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일본에서 자가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지방에서 도시로 갈수록 철도의 여객 분담률은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도쿄의 경우 2020년 전체 교통의 33%를 철도가 분담해, 27%를 기록한 자동차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2020년 기준 수송분담률을 살펴보면 승용차가 69.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뒤를 버스 15%, 철도 12.8%로 뒤쫓는 모습이다. 물론 2020년 통계의 경우 코로나 19의 유행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에 이전 통계와 수치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승용차는 언제나 50% 이상의 압도적인 1위, 버스가 그 다음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철도를 많이 이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 철도의 매력과 인기 요인, 그리고 일본 내 대표 관광열차 5가지를 소개한다.
Chapter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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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사랑받는 철도 배경엔 역시 경제적 이유가 |
일본에 철도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메이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7년, 철도 국유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본은 전국적인 철도망을 꾸렸다. 이후 1987년 국철을 여러 자회사로 분할하고, 일부는 민영화해 현재 전체 철도 중 약 73.8%를 국영회사인 JR이 경영하고 있다.
일본 철도는 애초부터 미국과는 달리 여객에 집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도입 당시부터 설치비용 절감을 위해 폭이 좁고 운송능력이 떨어지는 협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아 무거운 화물을 싣고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여객 철도가 발달한 것과 별개로, 왜 다른 많은 운송수단을 두고 철도를 애용하는 것일까. 답은 가격이다. 일본의 철도 가격이 절대적으로 싸다기보다 다른 운송수단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의미다.
Chapter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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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불편하고 자동차는 비싸다 |
우선 버스는 어떨까. 애초에 버스는 철도보다 나중에 도입했기 때문에 인프라 측면에서 뒤쳐졌다. 국가가 운영하는 철도처럼 처음부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것도 아니라서 이용률은 낮았고, 수익 또한 적었다. 이에 노선 확대도 힘든 악순환을 반복했다. 결국 여객을 목적으로 일찌감치 국가가 깔아둔 철도 자리에 버스가 들어갈 틈이 없었던 셈이다. 앞서 도쿄도의 통계에서 버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3%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동차는 어떨까. 일본에서 차량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본인 소유의 차고증명이 이뤄져야 한다. 거기에 차고도 개인 주택이 아니라면 사용요금이 매달 관리비와 함께 청구되고 건물이 오래될수록 비싸진다. 결국 도시에 사는 이들은 생활물가나 임대료 등에 더해 차량에 드는 유지비를 생각해 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하게 된다.
택시라고 낫지 않다. 택시를 탄다면 기본 500엔(약 5000원)에 255m마다 100엔(약 1000원)씩 오르는 값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많은 일본국민에게 철도가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Chapter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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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다양한 관광열차 |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깔린 철도망을 여행으로 이용해보면 어떨까. 일본의 철도회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과 연계해 특정 노선이나 열차 자체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많이 개발해왔다. 그중에서 특히 추천할만한 5개의 관광열차를 소개한다.
토호쿠 이모션 東北エモーション |
사진=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공식 홈페이지(위), flickr(아래)
토호쿠 이모션은 이름 그대로 일본 동북지방, 그중에서도 아오모리현과 이와테 현을 잇는 하치노헤선을 달리는 열차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열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열차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전 차량이 레스토랑 공간이라는 사실. 일명 ‘달리는 레스토랑’으로 불리며 개인실, 라이브 키친, 오픈 다이닝 등 다양한 객차에서 여유로운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태평양의 모습은 덤이다.
현재 하치노헤를 출발해 구치를 종착역으로 하는 노선 기준 개인실 객차가 2인 1만400엔(약 10만4000원), 3인 9800엔(약 9만8000원), 4인 9500엔(약 9만5000원)이다. 동일 노선의 오픈 다이닝 객차는 인원 관계없이 8600엔(약 8만6000원)이며, 3월 31일 이후엔 요금의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어떤 열차 或る列車 |
사진=flickr
외관부터 이름까지 평범한 구석이 없는 이 열차의 콘셉트는 ‘100년의 시간을 넘어 달리는 환상의 호화열차’다. 1906년 당시 규슈철도사가 미국의 브릴사에 호화 여객차량을 발주 했으나, 이후 규슈철도의 국유화로 계획 자체가 무산된 통칭 ‘어떤 열차’를 모델로 2015년 운행을 시작했다.
