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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이 낮네? 이 집은 패스. “
식당, 카페, 영화, 전시회, 여행지 등. 이 장소의 공통점은 ‘평점’ ‘리뷰’에 의해 사람들의 발길이 향하기도 하고 끊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일상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쉽게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특히 MZ세대에게 SNS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로 인해 MZ세대 사이에서는 특정 장소가 손쉽게 ‘핫플레이스'(핫플)로 등극하고 특정 문화가 ‘트렌드’로 굳어진다.
SNS에 게재되는 수많은 글들 중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코 평점과 리뷰다. 대중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이에 대한 정보가 주루룩 나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점·리뷰가 호평인지 혹평인지에 따라 대중의 선택은 너무도 쉽게 뒤바뀐다. 그렇다면 평점과 리뷰는 과연 공정할까.
요즘은 ‘믿거삼’ 추세?… “실패할 확률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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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곳곳에는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인파를 자랑하는, 장시간의 웨이팅이 필수인 식당·카페가 많다. 웨이팅하는 이들은 “평점이 높은 곳 중에서 리뷰가 많고 평가가 좋은 곳을 주로 선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평점과 리뷰가 대중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0분가량 줄을 서고 있다는 곽시현씨(여·22)는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카페’로 유명하길래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리뷰가 3000개에 달했다”며 “리뷰가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평점도 4점대였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만나서 갈 장소를 정할 때 ‘믿거삼'(믿고 거르는 3점대 식당·카페)을 강조한다”며 “리뷰가 적고 평점이 낮은 곳은 맛이 없거나 종업원이 불친절할 것 같아 갈 생각조차 안 한다”고 전했다.
대기 중인 상태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던 최지혁씨(남·24)는 검색 조건을 ‘평점 4.5점 이상’으로 설정한 뒤 카페 인근의 식당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배달앱에 ‘찜’이 많거나 리뷰가 많은 곳이 대체로 맛있는 곳”이라며 “남들이 맛있다고 평한 걸 믿고 가니까 맛있게 느껴지는 기분이고 실패할 확률도 적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군중심리에서 야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동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유진태 사회현상분석가는 “개인이 가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다수의 선택과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현상이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다수를 따르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믿음에 근거한 대표적인 예가 평점과 리뷰”라고 설명했다.
“평점, 별 거 없는데?”… 기자가 주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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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과 리뷰는 식당·카페에 유독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을 구분하는 사람들의 입맛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평점과 리뷰가 객관적인 지표인지 확인하기 위해 머니S가 직접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가게들의 평점·리뷰가 2~5점대로 다양한 반면 지방권은 4~5점대의 높은 점수를 자랑한다. 일부 먹방 유튜버들이 “서울·경기권이 지방권에 비해 맛·서비스와 상반된 평점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에 기자는 지방권의 리뷰가 가장 많은 고평점 식당과 경기권의 리뷰가 다소 적은 저평점 식당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조건을 맞추기 위해 모바일 지도 기준 도보 30분 이내에 위치한 식당을 선택했다.
세종시에 방문한 기자는 평점이 5점 만점에 무려 4.9점인 분식집에 들뜬 마음으로 주문을 넣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던 리뷰들과 고평점에 의문이 생기는 맛이었다. 음식이 식어서 왔을 뿐만 아니라 냉동 식품을 조리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매장의 리뷰에 적힌 ‘배달이 빨리 와서 음식이 따뜻해요’ ‘바삭한 돈까스가 먹고 싶을 때마다 주문해요’ 등에 유독 공감할 수 없었다.
본가로 돌아온 기자는 또 다시 배달앱을 열었다. 첫 리뷰부터 별점 1점이 등장한 탓인지 매장 평점이 3.8점으로 낮은 경기 고양시 한 카레집이 눈에 띄었다. 기다리는 도중 리뷰에 적힌 ‘음식이 차가워요’ ‘튀김이 눅눅한 채로 왔네요’ 등 혹평을 읽으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기자가 받은 카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튀김류도 바삭해 기대 이상이었다.
모든 리뷰가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김창혁 경제·심리분석가는 “평점·리뷰에는 개인의 주관이 내포돼 개인의 상황·기분, 배달 환경 등에 따라 평가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방권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맛이나 만족도에 상관 없이 후하게 평점을 남기는 경향이 크다”며 “지방은 배달업체가 적은 편이어서 새로운 곳이 앱에 등록되면 직접 주문하는 지역 주민이 많은 반면 서울·경기권에서는 ‘단골손님’ 개념이 강해 새로운 식당이 들어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점 테러, 막막하고 답답”… 자영업자 울리는 ‘갑질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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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의도적으로 혹평을 남겨 평점을 테러하는 ‘빌런’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평점 테러범’ ‘마음에 들면 1점 남기는 사람’ ‘원스타’ 등 어처구니 없는 닉네임으로 모든 곳에 별점을 1개씩만 남기는 ‘갑질’ 손님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4~5점을 주는 손님이 많아도 1점을 남긴 손님이 1명이라도 있으면 가게 평점이 2~3점대로 확 떨어진다”며 “10개의 호평이 있어도 1개의 혹평이 있으면 손님이 그 혹평 하나 때문에 주문을 포기한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닭볶음탕 가게를 운영하는 김지석씨(남·57)는 배달앱의 별점 1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씨의 매장을 혹평한 리뷰에는 닭볶음탕을 먹고 난 뒤 병원 생활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처음에는 해당 리뷰를 보고 당황해서 손님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친구들과 음식을 먹으면서 ‘닭뼈를 세게 씹으면 부러질까’라는 명제를 두고 이상한 내기를 하다가 이빨에 금이 갔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장 측 잘못이 아니라 손님의 부주의로 생긴 문제를 왜 가게 리뷰에 남기냐”며 “구체적인 원인·과정도 없이 결과만 써두면 다른 고객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평점·리뷰는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닉네임이라는 익명 뒤에 숨어서 이유 없이 ‘리뷰 갑질 테러’를 하는 사례는 자영업자에게 해악으로 다가온다.
유진태 사회현상분석가는 평점·리뷰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과한 내용에 대해서는 읽는 이가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뢰가 아닌 참고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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