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길거리 식당 / 사진=flickr
베트남에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바로 길거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문화다. 베트남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식사는 물론 차도 마시고 심지어 이발까지 한다. 이런 베트남 문화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야외 테라스를 꾸민 카페나 식당을 보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베트남에는 왜 야외 문화가 생긴 걸까? 베트남은 5월만 돼도 기온이 25℃에서 40℃까지 올라간다. 그야말로 열대야 그 자체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던 과거 베트남의 모습은 어땠을까. 뜨거운 열기로 집안에만 있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낮에 달궈진 열기는 밤까지 이어졌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 길거리 문화는 베트남만이 가지고 있는 진풍경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풍습이 바로 카페와 식당, 이발소다.
01
길거리 노천카페
베트남 노천 카페 / 사진=flickr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베트남은 일 년 동안 평균 120~150만t 톤의 커피를 수출한다. 1857년 프랑스 선교사가 베트남에 커피를 전파한 이후 커피는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특산품이 됐다.
베트남의 거리를 걷다 보면 끝도 없이 늘어선 수많은 카페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놓은 카페도 있다. 요즘 감성에 맞게 인테리어를 맞춘 카페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진정한 카페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거리로 나가야 한다. 길거리에 아무렇거나 자리 잡은 노천카페에 가야 한다.
카페 스아 다, 카페 스아 농 / 사진=flickr
베트남 노천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저렴한 음료 가격이다. 1만 동(약 550원)이면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갖기에 충분하다. 베트남에서는 커피를 카페(Ca Phe)라고 한다. 카페의 맛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커피 맛과 조금은 다르다. 맛이 진하면서 한편으론 시큼하다. 베트남 노천카페의 커피를 만드는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넣거나 연유를 섞는 게 전부다.
노천카페에 가기 전에 숙지해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농(nong), 스아(sua), 다(da)다. 농은 한국어로 뜨겁다, 스아는 연유, 다는 얼음을 뜻한다. ‘카페 스아 다’는 연유를 넣은 베트남식 커피를 말하고 ‘카페 스아 농’은 연유를 섞은 뜨거운 커피를 말한다. 이 세 단어만 알고 있으면 베트남 거리 어느 곳에서든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늑윽짜와 짜다 / 사진=flickr
늑윽미아 / 사진=flickr
베트남 거리에서는 커피 말고 음료도 마실 수 있다. 거리에서 음료를 마시는 것은 뜨거운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베트남 사람들의 지혜에서 생긴 관습이다. 베트남 길거리 대표 음료는 약 세 가지다.
먼저 늑윽짜(Nuoc Tra)가 있다. 이 음료는 베트남 전통차를 넣고 끓인 물이다. 늑윽짜는 가정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접하는 차다. 늑윽짜는 더위를 식히는 데 대단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 늑윽짜에 얼음을 넣으면 짜다(tra da)가 된다. 짜다는 베트남에서 맞이하는 여름에 필수 음료다. 마지막 늑윽미아(Nuoc Mia)는 사탕수수의 즙을 짜낸 후 얼음을 넣어 마시는 음료수다. 달콤한 사탕수수의 맛이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다만 대중목욕탕에 있을 법한 플라스틱 의자와 간이 테이블은 감수해야 한다. 또한 앉을 자리가 없어서 쪼그려 앉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에 사람들과 등을 대고 마시는 커피만의 매력이 있다. 커피를 마시며 베트남 거리의 오토바이 부대와 상인들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02
길거리 식당
베트남은 세계 식도락가들의 여행코스로 늘 인기가 많다. 음식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맛있는 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길거리 식당 / 사진=flickr
베트남 길거리 식당 / 사진=flickr
베트남에 길거리 식당 문화가 생긴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베트남 기후와 관련이 깊다. 베트남의 봄과 가을의 평균 최고 기온은 27℃다. 우리나라의 여름 온도와 비슷하다. 길거리에 노천카페가 발달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은 숨 막히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선선한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또한 길거리 식당의 음식은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반 식당보다 30~40%나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길거리 식당의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베트남 음식은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좋은 식사 메뉴가 된다.
반미 / 사진=flickr
길거리에서는 파는 음식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반미(Banh Mi)다. 반미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 들여온 바게트의 변형된 형태다. 겉모습은 서구식 바게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반미는 쌀로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빵을 반으로 갈라 햄과 채소, 고기, 소스 등을 넣으면 반미가 완성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 바게트를 달걀노른자나 고깃국물에 찍어 먹기도 한다. 또한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즐겨 먹는다.
다만 베트남에서 먹는 반미에는 고수가 들어간다. 향이 강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면 주문할 때 고수를 꼭 빼달라고 말해야 한다. 콩 라우무이(khong rau mùi)를 기억하자. 한국어로 ‘고수 빼고 주세요’라는 뜻이다.
째 / 사진=flickr
길거리 식당에서는 후식도 먹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째(Chè)다. 째는 한국의 팥빙수와 비슷한 음식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 째는 코코넛 워터에 콩과 팥, 녹두, 견과류, 과일 등을 넣어 먹는 베트남 대표 디저트다. 한국에서는 더운 여름에 몸보신할 때 뜨거운 음식을 먹지만 베트남에서는 보통 째를 먹는다. 단팥죽처럼 뜨거운 재도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03
길거리 이발소
길거리 미용실 / 사진=flickr
베트남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진풍경은 바로 이발소다. 베트남 거리를 걷다 보면 벽을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베트남식 길거리 이발소다. 미용사는 거울과 의자 하나만으로 미용실을 차린다. 매우 단출해 보이지만 실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사실 이곳의 헤어스타일은 한 가지뿐이다. 처음에는 실력을 반신반의할 수 있지만 결과물을 보면 만족 그 자체다.
특이한 점은 머리를 다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머리카락 손질이 끝나면 미용사는 면도와 귀 청소까지 해준다. 4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니 잘 갖춰진 웬만한 미용실 부럽지 않다.
현재는 베트남 여행에서 꼭 해봐야 하는 활동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사진을 찍어주는 값으로 1000원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정이 그립다면 베트남을 찾아가 보자.
등을 맞대고 마시는 늑윽짜와 결과물을 보고 만족해하는 미용사의 미소에서 그 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서예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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