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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흩날릴 때면 생각나는 그곳…테마파크 옆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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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단어다. 얼었던 땅은 다시 촉촉하게 녹아 생명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파리조차 남기지 않고 삭막한 추위를 견디던 나뭇가지엔 꽃봉오리가 부풀어 이윽고 화려한 색으로 가지를 수놓는다. 겨울 동안 찬바람에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은 어느새 가벼운 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다. 바야흐로 몸과 마음이 들뜨는 계절이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는 좀 더 특별한 구석이 있다. 3년 전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고 처음 맞는 봄인 탓이다. 따뜻한 봄기운,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꽃내음, 사람들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까지 반가운 것투성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언제부턴가 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붐비는 장소가 있다. 바로 벚꽃으로 유명한 잠실 석촌호수다. 2.6㎞의 호숫가를 따라 총 1119그루의 벚나무가 만들어내는 장관은 이제 서울 시민들이 4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로 자리 잡았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벚꽃과 함께 석촌호수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요소는 롯데월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매직아일랜드는 원래부터 인기 있는 테마파크지만 벚꽃 개화 시기가 되면 더욱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진=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제공

테마파크에 가려진 진흙 속 진주 같은 장소도 있다. 바로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이다. 이른바 ‘살아있는 박물관’을 표방하는 민속박물관은 글과 말만으로 알기 힘든 우리 민족의 전통 생활사를 쉽게 전달해 주는 곳이다.

매년 봄마다 수많은 이들이 찾는 롯데월드와 그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공간 민속박물관에 여행플러스팀도 다녀왔다.

실내에서도 봄 분위기가 물씬. 롯데월드 어드벤처 ‘블루밍 월드 스쿨’

잠실에 도착하자마자 매표소를 지나 우선 롯데월드 어드벤쳐 내부로 들어갔다. 업무차 왔건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자신도 모르게 절로 마음이 들떴다.

우선 3월 10일부터 진행중인 ‘블루밍 월드 스쿨’ 테마에 맞춰 실내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있는 꽃과 초목에 눈길이 갔다. 거대한 유리 천장과 정원처럼 꾸며진 실내를 보니 과거 런던에 존재했던 실내 온실 ‘수정궁’이 떠올랐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1층 ‘만남의 광장’에 마련한 포토존 앞에서는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으로 꾸민 포토존은 봄 분위기를 한껏 발산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날은 월요일이라 볼 수 없었지만, 주말에는 ‘렛츠 고! 스쿨’이라는 레크리에이션 쇼도 펼쳐진다.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정승아 여행+ PD

대형 기념품 매장 ‘로티스엠포리움’도 봄기운이 가득했다. ‘로리꽃 크로스 토트백’ ‘요정 코스튬 키링’ ‘로리꽃쿠션’ 등 꽃을 주제로 한 봄 시즌 굿즈가 실내를 가득 채운 모습에 마치 매장 안에 꽃밭이 들어선 듯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광경.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매직 아일랜드로 이동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오버브릿지’로 향했다. 다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석촌호수의 벚꽃 풍경이 펼쳐졌다. 통로 천정을 수놓은 LED 조명보다도 화려한 꽃들에 절로 시선을 빼앗겼다.

매직아일랜드 초입, 월요일 오후임에도 예상 이상으로 사람이 많았다

매직아일랜드는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특히 ‘자이로드롭’이나 ‘아틀란티스’와 같은 인기 놀이기구의 대기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과연 인기가 높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동화 속 세상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벚꽃잎이 흩날리니 비일상적인 공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아일랜드 내부 선착장에서 탑승할 수 있는 ‘문 보트’도 인기였다. TV 프로그램 ‘환승연애2’ 출연자들이 문 보트를 타는 모습이 방송을 탄 이후 연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과연 그 말대로 선착장에 정박한 문 보트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낮에도 이 정도라면 보트에 조명이 켜지는 밤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찾으리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롯데월드 아일랜드는 분명 그 유명세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다리 밑으로는 떨어진 벚꽃잎이 만드는 분홍빛 강이 흐르고, 아직 가지에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은 아일랜드의 건물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높은 인기의 이유를 알만했다.

화려한 테마파크 사이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마지막으로 아일랜드에서 돌아와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과 이어지는 민속박물관에 방문했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은 1989년 문을 열어 올해로 34주년을 맞는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시설이나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해, 왜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을까 싶으면서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다 싶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박물관이 있는 3층으로 가니 궁궐이나 대형 사찰의 문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지나면 오른편으로는 박물관 입구가, 왼편으로는 저자거리와 어드벤쳐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보인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어두운 통로를 지나 박물관에 들어가자 커다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움직이는 공룡 모형이 있었다. 시대순으로 구성한 전시는 무려 선사시대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공룡 모형 뒤로는 초기 인류의 생활상을 묘사한 인형들, 뗀석기와 간석기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울산 천전리, 반구대 암각화 복제본이었다.

