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이 지나고 구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엔 가족끼리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명절음식을 함께 먹으며 새해를 기념한다.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 르바란(Lebaran)도 우리와 매우 닮아있다.
귀성길 대란이 벌어지고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아이들에겐 용돈을 준다.
시기는 조금 달라도 명절은 어딜 가나 비슷한 건가 싶어 괜스레 친근감이 든다.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그래서 더 흥미로운 인도네시아 명절 르바란에 대해 알아보자.
르바란 그게 뭐지?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7%가 이슬람교도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하지만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다.
정부가 무교를 허용하지 않아 6가지 종교(이슬람, 기독교, 카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중 하나를 믿어야 한다.
주민등록증에 종교를 표시할 만큼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나라다.
그 중 이슬람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다양한 이슬람 절기를 지키는데
그중 가장 큰 명절 중 하나가 라마단(Ramadan)이 끝나고 시작되는 르바란이다.
먼저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으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Muhammad)가 코란의 계시를 받은 것을 기리는 기간이다. 이슬람에서는 9월을 코란이 내려진 신성한 달로 여기고 한 달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금식하며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음식을 장만해 축하하는 축제를 연다. 이를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라고 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기간을 ‘르바란’ 또는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고 부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기념한다. 르바란의 날짜는 이슬람력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매년 변한다.
르바란 때 우리나라의 설이나 추석처럼 대규모 이동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고향 방문하는 것을 가리켜 ‘무딕(Mudik)’이라고 한다.
이때는 버스나 자동차뿐 아니라 수많은 오토바이도 귀성행렬에 동참하기 때문에 도로가 상당히 혼잡하다.
르바란에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인 성캄(Sungkem)이다. 성캄은 르바란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 용서를 빌고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보다 어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우리나라 세배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인도네시아 명절 음식 소개
명절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명절 풍경은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음식문화는 매우 다르다.
르바란 때 무엇을 먹는지 함께 살펴보자.
1. 끄뚜빳(Ketupat)
르바란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명절음식이다.
야자수 잎을 엮어 사각형 주머니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쌀이나 찹쌀을 넣고 찐 음식이다.
끄투빳은 ‘잘못을 인정하다’라는 뜻의 자바어 ‘끄팟(kupat)’에서 유래한 단어다.
끄뚜팟의 모양 역시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야자 잎을 상하좌우로 교차해 엮어서 짠 주머니는 ‘인간의 죄’를 상징한다.
또한 야자수 잎 안에 담은 새하얀 쌀떡은 ‘순수함’을 뜻한다. 즉, 죄를 씻고 다시 순수함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끄뚜빳은 꼬치구이인 사떼(Sate)나 렌당(Rendang) 등 다양한 육류 요리와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한다.
추천식당
끄뚜빳 사유 페세농간
(Ketupat Sayur Pecenongan)
이동식 가판대에서 조리해주는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이다.
바로 옆에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 영업하니 방문계획이 있다면 참고하자.
2. 렌당(Rendang)
렌당은 울금, 레몬그라스, 고추, 마늘, 생강 등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에 코코넛 밀크와 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음식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Sumatra) 서부 지역 토착민인 미낭카바우 족(Minangkabau)의 전통음식이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즐겨 먹는다. 보통 밥이나 빵과 함께 먹는다.
렌당은 소스의 농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오랜 시간 가열해 국물이 없어 되직한 ‘드라이(dried) 렌당’이다. 맛이 진하고 갈색을 띤다.
다음으로 짧은 시간 끓여 만들어 국물이 있는 ‘칼리오(Kalio) 렌당’이다. 드라이 렌당에 비해 맛이 비교적 연하다.
추천식당
나뜨라부 미낭
(Natrabu Minang Restaurant)
미낭카바우족의 전통음식을 일컫는 파당(Padang)요리 전문점이다.
1958년 문을 열었으며 렌당이 아주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3. 오포르 아얌(Opor Ayam)
인도네시아 자바(Java)지역의 음식이다.
오포르는 코코넛 밀크에 삶은 요리를 의미한다. 아얌은 닭고기를 의미하니 말 그대로 코코넛 밀크에 삶은 닭고기 요리다.
코코넛 밀크와 닭 외에도 레몬그라스, 고수, 갈랑갈 등 각종 향신료를 함께 넣고 향이 닭에 잘 스며들도록 저온에서 40분간 조리한다.
짭짤한 끄뚜팟과 궁합이 아주 좋아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추천식당
구덱 아뎀 아얌
(Gudg Adem Ayem)
자카르타 중부와 동부 쪽에 지점이 한 곳씩 있다.
가슴살, 다리 등 부위별로 오포르 아얌을 고를 수 있다.
오프르 아얌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4. 나스타르(Nastar)
나스타르는 르바란을 대표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딸기, 블루베리, 사과 잼 등을 넣어 만드는 유럽식 파이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과일을 구하기 어려워 대신 파인애플 잼을 넣었다.
나스타르라는 이름 역시 파인애플을 의미하는 ‘아나나스(ananas)’와 ‘타르트(tart)’를 혼합해서 지은 것이다.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황금색 쿠키 안에 숨어있던 파인애플 잼이 등장하며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추천식당
나스타르 바이 리츠
(Nastar by Ritz)
나스타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베이커리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원형 나스타르와는 달리 파인애플 모양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기념품으로 구매하기 좋다.
약 1만 8000개의 섬을 가진 나라 인도네시아는 많은 섬만큼 문화와 음식도 각양각색이다.
지금까지 발리(Bali)가 있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다면 인도네시아가 가진 다른 모습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글=강찬미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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