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중심이자 눈의 도시. 삿포로를 수식하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삿포로에는 볼거리 이상으로 풍성한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특히나 홋카이도의 발달한 낙농업은 질 좋은 유제품을 만들어내고 천혜의 자연이 낳은 훌륭한 과일의 맛은 분명 같은 과일임에도 처음 느껴보는 맛과 식감을 제공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디저트가 있으니 바로 파르페다. 삿포로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술 문화가 하나 있다. 일명 ‘마무리 파르페’(締めパフェ)가 바로 그것인데 저녁 식사와 술자리까지 마친 후 파르페를 먹으며 마무리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파르페를 비롯한 디저트류는 대부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삿포로에서는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디저트를 즐기는 것이 이전부터 보편적이었다. 케이크 전문점에 노신사가 홀로 조각 케이크를 즐기는 모습이나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한 손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마무리 파르페’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 술자리의 마지막을 파르페로 장식하는 문화가 존재했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라멘이 하는 역할을 파르페가 대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행을 가봤으면 그곳의 문화 체험도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삿포로 시민들이 사랑하는 파르페 맛집 5곳을 선정해봤다.
NO. 1 파르페, 커피, 술, 사토 パフェ、珈琲、酒、佐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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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lickr
마무리 파르페 문화 때문인지 삿포로에는 유독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영업하는 파르페 가게들이 많다.
파르페, 커피 술, 사토라는 이 특이한 이름의 가게도 그중 하나다. 아이스크림 조형물이 어색하게 보이는 외관과 평일 오후 6시~자정,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2시까지라는 영업시간은 마치 주점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바 테이블에 늘어선 술병들은 이곳이 정녕 이자카야가 아닌 카페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2016년 문을 열어 때마침 불기 시작한 마무리 파르페 열풍의 선두 주자가 된 이곳은, 상호명 그대로 파르페와 커피, 술, 기타 디저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현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나 솔트 캐러멜과 피스타치오가 대표 메뉴로 커피 외에 위스키나 브랜디와 곁들여도 훌륭하다고 한다.
파르페 단품은 1000~2000엔(약 1만~2만 원), 파르페, 술, 간단한 안주, 커피 4종 세트가 3080엔(약 3만 원)이다. 많은 사랑을 받아 삿포로 곳곳에 분점이 생겼지만 여러 평을 종합해 봤을 때 역시 본점의 아성을 넘기엔 부족한 듯하다.
Parfait, coffee, liquor, Sato
일본 〒060-0062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2 Jonishi, 1 Chome−6-1 第3広和ビル 1F
NO. 2 밤의 파르페 전문점 파르페테리아 팔 夜パフェ専門店パフェテリア パ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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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르페테리아 팔 공식 홈페이지
앞에서 소개한 곳이 이자카야 같은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가졌다면 이곳은 정반대로 바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두운 조명, 매장에 깔리는 재즈, 나비넥타이를 차려입은 바텐더, 다양한 잔에 담긴 칵테일까지. 일반적인 바와 다른 건 그 칵테일 위에 파르페가 올라가 있다는 점. 거기다 파르페와 세트로 주문이 가능한 음료 역시 칵테일이다.
이렇게 파르페와 칵테일을 접목한 이른바 ‘밤의 파르페(夜パフェ)’를 처음 고안한 가게가 바로 이곳이다. 2015년 개점 이래, 밤의 파르페는 최근 몇 년간 SNS상에서 유행해 도쿄의 시부야를 비롯한 일본 내 대도시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소 생소한 조합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처음 시도가 힘든 법. 삿포로를 넘어 일본을 강타한 유행에 몸을 맡겨보자. 파르페 단품은 1700엔대(약 17000원), 칵테일이 포함된 세트는 2000엔(약 2만 원)이다.
Parfaiteria Pal
일본 〒064-0804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4 Jonishi, 2 Chome−10-1 南4西2ビル 6F
NO. 3 이니셜 イニシャ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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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니셜 공식 페이스북
바야흐로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외관이다. 일명 ‘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able)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진에 예쁘게 담기느냐의 여부는 이제 요식업계에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니셜은 바로 이 방면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특히 제철 과일을 주재료로 색감, 모양, 맛 등을 최대로 살리기 위한 조형을 구상한다. 소재의 맛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 때로는 바질, 타임과 같은 허브에서부터 사케까지도 이용하는 독창적인 발상이 인상깊다.