‘철도 모형의 신’이라 불린 하라 신타로의 모형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외관에 더해 내부는 1900년대의 호화스러움을 제대로 연출했다. 거기에 일류 요리사의 코스 요리까지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콘셉트에 충실한 열차다.
하카타역과 유후인 역을 1일 1회 왕복하며, 성인 2인기준 테이블석인 1호차와 개별실이 있는 2호차 모두 2만9000엔(약 29만 원)으로 호화열차답게 가격 역시 상당하다.
관광특급 푸른 교향곡 観光特急 ‘青の交響曲’ |
사진=flickr(맨 왼쪽), 킨키일본철도 홈페이지
오사카, 교토를 포함한 관서지역을 다른 말로는 킨키지방이라 부른다. 그 킨키지방의 열차를 총괄하는 킨키 일본 철도는 푸른 교향곡이라는 우아한 이름의 관광열차를 운영한다. 이 열차는 오사카의 마천루인 ‘아베노하루카스’가 입지한 아베노바시역과 벚꽃 명소인 요시노산 초입의 요시노역을 달린다.
열차 로고에도 반영된 요시노산을 포함한 총 세 개의 능선, 일본의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아스카촌, 세계 유산인 금봉산사 등 여러 명소를 방문할 수 있다. JR측에선 해당 열차와 연계된 다양한 여행 코스의 모델을 홈페이지에 제시하고 있어 여행 계획에 많은 참고가 된다. 요금은 성인 1720엔(약 1만7000원), 어린이는 870엔(약 8700원)이다.
코시노 슈*쿠라 越乃Shu*Kura |
사진=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공식 홈페이지
술, 특히나 일본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니가타현을 한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또는 이곳에서 탄생한 ‘고시히카리’라는 쌀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쌀의 고장 니가타현이 자랑하는 다양한 토속주와 안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열차가 바로 코시노 슈*쿠라다.
이름에 사용된 코시노는 니가타의 과거 이름인 에치고에서 따왔고 슈는 술, 쿠라는 일본어로 창고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슈와 쿠라 사이의 ‘*’문양은 쌀과 꽃을 형상화 했다.
열차 이름과 표의 가격은 출발역과 도착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나가오카역을 출발해 죠에쓰묘코역을 향하는 노선의 경우 1인당 8400엔(약 8만4000원)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술과 음료 외에도 2호차에 설치된 서비스 카운터에서 생맥주나 다른 음료를 주문 할 수 있다.
시코쿠만나카센넨모노가타리 四国まんなか千年ものがたり |
사진=시코쿠여객철도주식회사 홈페이지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섬 중에서도 가장 작으며 동시에 산지가 험준한 시코쿠를 달리는 관광열차다. 빨강, 파랑, 초록의 3색으로 구성된 세 개의 객차는 각각 가을, 겨울과 여름, 봄을 형상화 했다.
봄의 새싹에서 영감을 받은 1호차는 내부도 봄을 연상시키는 초록색과 갈색의 실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여름과 겨울의 청명함을 주제로 삼은 2호차는 다른 차량과 달리 7m 길이의 벤치 소파 좌석이 반대편을 바라보게 설치해 다인 승객들에게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가을을 형상화한 3호차는 잘익은 과일과 단풍처럼 진홍색과 금색이 주축이 된 실내를 가져 마치 영화관이나 라운지와 같은 묵직한 느낌이 든다.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만나카가 이름에 들어간 것처럼 시코쿠의 험한 산세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해당 열차는 계곡과 절벽, 단풍 등의 풍경을 바로 코앞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요금은 노선에 따라 성인 3810~4000엔(약 3만8100원~4만 원), 아동 2650~2750엔(약 2만6500~2만7500원)이다.
열차는 자동차에 비해 확실한 특색이 있는 교통수단이다.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피로도 적고 여행지의 풍경,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일행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
도시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일본 여행이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했다면 오늘 소개한 관광열차에 몸을 실어보자.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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