 푹 쉬는 것이 낫다. 그래야 나의 안전이 담보된다.
아래쪽에서 봤던 그 곡선을 이룬 벼랑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으아 ~ 아찔하다.
서울등산코스 중 북한산은 그 어떤 코스를 걷더라도 흥미로운 편인데 그중에서도 의상능선이 으뜸이지 않을까?
물론, 이건 나 쿠니만의 주관적 의견이다.
저 위에서부터 구르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아래까지 쭈욱 굴러떨어질 것만 같다.
바위 위에 올라 잠시 전망을 내려다본다.
우리의 산, 멋지고 또 멋지구나!
아마도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용출봉이지 싶다.
용출봉에서 증취봉까지 날카로운 능선을 타다가 부왕동암문을 향할 때면 한시름 놓게 되지만 다시 이어지는 문수봉까지의 약 1.2km 구간은 정신이 아찔해질 때까지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힘을 쓰게 만드는 코스다.
하지만 난 기사당암문에서 휙 돌아 나올 거니까.
의상봉에 이르기 전 능선 길이 여유롭다.
짜잔 ~ 이곳이 바로 의상봉 정상.
지금까지 보아왔던 능선 뷰를 생각할 때 의상봉 정상 뷰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을 풀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의상봉 성랑지를 지나 바로 옆의 헬리포트.
서울등산코스 중 하필 난이도 최절정에 이른 의상능선을 선택한 분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하산을 시작한다.
그들에겐 또 다른 고행의 길일지라도 기사당암문에서 원점회귀하는 쿠니는 룰루랄라 ~
맞네 용출봉.
아래로 향하는 능선 길을 따라 기사당 암문에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의상능선 고행길.
또 다른 성랑지를 스치고 기사당 암문을 지난다.
이제 이곳부터는 나름 경사도가 있는 숲길을 따라 지난다.
의상봉과 용출봉 자락의 사이의 청수동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숲길 코스라 하겠다.
능선을 따라 걸을 땐 북한산성입구를 뒤로하고 점점 멀어졌지만 기사당암문을 지나면서부터는 북한산성입구가 점점 가까워지는 기쁨이 있다. 다른 분들은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질체력 쿠니는 날머리가 가까워질수록 즐거움이 커진다.
그런데 이 길은 산객들의 걸음이 많지 않은가 보다.
길이긴 하나 잘 보이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일몰 후 하산 시에는 등로가 헛갈릴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진행 방향은 백화사.
이제 1.2km 남았다.
흐흐흐 ~
어디선가 청량하게 들리는 물소리.
음… 맞아. 이곳은 청수동 계곡이었음.
말 그대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조금씩 고도를 낮추니 청수동 계곡이 바로 옆이다.
여름철이라면 가까운 곳으로 내려가 발이라도 담갔으려나?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걸리면 과태료.
드디어 탐방로 계수기 통과하며 북한산 등산 코스 산행을 마치게 된다. 계수기를 통과하며 왼쪽으로 가면 백화사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북한산성입구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방향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200여 미터 아래로 주차장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이기도 하며 저 앞의 비석은 경천군 송금물침비(慶川君 松禁勿侵碑)라 부른다.
조선 시대 이해룡은 일본과의 화평 교섭에서 크게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천군(慶川君)으로 봉해지게 되며 이곳이 사패지(임금이 하사한 토지) 임을 알리는 비석.
비석 전면부에는 ‘경천군에게 내려준 이 땅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소나무를 베지 말라’는 내용이 있고 뒷면에는 1614년 10월에 비석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이해룡은 한석봉과 함께 당대의 명필로 알려져 있으며 임진왜란 즈음하여 통신사의 일행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드디어 2023년 첫 가을산행으로 선택한 북한산 등산 코스 의상능선 코스 땡! 이 코스는,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고 ‘천천히’라는 옵션을 붙이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서울등산코스라 하겠으며 짧긴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코스이기도 하다.
북한산 등산 코스 북한산성입구 출발 서울등산코스 영상 2분 10초.
https://tv.naver.com/v/4112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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