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는 198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을 만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곳곳에 르네상스 시절 세워진 성당과 궁전이 즐비한 도시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각종 유물과 미술품들 역시 볼거리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피렌체의 가장 중심에서 출발해 가볍게 걸어서 만날 수 있는 박물관 코스를 소개한다.
01
피렌체 중앙시장
Mercato Centrale Firenze
피렌체 중앙시장/사진=flickr
옛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걸어서 떠나는 여행길에 든든한 식사가 빠지면 섭섭한 법.
피렌체 중앙시장은 피렌체 도보 여행의 시작을 든든하게 책임지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피렌체를 상징하는 산 로렌초 대성당과 피렌체 중앙역 인근의 대형 시장이다.
도시 정중앙에 위치하니만큼 피렌체 여행의 출발점으로도 종착지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돼지고기와 내장을 이용한 버거다.
람프레도또(Lampredotto)는 돼지의 내장, 특히 곱창을 이용한 버거를 말하고 볼리또(Bollito)는 수육으로 만든 버거다.
고기와 내장 중 각자 취향을 따라 골라보자.
네르보네(좌)와 네르보네의 볼리또(우)/사진=flickr
두 음식은 식당이나 푸드트럭 등 피렌체 곳곳에서 맛볼 수 있지만, 여정의 시작으로는 오전 7시면 문을 여는 이곳 중앙시장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 네르보네(Nerbone)가 특히 추천할 만하다.
피렌체 중앙시장
Piazza del Mercato Centrale, Via dell’Ariento,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Piazza del Mercato Centrale,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Piazza del Mercato Centrale,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02
피렌체 환상 박물관
Museo delle illusioni Firenze
사진=피렌체 환상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피렌체 하면 누구나 르네상스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과 빼어난 유화, 조각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렌체 환상 박물관은 그런 기대를 단번에 배신한다.
이곳은 앞서 소개한 중앙시장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건물과는 대비되는 지극히 현대적인 전시가 인상적이다.
물리학, 화학, 색채학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은 박물관의 이름 그대로 ‘환상’을 경험하게 한다.
시각뿐 아니라 온갖 감각을 어지럽히는 체험형 전시의 향연에 넋을 놓지 않도록 주의하자.
운영시간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입장권은 성인 1인 기준 21유로(약 2만 8000원)다.
Borgo degli Albizi, 29, 50122 Firenze FI, 이탈리아
Borgo degli Albizi, 29, 50122 Firenze FI, 이탈리아
03
스트로치 궁전
Palazzo Strozzi
스트로치 궁전/사진=flickr
환상 박물관을 나서서 7분쯤 걸어가면 또 다른 전시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름부터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궁전’인 이곳은 메디치 가문의 경쟁자였던 스트로치 가문의 성이다.
이들은 피렌체 국부로도 불리는 코시모 메디치(Cosimo de’ Medici)에 의해 피렌체에서 추방당했다.
스트로치 가문은 훗날 나폴리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피렌체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메디치 가문의 힘을 거스르지 못할 것을 알았다.
결국, 궁전 착공 당시 피렌체를 다스리던 로렌초 메디치(Lorenzo de’ Medici)에게 설계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회랑과 외관/사진=flickr
위대한 르네상스의 후원자는 안목도 다른 것일까.
다듬어지지 않은 돌을 이용해 쌓은 벽은 투박하지만, 주변의 어느 건물보다 훨씬 육중하고 멋스럽다.
정작 궁전의 주인인 필리포 스트로치(Filippo Strozzi)는 완공까지 40년이나 걸린 이 건물의 위용을 미처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그래도 오늘날 궁전의 웅장한 공간이 미술관으로서 피렌체를 빛내고 있으니 그에겐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전시된 회랑/사진=flickr
운영시간은 목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목요일은 오후 11시까지다.
입장권은 성인은 1인 15유로(약 2만 원), 6~18세 아이는 5유로(약 7000원)다.
Piazza degli Strozzi,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Piazza degli Strozzi,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04
카페 길리
Caffè Gilli
카페 길리/사진=flickr
정신없이 이곳저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다녔다면 잠시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숨을 돌려보자.
그렇지만 역사의 도시 피렌체는 카페 하나도 평범하지 않다.
콘체르토(Caffé Concerto Paszkowski), 리보이레(Rivoire) 등과 함께 피렌체를 대표하는 카페 길리는
창립 연도가 1733년으로 거의 3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루스 오킨, 1951년 이탈리아의 미국인 소녀/사진=flickr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이곳은
‘1951년 이탈리아의 미국인 소녀(American Girl in Italy 1951)’라는 한 유명 사진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이탈리아 카페처럼 계산대 옆으로 마련된 바에 서서 마시고 간다면 에스프레소 한잔에 1유로(약 1400원)다.
하지만 실내나 야외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서 마시고 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좌석을 이용하게 되면 에스프레소는 한잔에 4유로(약 5600원), 도피오는 6유로(약 8400원)가 된다.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사케라토나 콘 빤냐 역시 6유로다.
오전 7시 반에서 오전 1시까지 영업한다.
Via Roma, 1r,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Via Roma, 1r,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05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Leonardo Da Vinci Interactive Museum
사진=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1452년 피렌체의 빈치 지방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마 전 세계의 누구라도 알만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일 것이다.
그가 태어난 곳이자 1500년경 중년의 나이에 돌아와 모나리자와 같은 전설적인 작품들을 남긴 도시 피렌체답게
그를 기리는 박물관 역시 시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바로 관람객과 전시품의 상호작용이다.
전시품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만한 건 미술품도 스케치도 아닌, 그의 스케치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기계들이다.
관람객들은 대포, 크레인, 탱크, 주행장치 등 현실로 나타난 그의 다양한 창조물들을 작동시키며 보다 역동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다빈치 박물관의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다.
입장권의 경우 18세 이상 성인은 8유로(약 1만 1000원), 5세~17세 아이는 6.9유로(약 9500원)다.
Via del Castellaccio, 1r, 50121 Firenze FI, 이탈리아
Via del Castellaccio, 1r, 50121 Firenze FI,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빛낸 도시 피렌체에서는 오늘도 각종 예술품과 전시들이 전 세계에서 온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아르노강 주변을 포함한 시내 대부분 지역이 보행자 전용로임에도 명소들이 서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는 점은 축복이라 할 만하다.
이 예술의 은혜가 넘치는 도시의 중심에서 튼튼한 두 다리를 활용해 훌륭한 전시를 마음껏 누려보자.
글=강유진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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