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예술 역사상 손꼽히는 예술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 중 하나다. 다채로운 스타일을 자랑하는 예술가들은 스페인에 수많은 유산을 남겼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5.11~1989.1.23) 역시 그러하다. 달리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예술가다.
오늘날 수천 명의 미술 애호가들이 달리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다.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달리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독특한 인상을 준다.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미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면 살바도르 달리를 따라 스페인 여행을 떠나보자. 달리가 남긴 흔적 대부분은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하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와 함께 묶어 예술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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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생가 Salvador Dalí’s house in Port Lligat |
카다케스(Cadaques)는 스페인 카탈루냐(Catalonia) 지방에 위치한 작은 해안 마을이다. 달리는 그의 뮤즈이자 아내, 갈라(Gala)와 카다케스에서 만났으며 이곳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카다케스는 달리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운 장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의미 있는 곳이다.
그 중 살바도르 달리 생가는 달리가 1930년부터 1982년까지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곳으로 카다케스 리가트 항구(Port Lilgat)에 위치해있다. 건물은 해안가 절벽에 세워져있으며,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실제로 달리는 주변 경관에 끌려 건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과거 어부의 오두막으로 사용됐던 건물은 달리가 새로 디자인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집은 달리의 개인 거주 공간, 작업 공간, 야외 공간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달리의 거주지는 미로 같은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 실내는 곰의 입구로 알려진 공간에서 시작하며, 좁은 복도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든 방에는 큰 창이 나있다. 모든 창문이 저마다 다른 모양이라는 점도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달리와 갈라가 사용했던 방은 모두 달리의 독창적 예술 스타일을 선보인다. 특히 갈라의 방에 있는 가구에는 갈라가 머무르던 당시 사진과 잡지를 붙여 장식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달리의 작업실에는 달리가 작품 활동을 하며 썼던 페인트, 붓과 같은 도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달리의 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방이 리가트 항구를 향해 창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는 카다케스의 경치에 깊은 감명을 받아 생전 리가트 항구 그림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달리 생가에 방문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다케스의 자연환경을 직접 느껴보아도 좋다. 달리의 생가에 방문하고 싶다면 예약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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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극장박물관 Dalí Theatre-Museum |
카다케스에서 1시간 정도 더 이동하면 피게레스(Figueres)에 도달한다. 피게레스는 살바도르 달리가 태어나고 세상을 떠난 도시다. 그만큼 피게레스는 여전히 달리의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 중 달리 극장박물관은 놓치면 안 되는 명소다. 달리 극장박물관만 방문해도 피게레스 여행의 가치가 충분할 정도다.
달리 극장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0년대, 피게레스앰푸르단 박물관(Ampurdán Museum)이 달리에게 작품 기증을 요청하며 박물관 건축이 시작됐다. 달리는 자신의 고향 피게레스에 박물관을 건립하며 예술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리 극장박물관은 과거 피게레스 시립극장 자리에 지어졌다. 피게레스 시립극장은 달리가 연극 관람을 즐긴 장소이며, 자신의 첫 번째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 의미 있는 장소다. 달리는 박물관이 하나의 초현실주의 물체가 되기를 바라며 설계 및 건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피게레스 달리 극장박물관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건축가 에밀리오 페레스(Emilio Pérez)가 설계한 거대한 투명 돔은 박물관의 상징이다. 건물 외벽 빨간 벽돌과 특이한 조각품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달리가 뉴욕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검은 캐딜락 승용차가 놓여있다. 여기서부터 달리가 남긴 작품들이 이어진다. 알게르 항구(Port Alguer), 우주의 운동선수(The Cosmic Athletes), 레다 아토미카(Leda Atomica) 등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방문객은 작품을 통해 달리의 초현실적 예술성과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마주한다. 엘 그레코(El Greco),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에바리스트 발레스(Evarist Vallès)와 안토니 핏소(Antoni Pitxot)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 뿐 아니라 실내 장식품 역시 볼만한 요소다. 장식품은 달리의 작품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방을 전체적으로 보면 여배우의 입체적 초상화가 보인다. 가구들의 배치에도 달리의 의도가 포함돼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 내부를 거닐며 마치 달리의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 지하는 달리의 무덤으로, 달리는 생전 박물관 지하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을 만큼 박물관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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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 달리 성 Gala Dalí Castle |
갈라 달리 성은 살바도르 달리가 그의 아내이자 뮤즈인 갈라에게 선물한 성이다. 달리는 아내의 사생활을 존중해 서면으로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는 성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갈라 역시 남편 달리의 애정이 담긴 성을 사랑했다. 갈라는 1982년 카다케스에 위치한 달리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시신은 성의 지하에 안치됐다.
11세기부터 존재했던 성은 좁은 안마당을 포함한 3층짜리 건축물이다. 성은 중세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1969년 달리가 성을 구입했을 당시 천장과 벽은 균열이 가고 무너져있었으며 마당은 심하게 방치된 상태였다. 달리는 건물 구입 후 개조작업에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건물은 이전과 달리 화려한 장식으로 차 있으며, 피아노실과 주방 등 공간이 달리의 작품 스타일을 반영한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가, 달리. 스페인 곳곳은 여전히 그의 자취가 가득하다.
그의 자취 따라 여행하며 달리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에 빠져보자.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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