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옷 입으면 너무 튀겠지?’ 튀지 않는 게 미덕인 개성을 감추는 삶에 찌들어 있는가.
경직되고 획일화 된 삶에 지쳤다면 밀라노로 떠나라.
꽃무늬 고무줄 바지를 입고 풀밭에 누워있어도 아무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19세기 유럽을 강타한 사상인 보헤미아니즘(Bohemianism)은 ‘속박’을 극도로 혐오했다. 자유분방한 생활을 목적으로 했으며 주변의 멸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보헤미안의 삶 그 자체였다. 관습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채 자유롭게 방랑하는 삶을 행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록 오페라의 대명사 ‘퀸’의 노래 보헤미안랩소디(Bohemian Rhapsody)도 보헤미안 정신이 담겨있다.
고민 말고 떠나보자.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보헤미안식 이탈리아 밀라노 코스를 소개한다.
01
밀라노 센트럴 역
Milano Centrale Railway Station
밀라노 센트럴 역 / 사진=flickr
떠나온 당신이 자유를 처음 마주하기에 적당한 곳은 유럽의 대표 철도역 중 하나인 밀라노 센트럴 역이다. 중앙역의 드넓은 광장에서는 자유롭게 보드 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931년에 지어진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역으로 다양한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다. 군데군데에서 신고전주의 양식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다. 1층에 매표소가 있다. 다양한 식당과 쇼핑몰이 즐비하다. 특히 푸드 코트에서 판매하는 정통 이탈리안 스테이크, 해산물, 디저트, 커피 등을 통해 밀라노 현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독특한 개방형 아치구조 천장 덕에 일몰과 일출을 보기에도 좋은 장소다.
밀라노 센트럴 역 / 사진=flickr
역 내에는 경찰도 배치되어 있고 경비도 삼엄해서 보안이 그리 허술하지 않으니 소지품 관리에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정도다. 도난 우려가 있는 고가의 물품은 물품보관소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계단이 많아서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오래 다니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갑자기 접근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좋다. 1유로(한화 약 1400원)로 역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역에서 도보 20분이면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에 갈 수 있으니 시간이 남는다면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이탈리아 20124, Città Metropolitana di Milano, Milano, Piazza Duca d’Aosta, 밀라노 첸트랄레 역
이탈리아 20124, Città Metropolitana di Milano, Milano, Piazza Duca d’Aosta, 밀라노 첸트랄레 역
02
산투아리오 산 카밀로 데 렐리스 성당
Santuario di San Camillo De Lellis
산투아리오 산 카밀로 데 렐리스 성당 / 사진=flickr
퀸은 보헤미안랩소디를 통해 신에 대한 저항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광기 어린 자유’를 노래했다.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는 퀸의 노래에 담긴 보헤미안 정신을 이해하기에 좋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성당이 아닐까 싶다. 산투아리오 산 카밀로 데 렐리스 성당은 1912년에 완공된 밀라노 시청 3과 가까이 있는 성당이다. 몸이 아픈 병자들을 돌보는데 전념했던 이탈리아의 사제 카밀루스 드 렐리스(Camillus de Lellis, M.I.)에게 헌정된 성당이다.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 ‘인간을 위해 행동할 자유’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성모 마리아(Madonna della Salute)의 예배당이 있으며 이탈리아 추기경, 가톨릭 대주교, 밀라노 대주교 등을 역임한 알프레도 일데폰소 스쿠스테르(Alfredo Ildefonso Schuster)의 봉헌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내부에는 3개의 본당이 있다. 이탈리아 화가 유제니오 시스테르나(Eugenio Cisterna)가 만든 123개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장관이다. 월·화·수·목·금·토요일은 오전 7시에서 오후 12시에 문을 열고 다시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오전 8시부터 문을 연다.
