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나라 탈춤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탈춤 외에도 전 세계 문화유산 47개를 새로이 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프랑스의 바게트 문화와 중국과 터키의 차 문화, 북한 평양냉면 등 음식 유산부터 캄보디아의 전통 무술, 피레네산맥의 곰 축제까지 다양하다. 여행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먹고 즐길 수 있다. 인류가 한마음으로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세계문화유산을 알고 체험하는 일은 여행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제17차 위원회 회의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무형유산 중에 8개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탈춤을 빼놓고 나머지 전부 식문화와 관련한 유산으로 골랐다.
♣ 대한민국 탈춤
탈춤은 무용·음악·연극을 아우르는 공연예술이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정식 이름은 ‘탈춤, 대한민국의 탈춤 드라마(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다. 탈을 쓰고 춤을 추면서 극을 이끌어나가는 탈춤의 특징을 콕 집어 유산 명칭으로 넣었다. 탈춤은 6명에서 최대 10명의 음악가로 구성된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풍자하면서 ‘보편적 평등’과 ‘계층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탈춤의 골자다. 탈춤에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객들의 참여다. 무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탈춤 공연에서는 연기자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극이 흘러가는 동안 관객은 호흥하거나 야유를 보내고 연기자는 거기에 반응한다. 유네스코는 탈춤이 지역 사투리와 민요를 보존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 북한 평양냉면 풍습
북한에서도 무형유산에 새롭게 등재된 것이 있다. 바로 평양냉면이다. 공식 명칭은 ‘평양냉면 관습(Pyongyang Raengmyon custom)’으로 단순히 평양냉면이라는 메뉴 자체보다는 관련한 문화에 주목했다. 유네스코는 평양냉면을 ‘북한의 관습적인 사회문화적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평양 사람들에게 깊이 뿌리내린 전통 민속 요리로 장수·환대의 의미를 음식에 담아냈다. 평양냉면은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었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가족 친지가 모여 메밀면처럼 길게 삶을 이어나가기를 기원했다. 생일이나 결혼식 같은 잔칫날에도 평양냉면을 먹는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평양냉면 가게가 많아졌고 지금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됐다.
♣ 프랑스 바게트 장인의 노하우와 빵 문화
프랑스의 상징 바게트빵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바게트는 밀가루·소금·물·누룩(또는 효모) 등 단 4가지 재료로만 만든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빵 맛이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빵이다. 한 해에 수십억 개에서 많게는 100억개 정도 소비된다는 통계가 있다. 바게트 빵은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매일 아침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빵을 사 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바게트는 일반 가정집은 물론 식당과 학교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소비된다.
♣ 중국 전통 차 문화
중국의 차가 ‘전통 차 가공 기술 및 관련 사회적 관행’이라는 명칭으로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찻잎 따기부터 가공, 음용 및 예절과 사회적 관행 등 차의 시작부터 의미까지 두루 아우른다. 중국은 녹차·황차·흑차·백차·우롱차·홍차 등 6가지 차 종류를 개발한 차 종주국이다. 차는 중국인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집·직장·식당·사원 등 어디든 차를 끓여 낸다. 차를 통해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관행은 중국 역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차 관련 지식과 기술 및 전통은 가족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거나 견습생 제도를 통해 전수된다.
♣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 차 문화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에서 차는 그들의 정체성이자 환대, 사회적 유대감의 상징으로 통한다. 두 나라에서는 여러 유형의 차와 양조 기술이 대대로 전해지고 있지만 가장 주가 되는 건 홍차다. 지역 사회에서는 전통 공예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주전자로 차를 끓인다. 차를 담아내는 잔도 독특한데 전통적으로 도자기 또는 은과 유리로 만든 배 모양의 컵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설탕, 레몬 조각, 말린 과일이나 과자를 곁들여 차를 마신다. 아제르바이잔 일부 지역에서는 계피·생강 등 향신료와 허브를 차에 넣어 먹기도 한다. 전통 차 기술 보유자에는 차를 키우는 농부와 찻집 소유주, 차 관련 도구 및 과자를 만드는 장인이 포함된다.
♣ 대추야자
대추야자 관련 지식·기술·전통·관행도 문형유산에 등재됐다. 관련 나라는 UAE, 바레인,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모리타니, 모로코, 오만, 팔레스타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튀니지, 예맨 등 다양하다. 대추야자는 주로 사막 지역의 오아시스에서 자란다. 수 세기 동안 건조한 지역에서 문명을 건설하는 데 대추야자나무가 큰 도움을 줬다는 점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대추야자를 먹는 문화는 고대 때부터 아랍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대대로 시와 노래에도 등장한 대추야자나무는 아랍 일대 사람들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
♣ 쿠바 라이트 럼 마스터
쿠바 라이트 럼은 1862년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시에서 탄생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끊긴 적 없이 라이트 럼 마스터의 지식과 기술이 전승돼오고 있다. 쿠바 라이트 럼 마스터는 라이트 럼 제조 기술을 보호하고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쿠바 라이트 럼 제조는 쿠바 생태 문화와 환경과의 조화를 핵심 가치로 한다. 라이트 럼 마스터는 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책임 있는 소비를 증진하고 쿠바 밖의 나라에도 라이트 럼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 사우디아라비아 쿨라누 커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커피가 난다. 유네스코는 쿨라누(Khawlani) 커피 원두 재배와 관련한 지식과 관행을 새롭게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쿨라누 부족은 300년 이상 커피 콩을 재배하고 있다. 커피 재배 기술은 대를 거듭하면서 전수됐다. 쿨라누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망사 주머니에 흙을 채워 씨앗을 넣은 다음 3~4개월 동안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그런 다음 계단식 밭에 옮겨 심고 2~3년 후 콩을 수확한다. 커피콩을 추출하기 위해 평평한 돌에 놓고 원통 모양으로 생긴 돌로 밀면서 껍질을 분리한다. 커피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에게 관대함의 상징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커피 원두를 손님에게 대접하면서 존경의 표시를 한다.
홍지연 여행+ 기자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