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아야 할 오키나와 맛 5선

일본 본토보다 오히려 대만과 더 가까운 오키나와. 일본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지리적, 역사적 특성상 흔히 아는 일본 문화와는 약간 다른 독특한 지역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사탕수수, 바나나 등의 열대작물을 활용한 음식이 많을 뿐 아니라, 과거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활발한 교역으로 다양한 요리법이 전해졌다. 이런 오키나와에서 놓치지 말고 맛봐야 할 음식 5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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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 주 식재료가 해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키나와는 돼지고기를 활용한 전통음식이 많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돼지 울음소리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돼지의 모든 부위를 요리해 먹는다. 돼지고기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오키나와의 토종 돼지가 바로 ‘아구’다. 일반 돼지보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적고 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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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돼지가 오키나와 사람들의 손길 아래에서 류큐 왕국(Kingdom of Ryukyu, 琉球国)의 섬 돼지로 발전했다. 오랜 기간 오키나와 식문화의 기초를 이루다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Battle of Okinawa, アイスバーグ作戦)로 아구 돼지 수가 급감했다. 여기에 전쟁이 끝나고 서양의 대형 품종이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성장이 느렸던 아구 돼지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멸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가 1981년, 남아있던 30마리의 아구 돼지를 교배해 개체수를 늘려 상업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고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오키나와에서 아구 돼지를 활용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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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섬 서쪽 해안에 자리한 요미탄 촌(Yomitan, 読谷村)에서 예로부터 즐겨 먹던 토착 자색고구마인 ‘베니 이모’는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한 오키나와 대표 특산물이다. 잘 물러 과거에는 이 지역 주변 말고는 즐겨 먹지 않던 식재료였다. 후에 서양식 조리법이 전해지면서 진한 보랏빛의 베니 이모는 다양한 모습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베니 이모 타르트(Beni Imo Tart)’와 ‘베니 이모 맛 아이스크림’이다. 특히 베니 이모 타르트의 경우 도쿄(Tokyo, 東京)의 도쿄 바나나, 홋카이도(Hokkaido, 北海道)의 로이스 초콜릿처럼 오키나와 여행객들이라면 꼭 한 박스씩 사가는 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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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한 소스에 통삼겹살을 오랜 시간 졸여 만드는 ‘라후테’는 중국의 동파육(Dongporou)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류큐 왕국 시대부터 먹던 요리로 궁중 요리 중 하나였다. 입에 넣기 전, 젓가락으로 집자마자 그 부드러움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라후테는 생김새도 맛도 동파육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라후테에만 들어가는 특별한 재료 세 가지가 있다. 일단 동파육과 달리 껍질이 붙은 삼겹살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라후테는 오키나와 전통술인 아와모리(Awamori, 泡盛)와 오키나와 흑설탕, 코쿠토(Kokuto, 黒糖)를 넣어 지역 특색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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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통 도넛인 ‘사타 안다기’는 오키나와어로 ‘설탕 기름 튀김’을 의미한다. 지역에 따라 ‘코쿠토도나츠’, ‘사토덴뿌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도넛은 오키나와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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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는 오키나와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사탕수수를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 졸여 분말화한 ‘오키나와 흑당’을 활용해 만드는 사타 안다기는 달콤함 속에서 묘한 훈연 향이 느껴진다. 작지만 묵직한 공 모양의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케이크로 한 입 베어 물면 없던 옛 추억도 떠오르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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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주로 알려진 ‘아와모리’는 하얀 누룩으로 술을 빚는 일본 본토와 달리 검은 누룩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오키나와는 논농사가 어려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예부터 중국 남방지역과의 교역으로 들여온 태국산 쌀을 이용해 아와모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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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왕국의 슈리 왕조(Shuri, 首里)가 오키나와를 지배하던 시기에는 아카타(Akata, 赤田), 사키야마(Sakiyama, 崎山), 토리호리(Torihori, 鳥堀) 오직 이 세 지역에만 아와모리를 주조권을 부여했다. 후에 아와모리 주조 자유화가 이루어졌지만 아구 돼지와 마찬가지로 오키나와 전투로 주조장이 파괴되어 한동안 찾아볼 수 없다가 1949년부터 민간 주조장에서 다시 생산을 시작했다. 오래 숙성할수록 향과 가치가 더해지는 아와모리 중에서도 3년 이상 숙성된 것을 쿠스(Kusu, 古酒)라고 부른다. 도수가 높아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보다는 얼음이나 물을 타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온수를 타 따뜻하게 마시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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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 돼지 샤부샤부를 맛볼 수 있는 ‘마츠모토’는 오키나와 대표 맛집 중 한 곳이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입구는 유명인들의 사인으로 가득하다. 돼지고기 샤부샤부로 시작해 달걀죽으로 마무리하는 이곳 코스는 한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특히 가게 특제 폰즈(ponzu, ポンず) 소스와 고기의 조화가 훌륭하다. 오키나와현산 아구 돼지뿐 아니라 오키나와 특산물인 바다 포도와 염교도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며 여행객과 현지인 모두의 사랑을 받는 곳이라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니 참고하자.

오키나와 곳곳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오카시고텐’에서는 다양한 오키나와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하 국제거리 지점이 가장 규모가 크다. 베니 이모 타르트 제조과정을 바로 앞에서 구경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타르트뿐만 아니라 베니 이모 모양 빵, 롤케이크 등 자색 고구마를 활용한 여러 디저트부터 사타 안다기까지, 다양한 오키나와 먹거리를 판매한다. 오키나와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인 이곳에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줄 먹을거리를 구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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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나하(Naha, 那覇)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인 ‘유우난기’에서는 다양한 오키나와 가정식을 즐길 수 있다. 오키나와 국제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문을 열기 전부터 가게 앞으로 대기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일본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특징인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바로 ‘라후테’다. 일본 요리 특성상 간이 센 편이라 밥과 함께 먹는 걸 추천한다. 이외에도 오키나와 대표 음식인 땅콩 두부, 지마미 토후(Jimami Dofu, ジーマーミ豆腐)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매주 일요일은 휴무며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런치 타임,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디너 타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키나와 산업 축제’는 매년 나하시(Naha) 오노야마 공원(Ounoyama Park, 奥武山公園)에서 열린다. 오키나와 최대 산업 행사로 다양한 오키나와 기업 신제품과 오키나와 특산품을 만나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 매일 약 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 내 여러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무료 시식코너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산업 축제 기간에 오키나와를 방문한다면 아와모리는 꼭 이곳에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다양한 아와모리를 충분히 시음해보고 구입해보자.

저마다의 역사가 담긴 지역 전통 음식들.

그 도시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과 함께 풍요로운 여행을 즐겨보자.

글=유세영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