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지노’포스터/사진=디즈니플러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최근 디즈니 플러스(Disney+)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의 인기가 뜨겁다. 드라마는 국내에서 도박 사업을 하다 국세청의 단속을 피해 필리핀으로 도망간 ‘차무식’(최민식 분)이 현지의 카지노 왕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 출신 카지노 업계 거물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 주인공을 맡은 최민식 배우의 호연 등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다.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필리핀에서는 파코(PAGCOR)라는 이름의 국영기업이 도박, 복권, 게임 전반을 관리한다.
1977년 필리핀의 첫 카지노가 수도 마닐라에 생긴 이후 현재까지 카지노는 필리핀 정부의 대표적인 자금원이다.
사진=언스플래쉬
막대한 부와 부정부패, 폭력조직이 얽혀있는 필리핀의 카지노 사업은 분명 매력적인 창작 소재다.
하지만 이 방면에서 ‘원조’에 해당하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다.
역사와 규모 양쪽 측면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사업의 선두주자다. 당연히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창작물의 배경이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사업 규모는 2019년 60억달러(약 7조 8000억원)에 달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2020년조차 43억달러(약 5조 6000억원)였다.
2000년대 들어 마카오가 급성장한 뒤로 전 세계 매출 순위에서 줄곧 2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라스베이거스가 부진한 것은 결코 아니다.
후버 댐/사진=언스플래쉬
사막 한복판인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가 들어서게 된 데에는 1931년 네바다주의 도박 합법화와 후버 댐 건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댐 건설을 위해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때마침 오아시스에 자리 잡은 라스베이거스는
이들의 거주와 오락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도시였다.
하워드 휴즈가 표지에 등장한 1948년 타임지/사진=플리커
1960년대까지는 라스베이거스도 평범한 관광도시 중 하나였다.
여기저기서 삼류 도박꾼들이 몰려들고 마피아들이 대부분 사업장의 뒤를 봐주던 상황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미국의 오락 문화를 대표하는 화려한 도시로서의 모습은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젊은 시절과 중년의 하워드 휴즈/사진=플리커
사업가이자 영화 제작자로 성공한 그는 말년에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캘리포니아를 떠나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업무를 보던 하워드는 문득
그 호텔에 자신 말고 다른 손님들도 묵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곧장 자신이 묵던 호텔을 포함해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호텔 5개를 사들인다.
타고난 사업가였던 그는 자신이 머무르던 라스베이거스의 고급화를 꾀했다.
잘 차려입은 신사 숙녀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멋지게 놀 수 있는 고급 유흥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본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텔레비전에 나오게 하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라스베이거스의 텔레비전 방송국도 사버린다.
엄청난 숫자의 호텔과 시설, 그리고 부동산을 소유한 하워드 휴즈는 자연스럽게 도시를 넘어 네바다주 전체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때 얻은 그의 별명이 바로 ‘라스베이거스 남작’(Baron Las Vegas)이다.
노년의 하워드 휴즈/사진=플리커
60년대 말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하워드 휴즈는 이후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지만
그가 새로 탄생시킨 도시는 번영에 번영을 거듭했다.
21세기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그가 바라던 대로 각종 고급 문화시설과 카지노가 있는 인구 200만의 거대도시가 되었다.
드라마 ‘카지노’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진정한 카지노 왕국을 건설한 하워드 휴즈.
‘라스베이거스 남작’이 꿈꾸던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모습을 대표하는 호텔과 카지노를 소개한다.
01
윈 라스베이거스
Wynn Las Vegas
사진=플리커
2005년 문을 연 윈 라스베이거스는 총 건설 비용이 27억달러(약 3조 5000억원)에 달해 현재까지 건설비가 가장 비싼 호텔로 유명하다. 1950년부터 영업한 데저트 인(Desert Inn)의 부지를 사들여 설계만도 2년 반이 걸린 이곳은 45층 높이의 건물에 2716개 호실을 갖추고 있다.
사진=플리커
윈 라스베이거스의 특이한 점은 근처의 다른 유명 호텔들과 달리 명확한 테마가 없다는 점이다. 미라지호텔의 화산이나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처럼 길거리에 접한 조형물이 보행자들을 끌어모으지도 않는다. 대신, 인공산과 호수가 대부분 부지를 가리며 호기심을 유발한다.