Santuario di San Camillo De Lellis
Piazza S. Camillo de Lellis, 1, 20124 Milano MI, 이탈리아
03
오스테리아 맘마 로사 레스토랑
Osteria Mamma Rosa
오스테리아 맘마 로사 레스토랑/ 사진=flickr
오직 식비로 여행비를 탕진해도 아깝지 않은 레스토랑이 있다. 탕진할 자유를 체감하게 만들어 줄 식당은 바로 오스테리아 맘마 로사 레스토랑이다. 식당에 손님이 적다면 도착하자마자 웰컴 드링크를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랍스터 스파게티, 티본스테이크, 게 튀김, 문어요리가 추천 메뉴다.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와 밀라노 전통 요리 오소부코를 응용한 리조또도 맛볼 수 있다. 티라미수가 화분처럼 생긴 그릇에 담겨 나와서 인스타그램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등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도 마셔볼 수 있다.
미식가로 유명한 우리나라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나서 한국인 관광객의 리뷰가 많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내적 환호을 지르게 되는 곳이라는 평이 있다. 현지에서도 평이 좋아 주변 호텔 프론트에서 자주 추천하는 레스토랑이다.
휴대폰을 보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월·화·수·목·금·토·일요일 오후 12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영업한다.
Piazza Cincinnato, 4, 20124 Milano MI, 이탈리아
Piazza Cincinnato, 4, 20124 Milano MI, 이탈리아
04
밀라노 환상 미술관
Museo delle illusioni
밀라노 환상 미술관 / 사진=밀라노 환상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평소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어 왔던 사람들도 밀라노 환상 박물관에서는 마음껏 이상과 환상에 취할 수 있다. 현실과 환상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서 환상의 자유를 만끽해 보자. 홀로그램과 거울을 활용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의도된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재미난 미술관이다. 소용돌이 터널, 의자가 거꾸로 놓여있는 방, 경사져 보이는 방 등 어렵지 않은 직관적인 착시 전시라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좋다. 특히 주말에 인기가 많아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2층에 걸쳐 다양한 착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표 값은 1인당 18유로(한화 약 2만 5000원)다. 성인과 학생으로 구성된 4인 이상 가족의 경우 가족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월·화·수·목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한다. 금·토·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Via Luigi Settembrini, 11, 20124 Milano MI, 이탈리아
Via Luigi Settembrini, 11, 20124 Milano MI, 이탈리아
05
셈피오네 공원
Sempione Park
셈피오네 공원 / 사진=flickr
보헤미안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녹음이 무성한 셈피오네 공원의 풀밭에 누워 평화로운 휴식을 취해 보자. 탁 트인 공원 전망 덕에 사진이 잘나오는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밀라노 롬바르디아(Lombardy) 지역에 있는 1888년에 지어진 셈피오네 공원은 관관 명소인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과 Arco della pace(평화의 문)과도 맞닿아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버스킹 장소로도 유명해서 때가 맞으면 음악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내부에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과 작은 도서관도 있다. 산책 코스가 잘 되어 있다.
셈피오네 공원 / 사진=flickr
해가 지고 난 뒤 공원 뒤편의 스포르체스코 성과 공원 안의 분수에 조명이 켜지는 것도 장관이다. 호수와 다리 전망도 경관의 아름다움에 일조한다. 거북이, 다람쥐, 잉어, 새와 같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4개의 반려동물 동반 구역이 있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기도 좋다. 공원에 있는 6개의 키오스크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 먹을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월·화·수·목·금·토·일요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Sempione Park, Piazza Sempione, 20154 Milano MI, 이탈리아
Sempione Park, Piazza Sempione, 20154 Milano MI, 이탈리아
‘행복의 비결은 자유이고, 자유의 비결은 용기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Thucydides)가 한 말이다.
답답한 틀에 맞춰 살기를 스스로 종용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기꺼이 내어 보자.
아는 이 없는 밀라노에서만큼은 보헤미안 정신을 이어받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신명나게 자유를 즐겨보자.
밀라노에서 깊어가는 하룻밤마다 자유로움에 물들고 있는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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