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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이나 홈술의 인기와 개인의 생활 방식,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의해 주류 판매 창구는 보다 사적인 세계로 스며들었다. 와인을 즐기는 방식도 가격이나 유명세, 전문지식, 주력(酒歷)이 아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취향의 카테고리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와인 콘텐츠를 다루는 공간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창의적인 외식 플레이어들이 만든 ‘요즘의 와인바’는 한정적인 역할을 벗어나 일상의 색채를 보다 알록달록하게 매만지고 있다.
◆위키드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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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외식 공간에서의 술은 소주와 맥주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듯 대부분의 삼겹살집 주류 냉장고에는 소주와 맥주들이 가득하다. 위키드와이프는 이러한 익숙함과 무료함에 “여기에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한번 와보지 않을래”라며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는 공간이다.
지긋지긋한 장맛비와 번갈아 찾아오는 폭염까지 유별난 여름 날씨에 몸과 마음이 지쳐 맑게 갠 하늘의 무지개가 필요한 요즘. ‘비 갠 뒤 무지개’를 닮은 와인에다 꼭 맞는 음식으로 소소한 풍요를 더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성수동의 위키드와이프는 이러한 물음에 해답을 주는 곳이다. 2018년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시작된 위키드와이프는 시대의 모양새에 따라 다듬어지며 현재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콘텐츠를 갖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영지 위키드와이프 대표는 과거 와인 전문지, 일간지 기자, 마케터 등을 거쳐오며 자연스럽게 음식과 와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와인을 쉽고 친숙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언어는 ‘음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와인은 어떠한 포도 품종이며 얼마나 대단한 와이너리 제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날 먹을 음식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떤 품종과 아로마의 와인을 선호하는지가 아닌 오늘 무엇을 먹고 싶은지, 오늘 날씨나 기분이 어떤지를 묻고 답하는 직관적인 와인이다.
위키드와이프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와인 구독이다. 물론 와인 구독 서비스도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가 기본이다. 매월 떡볶이, 프라이드 치킨 같은 친숙하고 계절에 어울리는 테마 음식을 정하고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해 보내주는 방식이다. 와인을 선정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와인 선정단을 모집해 월별 테마 음식에 맞는 와인을 매장에서 함께 맛보고 선정하는 방식이다.
위키드와이프 홈페이지가 다채로운 페어링 와인, 식료품, 뉴스레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면 와인숍 겸 다이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보다 일상과의 접점에 있는 공간이다. 편안한 동네 친구의 손짓처럼 친근감 있는 분위기와 브랜드의 키 컬러인 청량한 푸른색 감성을 한 스푼 더해 동네를 오가는 이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와인을 구경하기도 하고 글라스 와인에 떡볶이를 가볍게 즐기다 가거나 커피 한 잔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퇴근길 집에 돌아가 탕수육을 시켜 먹을 계획이던 직장인에게는 샤르도네가 탕수육 페어링 와인이 되고 지겨운 장맛비가 잠시 푸른 하늘을 내어주기를 고대하는 어떤 날에는 ‘비 온 뒤 무지개’ 화이트 와인이 그날의 노동주가 된다.
초당옥수수치킨치즈솥밥인 이른바 ‘치치솥밥’은 여름이 가기 전 반드시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여름 완두콩과 구운 옥수수의 단맛과 식감, 그뤼에르 치즈의 풍미와 촉촉한 닭다리살 구이가 어우러진 상징적인 여름 메뉴다. 친숙한 솥밥이 평범한 와인과 만나 일구어 내는 시너지를 경험하고 나면 와인이 한 발짝 더 나의 일상에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다.
◆마장동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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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 축산물 시장 내에 자리한 와인숍 겸 비스트로다. 셰프이자 소믈리에인 주인장이 엄선한 내추럴 와인부터 각국의 와인과 프리미엄 전통주까지 다채로운 주류 리스트를 자랑한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마장동에서 구입한 신선한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와인과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일 도축한 초신선 상태의 고기로 즐기는 ‘초신선 뭉티기’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헌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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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술방은 대학로 인근 시간이 머문 듯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1~3층은 와인과 음식을 즐기며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공간이며 지하는 직접 기록한 메시지를 담은 바틀숍이자 헌책방이다. 와인을 주로 다루지만 칵테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즐길 수 있다. 잔술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부담이 적다. 와인과 함께 간단한 식사, 안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웰컴 드링크로는 계피 물에 탄 믹스커피 계피모카골드를 내어줘 특유의 감성을 자랑한다.
◆탭샵바(청계천삼일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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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is second Americano’ 콘셉트로 일상의 와인 한 잔과 비일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80가지 와인 탭과 1000종의 와인 보틀 큐레이션 숍, 완성도 높은 페어링 메뉴 바를 갖추고 있다. 숍에서 구매한 와인은 추가 비용 없이 테이블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24시간 이내에 통영에서 올라온 신선한 굴을 사용하는 프레시 오이스터와 그릴드 오이스터다.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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