사진=플리커
바카라 룸/사진=윈 라스베이거스 홈페이지
윈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넓이는 개장 당시 1만 300㎡, 확장을 거친 현재 1만 7280㎡로 전 도시에서 가장 거대하다. 슬롯머신이 1800여 개, 게임용 테이블이 200개 이상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공간을 자랑한다. 개장 당시 고급화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게임 테이블마다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처음으로 객실 카드를 슬롯머신에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 역시 이곳이다.
레이크 오브 드림즈/사진=윈 라스베이거스 홈페이지
카지노 외에도 레이크 오브 드림즈(Lake of Dreams), 어웨이크닝(Awakening)과 같은 대형 공연, 각종 명품이 입정한 부티크, 엄청난 크기의 골프 코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3131 Las Vegas Blvd S, Las Vegas, NV 89109 미국
3131 Las Vegas Blvd S, Las Vegas, NV 89109 미국
02
벨라지오 호텔
Bellagio Las Vegas
사진=플리커
사진=언스플래쉬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을 콘셉트로 하는 벨라지오는 호텔 앞에 설치된 분수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의 상징 중 하나다. 건축 비용이 총 16억달러(약 2조 820억원)로 바로 앞에서 소개한 윈 호텔 개장 전까지 가장 비싼 건축비가 들었던 호텔이다.
사진=플리커
벨라지오 호텔의 카지노는 1만 4500㎡ 공간에 2700개의 슬롯머신과 173개의 게임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 포커룸/사진=플리커
이곳은 카지노에 있는 많은 게임 가운데 특히 포커에 집중한다. 바비즈 룸(Bobby’s Room)으로 알려진 고액 포커 구역은 한때 라스베이거스 고액 포커 게임의 성지로 취급됐다. 2002년부터 매년 파이브 다이아몬드 월드 포커 클래식(WPT Five Diamond World Poker Classic)을 포함한 여러 포커 국제대회가 열리는 장소기도 하다.
벨라지오 실내 식물원/사진=언스플래쉬
분수 쇼와 카지노를 제외하고 벨라지오를 대표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3대 공연으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 더 오 쇼(The O Show)와 식물원이다. 특히 로비 바로 옆에 있는 실내 식물원은 신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다섯 가지 주제로 매번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열려있기 때문에 하루 평균 2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3600 S Las Vegas Blvd, Las Vegas, NV 89109 미국
3600 S Las Vegas Blvd, Las Vegas, NV 89109 미국
03
엠지엠 그랜드 라스베이거스
MGM Grand Las Vegas
사진=언스플래쉬
1993년 문을 열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이었던 엠지엠 그랜드는 특유의 사자상과 진한 녹색의 건물 외관이 인상적이다. 모기업 엠지엠 인터내셔널(MGM Resorts International)의 이름을 내건 플래그십 호텔답게 그룹에서 사활을 걸고 관리한다.
사진=플리커
이곳의 카지노는 개장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1만 5930㎡의 공간에는 2500개의 슬롯머신과 139개의 포커 테이블이 놓여있다. 프로복싱의 성지로 통하는 엠지엠 그랜드 가든 아레나(MGM Grand Garden Arena)로 유명한 호텔답게 수십 가지의 스포츠 베팅을 위한 60인치 TV 60대, 42인치 TV 24대를 갖춘 최첨단 베팅공간을 제공한다.
카 쇼의 한 장면/사진=KÀ BY CIRQUE DU SOLEIL 홈페이지
과거에는 호텔의 상징인 사자를 실제로 볼 수 있는 라이언 해비타트(Lion habitat)라는 동물원이 있었으나 2012년 이후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벨라지오 호텔에서 열리는 오 쇼와 함께 태양의 서커스를 대표하는 공연 카 쇼(KÀ Show)와 데이비드 커퍼필드(David Copperfield)의 마술쇼가 열려 볼거리도 풍성하다.
3799 S Las Vegas Blvd, Las Vegas, NV 89109 미국
3799 S Las Vegas Blvd, Las Vegas, NV 89109 미국
사진=언스플래쉬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카지노가 합법인 해외 지역에서 도박을 하더라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카지노에 입장하는 것 자체나 흥미 위주의 슬롯머신 이용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만약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간다면 한 번쯤은 카지노를 구경해보자. 미국이 자랑하는 오락의 모든 것이 그곳에 있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