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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을 아직도 ‘떡볶이 타운’으로만 기억하고 있는가요. 동대문과 인접해 패션업 종사자들이 모이고 오랜 세월을 머금은 노포를 비롯해 황학동과 동묘 일대는 노인들의 놀이터처럼 비쳤다. 그러다가 오늘날의 세대에게 오히려 새롭고 특유의 매력을 지닌 올드 타운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닌 ‘찐’ 레트로 감성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전통적인 서울의 상업 지구로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에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생겨나며 고정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
서울중앙시장을 비롯한 일대의 오래된 골목 곳곳에는 과거의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내부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감성 카페와 와인바, 작지만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 셰프들의 맛집들이 구석구석 들어섰다. 그러면서 원앤온리의 공간을 방문해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기는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하니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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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을 중심으로 신흥 먹자골목으로 가장 시끌벅적한 곳은 단연 서울중앙시장과 과거 쌀가게들이 모여있던 ‘싸전 골목’이 이어지는 일대다. 비어있던 가게들에 새로운 색채가 입혀지며 일부러 꾸며내기 힘든 이 골목만의 분위기를 지닌 채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 그중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며 전국구로 입소문 난 맛 공간들은 골목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싸전 골목에서도 가장 긴 줄을 자랑하는 공간인 ‘하니 칼국수’는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웨이팅을 하는 이들로 가게 앞이 분주하다. 이곳은 청담동 한우 전문점 ‘뜨락’, 삼각지 우대 갈빗집 ‘몽탄’, 그리고 신당동의 간판스타인 ‘금돼지 식당’을 운영하는 세 명의 ‘육류 스페셜리스트’ 대표가 합심해 만든 KMC(코리아 미트 클럽)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브랜드다.
내로라하는 각자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외식 베테랑들의 작품인 만큼 오픈 당시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사정을 업계를 벗어난 소비자들까지 알 리는 만무하다.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푸짐하게 내어주며 가격도 합리적인 기본을 지키면서도 동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내·외부의 감성과 식사로도, 소주 한 잔과 어울리는 안주로도 그만인 메뉴 포지셔닝을 통해 전 연령층을 만족시킨 ‘맛집’으로 거듭난 것.
그도 그럴 것이 하니 칼국수는 흡사 몇십 년은 싸전 골목에서 장사를 해왔을 법한 노포 스타일 외관으로 오래된 골목과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어우러진다. 이곳을 찾은 젊은 방문객들은 이러한 레트로 감성에 열광하며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알아서 입소문을 내준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알곤이 칼국수’는 칼칼한 육수에 신선한 명태알과 곤이를 듬뿍 올려 제공되는 메뉴로 알탕을 연상시키는 비주얼 자체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다. 이 메뉴는 동해안 지역의 장칼국수집들 중 생선 알과 곤이를 넣어 파는 집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맛의 비결은 갖은 채소와 민물 새우, 그리고 3가지 고춧가루와 명태간기름을 넣어 진하게 끓여 낸 비법 육수다. 명태 간 기름은 명태 간을 기름에 튀긴 후 24시간 동안 추출한 것으로 이곳 칼국수 육수의 핵심이 되는 재료다. 간혹 호불호가 있는 매운탕, 알탕 특유의 비린 맛, 쓴맛은 전혀 나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육수의 고소하고 농도 깊은 맛과 칼칼한 고춧가루 양념의 맛이 어우러지며 폭넓은 입맛 취향을 영리하게 잡아냈음을 알 수 있다.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수순으로 무한 리필되는 공깃밥은 센스 있는 주인장의 서비스다.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재첩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맑은 국물의 칼국수로 매일 아침 섬진강에서 직접 공수해온 신선한 재첩과 무, 다시마를 3시간 동안 끓인 베이스 육수에 소금 간을 해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해장에도 그만인 메뉴지만 시원한 국물에 다시금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것은 즐거운 부작용(?)이다.
칼국수와 세트로 즐기기 좋은 곁들임 수육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칼국수와 함께 주문한다. 사이드 메뉴로 부담스럽지 않은 양에 저렴한 가격, 고기 마스터들이 선보인 황금 비율 통삼겹을 오랜 정성으로 끓인 육수에 삶아내 쫀득하고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남다른 식감을 선사한다. 본디 포장마차 형태의 매장을 염두에 둔 만큼 술과 잘 어우러지는 돼지갈비, 수육, 동그랑땡 등 안주 메뉴들은 저녁 시간을 책임진다. 덕분에 오래된 신당동 장터의 밤이 보다 시끌벅적하다.
◆옥경이네건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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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중앙시장에 자리한 반건조 생선 전문점. 어업을 하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서 직접 100% 자연산 생선을 공수해 판매하고 찜이나 구이 등으로 내놓아 술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특히 갑오징어, 반건조 우럭, 민어 등이 인기. 자연산을 취급하다 보니 생선은 크기와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금돼지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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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을 넘어 서울 내 손꼽히는 돼지고기 구잇집.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긴 웨이팅은 필수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갈빗대 주위의 삼겹살 부위로 갈비와 삼겹살 두 가지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본삼겹’과 눈꽃 모양의 마블링이 특징인 육즙이 풍부하고 쫀득한 ‘눈꽃목살’이 있으며 연탄 특유의 불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와 함께 특별한 하이볼 머신을 통해 맛볼 수 있는 하이볼과 통돼지 김치찌개도 이곳의 명물이다.
◆리사르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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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바의 유행을 선도한 곳으로 2012년 왕십리에서 출발, 신당동에서 이름을 알린 뒤 여러 지점으로 확장 중이다. 갓 추출한 깊고 풍성한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바에 서서 짧은 시간 동안 털어 넣고 즐기는 에스프레소 문화 자체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 전 설탕을 넣어주는 ‘카페 에스프레소’와 크레마, 카카오 토핑의 나폴리식 에스프레소인 ‘카페 스트라파짜토’가 대표 메뉴. 여러 잔을 마시고 잔을 겹쳐 인증샷을 찍는 손님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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