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프랑스의 식문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방대하다. 서유럽 평야 지대를 점유하면서도 대서양, 지중해 모두와 접하고 있어 모든 종류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 할 만하다. 거기에 격동적인 정치사로 인해 식문화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고루 전파되며 발전을 거듭해왔으니 프랑스인들이 자국 식문화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사진=언스플래쉬
이들의 식탁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유제품, 특히 치즈다. 장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이라는 프랑스 유명 식도락가는 “치즈가 빠진 식탁은 한쪽 눈이 없는 미녀와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치즈는 와인과 함께 프랑스 식문화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할 만하다.
프랑스 여행을 좀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줄 치즈 문화 가이드를 준비했다.
치즈 카트? 당황하지 말고 주문해보자 |
보통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식당에 가면 식사와 디저트 사이 치즈를 먹겠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처음 가본 식당에서 치즈를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에서만 300종이 넘는 치즈가 있으니 이름을 일일이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가 발효식품인 치즈의 특성상 보이는 대로 골랐다가 향이나 질감이 취향과 다르면 모처럼의 식사 경험을 전부 망칠 수도 있다.
여러 종류의 치즈 중에 선택지를 제공하는 식당에 가면 딱 세 요소만 기억하면 된다. 질감, 향, 재료다. 치즈의 질감은 크게 크림에 가까운 것(Creamy), 딱딱한 것(Hard), 부드러운 것(Soft)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으로는 향의 세기가 강한 것(Strong)과 약한 것(Weak)으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료는 소의 젖으로 만든 일반적인 치즈가 아닌 염소의 젖을 사용한 치즈(Goat Cheese)가 있으니 이걸 고를지 말지를 생각하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머릿속으로 각 요소의 조합을 떠올리고 그대로 종업원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치즈는? |
300종이 넘는 치즈 가운데 우리가 이름을 아는 치즈는 매우 한정적이다. 질감에 따라 대표적인 치즈를 몇 가지만 소개한다.
사진=플리커
우선 단단한 치즈의 대표로는 콩테(Comté) 치즈가 있다.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는 동부 프랑슈콩테(Franche-Comté) 지역에서 생산하는 치즈다. 프랑스의 수많은 치즈 가운데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콩테 치즈의 연간 생산량은 6만 6500t에 달한다. 겉은 갈색을 띠며 내부는 크림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이다. 식감이 단단하면서 향이 순하며 약간 단맛이 난다. 냄새가 부담스러운 초심자들이 치즈에 입문하기 좋다.
사진=플리커
부드러운 치즈의 대표는 브리(Brie) 치즈다. 생산하는 지방의 이름에서 따온 이 치즈의 껍질은 흰색, 안쪽은 회색이 돈다. 특히 프랑스의 지리적 표시제(A.O.P)의 보호를 받는 브리 드 모(Brie de Meaux)는 8세기부터 ‘치즈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숙성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약간의 신맛과 삭힌 홍어와 비슷한 암모니아 향이 특징적이다.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맛과 향도 강해지기 때문에 구매 후 3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사진=플리커
크림과 같은 질감을 가진 치즈 가운데에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카망베르(Camembert) 치즈가 가장 유명하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Normandie) 지방의 카망베르 마을에서 18세기에 탄생했다. 브리 치즈에서 파생된 치즈로 최소 3주라는 짧은 숙성 기간을 요구하는 만큼 맛과 향이 진하지 않은 대신 우유 맛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하얀색의 겉면은 숙성이 길어질수록 두꺼워지고, 안쪽은 익어갈수록 노란색이 진해지며 크림에 가까워진다. 정통 카망베르 치즈는 살균처리를 거치지 않은 생우유로 만들기 때문에 프랑스에 가지 않고는 먹어볼 방법이 없다.
프랑스 치즈 문화를 체험해보자! |
좀 더 가까이에서 프랑스의 치즈 문화를 느껴볼 방법이 있다. 바로 각 지방에 있는 농장이나 전문 치즈 전문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가봐야 할 프랑스 곳곳의 장소들을 소개한다.
01 뮤제 드 라 메종 프로마주 Musée de la Maison du Fro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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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제 드 라 메종 프로마주 홈페이지
독일과 가까운 프랑스 서부 묑스테르(Munster) 지방에 있는 치즈 박물관이다. 알자스 지방에서 생산하는 묑스테르 치즈는 쫄깃한 식감, 강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소금물로 겉을 닦는 과정을 거치며, 표면은 마치 분필을 칠한 듯 흰 가루로 덮여있다.
사진=뮤제 드 라 메종 프로마주 홈페이지
이곳에선 전통적인 방식의 묑스테르 치즈 제작 과정을 관람할 수 있으며 치즈 시식 및 전문 식당 이용도 가능하다. 가이드 투어는 총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며, 입장료는 성인 8.5유로(약 1만2000원), 14세 이하 청소년은 4.5유로(약 6000원)다. 휴무 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Musée de la Maison du Fromage
23 Rue de Munster, 68140 Gunsbach, 프랑스
02 메종 드 콩테 La Maison du Com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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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종 드 콩테 페이스북
뽈리늬(Poligny)는 스위스 제네바와 인접한 프랑스 서쪽의 소도시다. 이곳에 있는 메종 드 콩테는 치즈 특히, 콩테 치즈를 생산하는 과정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메종 드 콩테 홈페이지
여정은 농장을 방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농장주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원료인 우유를 얻은 뒤 치즈 생산 공정으로 넘어간다. 투어의 종착지는 지하에 있는 온도 19℃ 이하, 습도 92% 이상을 유지하는 치즈 저장고다. 이외에도 영상, 게임, 전시 등을 통해 콩테 치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8.4유로(약 1만2000원), 6~18세 청소년은 6.3유로(약 9000원)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7, 8월은 앞뒤로 30분씩 운영 시간을 연장한다.
1 Rue de la Maison du Comté, 39800 Poligny, 프랑스
1 Rue de la Maison du Comté, 39800 Poligny, 프랑스
03 그레인도지 프로마제리에 E. Graindorge Fromag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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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레인도지 프로마제리에 페이스북
리바호(Livarot)는 카망베르 치즈가 탄생한 마을 카망베르 바로 위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190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치즈 전문점 그레인도지는 노르망디 지방의 치즈 문화를 체험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은 4종의 치즈를 포함한 다양한 치즈 생산과정을 따라가 보자.
사진=그레인도지 프로마제리에 페이스북
1시간 반 동안 이뤄지는 가이드 투어와 시식은 모두 무료다. 게다가 선택할 수 있는 시식 옵션도 ‘노르망디 테이스팅’, ‘바이킹 팔레트’ 등을 포함해 5개에 달해 입이 즐거운 투어가 될 것이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며, 그 외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반, 오후 2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운영한다. 체험학습을 마친 이들에겐 매장에서 파는 치즈 구매 시 5%의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42 Rue Gén Leclerc, 14140 Livarot-Pays-d’Auge, 프랑스
42 Rue Gén Leclerc, 14140 Livarot-Pays-d’Auge, 프랑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젠 치즈는 꽤나 친숙한 식품이 됐다.
닭갈비, 등갈비, 돈까스 등 일상적으로 즐기는 많은 음식에 치즈를 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진정한 치즈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프랑스를 찾아가자. 세상 치즈의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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