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는 아침에 간단하게 먹기 좋은 그릭 요거트. 그 위를 과일과 그래놀라로 덮고 꿀을 뿌려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리스의 음식일 것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 그릭 요거트지만 놀랍게도 온전히 그리스의 음식은 아니다.
유목민의 역사를 이어받은 나라 튀르키예에서 먹던 것이 그리스에 퍼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있는 그릭 요거트는 제쳐 두고 그리스의 다른 음식을 찾아보자. 그릭 요거트는 생각도 나지 않을 그리스의 대표 요리를 소개한다.
01 수블라키 Souvlaki |
수블라키 /사진=flickr
당신, 닭꼬치를 좋아하는가. 그러면 성공이다. 닭꼬치를 좋아한다면 수블라키도 무조건 좋아할 것이다. 수블라키는 그리스의 대표 꼬치 요리로 ‘꼬챙이’를 뜻하는 수블라(souvla)와 ‘작다’는 의미의 키(ki)의 합성어다. 꼬챙이에 끼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한데 보통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한다. 이외에도 소고기와 생선, 채소도 끼워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블라키 /사진=flickr
수블라키는 가정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요리하기 쉽다. 먼저 한입 크기로 자른 고기를 올리브유와 레몬, 로즈마리 등에 재운다. 그다음 양파와 피망과 같은 채소도 먹기 좋게 잘라 고기와 함께 꼬치에 끼운 후 그릴에 구우면 수블라키 완성이다.
수블라키 / 사진=flickr
수블라키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보통 케밥처럼 빵에 싸 먹는다. 그리스 전통 빵인 피타(pita)에 수블라키와 각종 채소를 넣고 차지키(tzatziki)라는 요구르트 소스에 찍어 먹는다.
그리스에서 최고의 수블라키를 맛보고 싶다면 아르카디아 레스토랑(Arcadia Restaurant)을 방문해보자. 맛도 맛이지만 플레이팅이 환상적이다. 침샘을 자극하는 플레이팅으로 눈과 입 모두 제대로 호강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가 좋은 만큼 비용은 약간 비싼 편이니 참고하자.
Arcadia Restaurant
Makrigianni 23-27, Athina 117 42 그리스
02 무사카 Moussaka |
라자냐와 무사카 / 사진=flickr
영화 가필드에 나오는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라자냐다. 라자냐는 이탈리아 음식으로 넓은 면을 깔고 그 사이사이를 라구소스와 베샤멜소스로 가득 채운다. 간 고기와 달콤한 토마토소스가 조화를 이루는 라구소스와 크림소스를 만들 때 기본이 되는 베샤멜소스가 합쳐져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맛을 낸다. 이 때문에 라자냐만 먹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다.
라자냐 마니아층이 들으면 기뻐할 소식이 있다. 바로 그리스에서 이와 비슷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사카라고 하는 음식인데 그 모습이 라자냐와 똑 닮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무사카는 가지와 감자가 라자냐의 파스타 면을 대신한다는 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을까.
무사카 / 사진=flickr
무사카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 아랍어로 ‘잡탕’을 의미하는 무사까(musakka)에서 유래했다는 속설도 있고 팔레스타인어로 ‘따뜻하게 데운 것’이라는 뜻의 ‘무삭칸(musakhkhan)에서 왔다는 말도 있다.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음식인 만큼 그 뿌리에 대한 논쟁이 아직까지 치열하다.
무사카를 만드는 방법은 꽤 까다로워서 그리스에서도 잔치나 이벤트가 있을 때만 먹는다고 한다. 올리브유에 감자를 볶은 후 그 위를 차례대로 가지와 간 고기로 덮는다. 이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하다가 맨 위에 베샤멜소스를 끼얹고 치즈로 마무리하면 된다. 언뜻 보면 굉장히 쉬운 요리 같지만, 모든 재료를 볶고 굽고 튀겨야 해서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한국에서도 재료를 찾기가 어렵지 않으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한 번쯤 만들어 봐도 좋다.
무사카 / 리온디 공식 페이스북 계정
이 만들기 어려운 요리를 그리스에서 꼭 먹어야 한다면 리온디(Liondi Traditional Greek Restaurant)를 방문해보자. 한국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어 주문도 서비스도 모두 최상이다. 구글 평점 5점 만점에 4.6점이니 맛있다는 표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LIONDI Traditional Greek Restaurant
Makrigianni 19-21, Athina 117 41 그리스
03 스파나코피타 Spanakopita |
스파나코피타 / 사진=flickr
여기 다이어트 요리가 또 있다. 스파나코피타라는 그리스식 파이다. 파이가 어떻게 다이어트 음식이 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스파나코피타의 주재료는 시금치다. 시금치로 만든 파이라니 이제야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말이 이해된다.
스파나코피타를 만드는 방법은 쉽다. 페스트리 빵 사이에 작게 자른 시금치와 버터, 페타 치즈, 달걀 등을 넣고 오븐에 굽는다. 오븐에 구워 칼로리도 적고 담백해 한 번 맛본 사람은 계속 생각난다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비주얼이라 칼로리를 신경 쓰지 않고 간단한 식사 또는 간식으로 챙겨 먹어도 좋다.
스파나코피타는 그리스 대부분의 카페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 근처에 카페나 빵 가게가 있다면 거리낌 없이 들어가 스파나코피타를 주문해보자. 생각보다 맛있어서 그리스 여행 중 카페에 가면 스파나코피타만 찾을 것이다.
04 기로스 Gyros |
기로스 / 사진/flickr
여행 중 식사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로스를 추천한다. 간단하게 한 끼 식사로 때울 수 있는 음식인 기로스는 그 생김새가 튀르키예의 케밥과 오묘하게 닮았다. 기로스도 케밥처럼 간편하게 먹기 딱 좋다.
기로스는 넓적한 빵 위에 담백하게 구운 고기와 양상추, 토마토와 같은 채소와 두꺼운 감자튀김을 잔뜩 올리고 차지키라는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뿌려 완성한다. 감자구이를 넣는 게 본래 방식이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감자튀김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감자튀김으로 바뀌고 반응이 좋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사키스 / 사진=flickr
현지 느낌 가득한 기로스를 맛보고 싶다면 사키스(Sakis)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도 식당 앞에 줄을 서고 있어 그 앞을 지나가다가 호기심이 생겨 발이 저절로 멈출 것이다. 가격은 8유로(한화 약 1만 800원)로 가볍게 때우는 음식치고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맛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니 꼭 먹어야 하는 그리스 음식 중 하나다.
Sakis
Kalogera 7, Mikonos 846 00 그리스
그리스, 나라 이름은 친밀한데 의외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유럽 여행지는 아니다.
남유럽 대표 국가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 밀린 그리스는 유럽 일주를 할 때 겨우 방문하는 국가가 됐다.
하지만 그리스를 한번 방문하면 남유럽 대표 국가가 싹 바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 그리스에서 수블라키와 무사카, 스파나코피타, 기로스를 먹어보자.
그리스 음식만의 담백함과 달콤함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글=서예지 여행+ 기자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