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도심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지역이 보기에 참 좋다. 다시 말해, 제주드라이브코스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치좋은곳이 제주도 전체에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100고지습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1100로 1555
이곳은 1100도로를 달리다 만나게 되는 제주도 1100고지 습지 휴게소 주차장.
1100도로를 오른쪽으로 두고 저 앞으로 잘빠진 몸매의 늠름한 청춘 3명이 걸어가는 방향에 백록이 보인다.
먼저 그곳으로 갈 거다.
제주드라이브코스 1100도로 경치좋은곳 제주도 1100고지 습지 영상1분 11초.
https://tv.naver.com/v/39317437
2층의 팔각정은 현재 GS25가 오픈해 있고 우리가 흔히 아는 편의점의 그것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물론, 잠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이곳은 ‘천백고지 휴게소’라 이름했었는데 아마도 문을 닫고 편의점으로 재오픈한 듯하다.
왼쪽으로는 화장실이.
1100 맞은편으로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제주도 1100고지 습지가 있고 그 뒤로 완만하게 솟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947.2m의 한라산이자 세계 자연유산이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울룩불룩한 오름은 윗세오름, 장구목오름, 어스렁오름, 이스렁오름, 볼레오름, 왕오름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 보니 오름이 자그마한 언덕으로 보이고 한라산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현재 서 있는 곳의 고도가 해발 1,100m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 아래쪽부터 올라온다 할 때 엄청난 높이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우선 백록을 만나러 왔다.
1,000년을 산 사슴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1,500년을 산 사슴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사슴이 1,000년을 살게 될 경우 청록이 되고 다시 500년을 더 살면 비로소 백록이 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1,500년을 산 사슴을 수시로 만날 정도로 신성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생뚱맞게 가져보고…
내 마음이니까.
백록의 전설비
장생과 영생을 상징하는 사슴,
사슴뿔은 나뭇가지 모양을 하고 돋아나기에 사슴은 대지로부터 난 영험한 동물로 믿어왔다.
그리고 신선과 함께 한라산을 지키고 이 나라를 지키고 우리 민족을 지켜오는 영물이었고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에 생긴 연못은 그 사슴이 노닐던 연못이기에 백록담이라 이름했다.
증거 따위 없다. 그냥 믿는다.
그런 믿음을 굳건히 하며 안으로 안으로 더 걸어가면,
비석과 동상 하나.
산악인 고상돈 기념비와 고상돈 상.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나 산악인이 아니라면 이젠 모르는 분들 많을 거라 생각되는 인물이다.
산악인 고상돈은 우리나라 사람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른 분으로 이후 박영석, 엄홍길 등 후배들을 위한 길을 터 준 업적을 남겼다. 게다가 그는 제주도 출생의 산악인이기에 후배 산악인들과 관계자들이 이곳 경치좋은곳 1100도로에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은 요즘 흔하디흔한 일이 되었다지만 당시만 해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으며 산악인 고상돈이 정상 등반에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 쾌거이고 포스트 몬순 기간의 등정으로는 세계 세 번째라는 기록을 지니고 있다.
몬순은 태양에 의해 땅이 데워지는 속도와 양, 대양(바다)이 데워지는 속도와 양, 지구의 자전 등의 영향으로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역마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고 최근 지구 온난화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이상 변화, 빠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포스트 몬순은 히말라야 등반을 함에 있어 문순이 끝난 직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몬순 바람이 불어오기 이전인 프레 몬순 시즌의 2~3주간을 이용해 등반을 한다.
제주드라이브코스 1100도로를 건너 맞은편 탐방로 입구로 향한다.
경치좋은곳, 제주도 1100고지 습지 탐방로 입구.
처음부터 끝까지 데크로드 675m이며 걸음 속도에 따라 15~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사진촬영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리게 될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가롭게 먹이사냥에 나선 청둥오리 암컷과 만난다.
청둥오리의 수컷은 약 60cm, 암컷은 약 52cm 정도의 평균 몸 크기를 지니고 있는데 녹색머리를 하고 있는 수컷이 보기에는 더 예쁘다.
제주도 1100고지 습지 해설을 듣고자 하면 1차 해설 10:00, 2차 해설 14:00, 3차 해설 15:30을 이용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문의하고 싶은 내용은 영산강 유역 환경청 제주 사무소 064-728-6200으로 연락.
아무도 없는 데크로드의 끝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며 숲속으로 향한다. 마치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와 같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저 입구를 들어서면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이곳은 해발 1,100m의 고지대이기 때문에 식생의 변화가 느리고 바닷가와는 다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설을 들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제주드라이브코스 1100도로는 달리는 내내 경치좋은곳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달리기 좋은 멋진 길이라 무엇을 말하는지 알려주려는 듯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한 번쯤은 쉬어가는 것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텐데 바로 그곳이 딱 이곳 제주도 1100고지 습지라 하겠다.
그리고 제주도 1100고지 습지를 걷는 내내
제주드라이브코스 1100도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이었구나 하는 마음에 쐐기를 박게 될 거라 생각된다.
경치좋은곳, 제주도 1100고지 습지.
앞서 걸으시는 어머니와 장성한 아들.
아마도 아빠는 운전을 하며 잠시 쉬고 계시는 중인 듯.
이때 모자의 대화 중에 사슴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얌전하게 앉아 있는 사슴(?) 한 마리.
대충의 겉모습만을 봐서는 사슴과 고라니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사슴의 귀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끝이 뾰족하지만 고라니의 귀는 둥그렇다.
그러므로 사진에 보이는 녀석은 100% 사슴이다.
걸으며 내내 이런 느낌이다.
‘제주드라이브코스 1100도로를 달리다 멈추니
제주도 1100고지 습지의 경치좋은곳이더라!’
짙은 나무그늘 사이를 뚫고 들어온 기울어진 햇살은
수직의 햇살과 달리 따갑지 않고 따사롭다.
그리고 그 빛은 수줍은 나무줄기에 부딪혀 흩날리며
바라보는 나의 눈을 부시게 한다.
그렇게 잠시 서서 바라보노라니
그 따스함이 전신으로 번져가는 느낌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저 산자락 너머로 사라지게 될 태양.
마치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쓸쓸한 느낌마저 주는 곳.
하지만 그보다 더 가슴을 가득 채우는 건
경치좋은곳에서 호흡하는 모든 것들이다.
걸어가며 또 생각해 본다.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들.
삼형제오름과 삼형제샛오름.
과거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우연하게 이곳 제주도 1100고지 습지에 들렀었다.
그리고 운해로 가득한 그곳을 걸으며 ‘환상적이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꺼내놨던 때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지도를 찾아보며 그 뒤편으로 삼형제오름과 삼형제 샛오름을 다녀오마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가보질 못하고 있다.
때론, 전혀 없었던 기억인데
다른 무언가가 계기가 되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지금의 경우가 그러한 때.
오늘 제주도드라이브코스 1100도로를 달리다가 들른 제주도 1100고지 습지에서 잊고 있었던 삼형제 오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다시 한번 하고자 하는 목록 앞줄에 세운다.
길지 않은 30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잊어버릴 뻔했던 기억을 살려내고 경치좋은곳에서의 안구정화, 폐정화, 사고정화를 이뤘으며 왜 이곳이 제주드라이브코스로 알려진 것인지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참으로 멋진 곳이고 즐거운 곳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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