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시장하면 중앙시장인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을 떠올린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보케리아 시장 이외에도 40여 개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이 있다.
‘시장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시장 4가지를 소개한다.
01. 산트 안토니 시장 (Mercat de Sant Antoni) 운영 시간: 매일 08:0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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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트 안토니 시장 / 사진=플리커
바르셀로나 산 안토니(Sant Antoni)역 근처의 과거와 현대의 조화가 돋보이는 시장이다. 산 안토니 지역은 가우디 건축물이 없어 많은 관광객이 지나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서며 바르셀로나 MZ세대의 성지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트 안토니 시장(Mercat de Sant Antoni)’이 있다.
1882년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로비어리 트리어즈(Antoni Roviri Trias)가 설계했다.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외관이지만 내부는 2017년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산트 안토니 시장에 갔다면 꼭 들려야 하는 가게가 있다. 바로 대구를 파는 ‘마스클랜스(Masclasns)’이다. 마스클랜스는 산트 안토니 시장이 오픈한 1882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소금에 절인 대구를 판매하고 있다. 마스클랜스가 운영하는 타파스 바에서 대구 튀김을 먹어보자. 한입 베어 물면 오랜 영업의 노하우가 느껴진다.
일요일에는 시장 주변으로 벼룩시장이 열린다. 1936년부터 시작됐다. 오래된 서적과 잡지가 벼룩시장의 주인공이다. 이밖에도 빈티지 엽서, 레코드 CD, 비디오테이프 등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골동품들이 가득하다. 일요일이면 전 세계 수집가들이 산트 안토니 시장에 몰리는 이유다.
저녁이 되면 시장 주변으로 버스킹이 열리기도 한다. 시장에서 타바스와 와인을 사 공연과 함께 즐기며 잠시나마 바르셀로나 MZ세대가 돼 보자.
02. 산타 카테리나 시장 (Mercat de Santa Caterina)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07:30~15:30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07:30~20:30 일요일 휴무 |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뽑힌 시장이다. 화려한 색깔의 거대한 물결모양 지붕으로 고딕 지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역사는 약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23년 지금 시장의 자리에 수도원이 들어섰다. 1845년 폭격으로 수도원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것이 현재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개장 이후 150여 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활기 돌던 시장은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폐쇄 위기에 처했다. 시장이 쇠퇴하면서 구시가지 전체가 활기를 잃었다. 바르셀로나의 유명 건축가 엔리크 미라예스(Enric Miralles)가 구시가지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 엔리크 미라예스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시장의 원형은 보존하고 그 위에 거대한 지붕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시장 중 최초로 지붕을 올린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구시가지는 활기를 되찾았다.
물결모양의 화려한 목재 지붕은 세 개의 강철 트러스가 지지하고 있다. 목재 지붕은 67가지 색의 32만5000개의 타일로 장식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타일들은 타일 세공으로 유명한 남부 지방 도시 세비야(Sevilla)에서 공수해 왔다. 형형색색의 타일들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상징한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내부에 전시된 로마 시대 유물이다. 리모델링 공사 중 발견한 유물이다. 이 때문에 공사 기간이 2년에서 6년으로 미뤄졌지만 상인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유물이 있는 곳을 유리로 덮은 뒤 시장과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오래된 역사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을 꼭 가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03. 엔칸츠 벼룩시장 (Mercado de los Encants)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09:00~20:00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 휴무 |
‘엔칸츠 벼룩시장(Mercado de los Encants)’은 100년이 넘는 역사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 글로리에스(Glòries)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앞에 소개한 두 시장과는 다르게 한동안 야외에서 운영한 벼룩시장이었다. 건물 없이 공터에 매주 500개의 노점이 모였고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거대한 시장이었다. 2008년 바르셀로나 시장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장을 현대화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3년 유명 스페인 설계 사무소 b720의 도면을 바탕으로 현재의 엔칸츠 벼룩시장을 완성했다.
글로리에스 역에 도착하면 멀리서부터 25m에 달하는 제멋대로의 스테인리스 스틸의 캐노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엔칸츠 벼룩시장의 지붕이다. 캐노피의 자유로운 형태 사이사이의 빈 공간들은 시장 내부로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전체적인 공간은 외부와 내부가 뚜렷하지 않은 열린 형태로 돼 있다. 3개의 지상층도 서로 조망이 가능해 단절되지 않고 열려있다. 기존에 야외에서 운영하던 시장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다.
엔칸츠 벼룩시장에 가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래된 골동품, 가구, 책, 장식품, 옷 등 모든 것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과 종묘 골동품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보물찾기하듯 꼼꼼히 살펴보면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면 흥정은 필수다. 도보로 6분 거리에 바르셀로나 유명 건축물 장누벨(Jean Nouvel)의 ‘아그바 타워(Agbar Tower)’까지 있으니 같이 보고 오면 금상첨화다.
04. 바르셀로네타 시장 (Mercado de La Barceloneta) 월요일~토요일 07:30~14:00 일요일 휴무 |
바르셀로네타 해변(Platja de la Barceloneta)에서 5분 정도 시내로 걸어가면 철제의 독특한 곡선 외관이 반긴다. 바로 1884년부터 시작한 ‘바르셀로네타 시장(Mercado de La Barceloneta)’이다.
초기 바르셀로네타 시장은 건축가 안토니 로비라(Antoni Rovira)가 어시장으로 설계했다. 이후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요셉 미아즈(Josep Mias)를 중심으로 1998년부터 약 10년간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바르셀로네타 시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2008년 ‘카탈루냐 건축 대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장 내부 골조는 1884년의 초기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건물에 새로운 옷을 입힌 격이다. 기존의 지붕을 확장해 새로운 외부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는 외부 광장과 이어지며 시민들에게 거대한 쉼터를 제공한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다양한 상점들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그 사이사이에는 와인과 함께 맛볼 수 있는 치즈, 하몽, 타파스 등이 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가는 길에 들러 해변에서 먹을 것을 골라보자. 바르셀로나에서 즐기는 완벽한 피크닉이 될 것이다.
전통시장에는 현지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기에 더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시장들은 과거의 역사 위에 현재가 켜켜이 쌓인다.
과거와 현재가 얽힌 현지인의 삶,
매력 만점 바르셀로나 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김주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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