사진=정승아 여행+ PD

전시관 벽 한 면에 실제 암벽을 표면에 새겨진 그림과 기록까지 세세하게 살려 1대 1 비율로 재현했다. 국보인 실제 반구대 유적지는 보존을 위해 주변으로 울타리를 쳐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울타리 앞에 설치한 카메라로 보게 되면 아무래도 암각화의 모습을 살피기 힘들다. 이곳에서는 코앞에서 세세하게 감상할 수 있어 오히려 실제 유적지를 찾아가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다.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선사시대관을 지나면 ‘삼국홀’이 나온다. 그 주변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나라별 전시관에서 의복과 주택, 생활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홀 중앙에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있다. 체험 공간 주변으로 커다란 로봇이 돌아다니는데 AI 음성인식 컨시어지 ‘디코닉’이다. 오후 3시부터 작동을 시작해 음성 해설과 사진 촬영을 제공한다.

고구련관 안악 3호분 복원 모형/사진=정승아 여행+ PD

무령왕릉 복원 모형/사진=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제공

백제관과 고구려관에는 앞서 살펴본 암각화와 마찬가지로 실제 크기 그대로 옮겨놓은 고분 모형이 있다. 고구려관에 있는 고분은 북한 황해남도에 있는 안악 3호분이며, 백제관에 있는 고분은 무령왕릉이다. 특히 무령왕릉은 부장품과 관, 석수와 같은 유물 복제품을 매장 당시 위치 그대로 재현해뒀다. 무령왕릉 발굴은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악의 발굴’이라 불릴 만큼 아수라장이었다. 이 때문에 무령왕릉의 본모습은 사진조차 잘 남아 있지 않다. 비록 복제품으로나마 완벽하게 복원된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석굴암 모형/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민속박물관의 전시품은 복제품이 많다. 실제 유물들의 역사적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신라관의 복제품은 플라스틱이나 도금도 아닌 순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더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 현재 유리로 입구를 막아둔 석굴암의 전체 모습을 재현한 모형, 본 모습이 남아 있지 않은 동궁과 월지, 감은사 복원모형도 볼거리다.

공포 방탈출 ‘아랑’/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사진=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제공

신라관 한쪽에는 중학생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는 공포 방탈출 게임 ‘아랑’이 있다. 과거에는 귀족의 주거공간으로 꾸며놓았지만, 작년부터 방탈출 카페 ‘제로월드’와 협업한 게임 시설로 바뀌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며 민속박물관 입장료와 별도로 성인 2만5000원, 청소년 2만원, 롯데월드 이용객 1만2000원의 이용요금을 내야한다.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고려관으로 발길을 돌리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체험 공간 ‘개화학당’ 때문이다. 어드벤처에서 진행 중인 ‘블루밍 월드 스쿨’에 발맞춰 학당 콘셉트로 꾸며놓았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붓글씨를 써보거나, 벼루 모양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지어졌다.

사진=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제공

사진=강유진 여행+ 기자

안쪽에는 고려의 대표 유물 청자의 제작 과정을 묘사한 조형물과 함께 실제 고려청자를 전시하고 있다. 옆에는 북한 개성에 있는 고려 왕궁 만월대 복원모형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올 7월에는 통일부와 함께 고려관에서 만월대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때의 고려관은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제공

마지막 조선관은 박물관 시설 중에서도 가장 넓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수원 화성을 재현한 2층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조선 시대 마을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망루 위에서 조선관 입구를 마주했을 때 오른쪽은 왕실의 생활상, 왼쪽은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모형들로 채워놓았다.

다시 내려와 전시 중인 모형 사이를 거닐어보았다. 사계절에 따른 생활의 변화와 중요한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을 서사적으로 전시해두어 단순히 전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조상들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민속박물관에 있는 인형들은 박물관이 문을 연 1989년부터 계속 내려오고 있다. “이제는 이 인형들이 하나의 유물이 돼가고 있다.” 박물관 해설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거에는 생동감 있게 묘사한 전통 생활사와 유물이 중요했다면, 시간이 흘러 각종 첨단기술이 가득한 시대가 되니 박물관을 채운 모형과 인형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변해가는 셈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표하는 디지털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날 박물관에는 신나게 뛰놀며 역할극을 즐기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망루에 올라 병사나 장수의 흉내를 내기도 하고, 궁궐 모형 옆에서 왕이 된 기분을 내기도 했다. 조심스럽고 엄숙하기만 한 여타 박물관과 다른 모습이었다. 조형부터 관람객들의 반응까지, 민속박물관이 내세우는 모토처럼 그야말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롯데월드와 석촌호수에서 꽃을 원 없이 봤건만, 유독 기억에 남는 건 박물관을 누비는 아이들의 웃음꽃이었다. 잠실에 가게 된다면,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민속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분명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사진=정승아 여행+ PD, 강유진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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