아무래도 제철 과일을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메뉴는 시기에 따라 항시 변하지만, 언제나 10종 이상의 다양한 구성을 갖추고 있는 점이 놀랍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홋카이도의 제철 과일이 가진 매력이 극대화된 디저트를 보고 싶다면 필히 방문하길 바란다.
Initial Sapporo
일본 〒060-0063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3 Jonishi, 5 Chome−36−1 F.DRESSビル 2F
NO. 4 핫쏘 H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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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핫쏘 공식 인스타그램
오도리 공원 근처에 위치한 핫쏘는 2013년 문을 열어 벌써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독창적인 맛의 파르페를 제공해왔다. 다른 곳의 파르페가 과일, 생크림, 젤라또 등의 재료를 주로 활용해 단맛과 신맛을 강조하는데 비해, 이곳의 인기 파르페는 땅콩, 모짜렐라 치즈 등 진하고 짭짤한 맛의 재료가 많은게 특징이다. 거기에 수제 베이컨을 이용한 파스타나 홋카이도산 치즈와 같은 메뉴도 있어 식사와 후식까지 앉은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다른 앞서 소개한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손님들은 주로 파르페와 함께 술을 주문하는데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식후주인 그라파와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부터로, 앞서 소개한 두 가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지만 문을 닫는 시간은 오전 1시로 거의 비슷하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너무 단맛 일색인 디저트에 질렸거나 아무 곳에서나 맛보기 힘든 그라파를 체험하고 싶다면 이곳이 답이 될 것이다. 그라파 등 디저트 와인과 파르페 세트는 2800엔(약 2만 8000원), 파르페 단품은 1400~1600엔(약 1만 4000~6000원)이다.
Hasso Dolceteria Hokkaido
일본 〒060-0062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2 Jonishi, 5 Chome−SCALETTA3F
NO. 5 로지우라 카페 ROJIURA Caf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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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지우라 카페 공식 페이스북
뒷골목이라는 뜻의 ‘로지우라’라는 상호명대로 지하철 스스키노역 5번 출구 부근의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이곳. ‘갓 만든 디저트를 제공한다’는 모토를 가진 케이크 장인이 2016년 개점해 현재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메뉴는 ‘특제 커피 파르페’로 커피 원두의 등급을 나눌 때 가장 높은 등급인 G1에 속하는 원두만을 선별해 핸드 드립한 커피 젤리가 가득 들어있다. 비주얼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분명 파르페임에도 잘 만든 수제 티라미수를 맛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케이크 장인의 가게답게 압도적인 두께의 수플레 팬케이크와 바삭바삭한 식감의 밀푀유도 인기다. 커피 파르페는 1340엔(약 1만 4000원), 파르페 1종과 60분간 자유롭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세트 메뉴는 2000엔(약 2만 원)이다.
본래 홋카이도 최대의 유흥가인 스스키노 인근에 자리잡은 가게답게 오후 6시에서 새벽 오전 3시, 금요일 토요일은 오전 4시라는 놀라운 영업시간을 자랑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진 현재는 평일은 오후 6시부터 오전 1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3시까지 영업한다.
일본 〒064-0806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6 Jōnishi, 3-chōme, TAKARA6・3 TAKARA6.3ビル1F
일본 〒064-0806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6 Jōnishi, 3-chōme, TAKARA6・3 TAKARA6.3ビル1F
파르페라는 디저트는 우리나라에서 주류가 되는 디저트라고 보기는 힘들고, 술을 마시고 난 뒤 마무리를 책임지는 음식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삿포로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껏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도착해서도 평범한 경험만을 반복해서는 의미가 없다.
삿포로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현지인들의 이 독특한 식습관을 경험해보자.
혹시나 귀국 후에도 눈에 불을 켜고 파르페 가게를 찾아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강유진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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