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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활기를 찾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한 해를 근사하게 마무리할 다이닝 예약이 치열하다. 인기 호텔 뷔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파인 다이닝은 몇 달 전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 곳이 많다.
매년 가을 발표하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거머쥔 다이닝은 주어진 별만큼이나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다. 물론 식당도 손님도 하나의 미식 가이드 중 하나인 미쉐린 ‘스타’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 해당하는 외식의 수준 상승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올해도 맛있는 전쟁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탄생하며 미식가들의 위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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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발표 현장에서의 주인공은 단연 한남동의 ‘모수 서울’이었다. 2017년 처음 서울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된 이래 큰 변화가 없던 최고 등급인 3스타에 새롭게 등재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모수를 이끄는 안성재 셰프는 어린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가면서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다양한 경험을 쌓던 중 우연히 요리학교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의 고급 일식당인 ‘우라사와’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베누’ 모로코 음식점인 ‘아지자’의 헤드 셰프를 거쳐 2015년 자신의 레스토랑인 ‘모수 샌프란시스코’를 열었다.
오픈과 동시에 미쉐린 가이드 샌프란시스코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2017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하게 한국행을 선택했다. 더욱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서울의 잠재력을 믿었던 덕분이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은 다시금 코스모스처럼 화사하게 국내의 파인 다이닝 신을 물들였다.
그동안 걸어온 길만 보아도 안 셰프의 요리는 어느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어떤 요리라고 명명하기보다 모수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셰프는 오랜 세월 미국에서 성장했으나 한국인의 뿌리를 지니고 있고 국경 없는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음식을 통해 표현해 자신의 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손님 각자가 느끼고 판단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하는 것, 이것이 모수의 음식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자 아이덴티티라 하겠다.
주방과 홀이 철저하게 구분된 다른 파인 다이닝에 비해 훤히 보이도록 오픈된 구조도 이곳의 특색이다. 런치와 디너 테이스팅 코스로 진행되는 메뉴는 식재료에 따라 자주 변경되는 편으로 방문할 때마다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특히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뤄 기존에 접하지 못한 맛의 경험으로 이끄는 것에 주목하는데 고객들에게 단순히 안정돼 있지만 익숙한 맛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발견을 하도록 하는 것이 파인 다이닝의 역할이라는 철학이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한입들’에 속한 유바를 튀긴 쉘에 전복과 감태, 시소 등을 곁들여 내는 ‘전복 타코’는 모수의 시그니처로 통한다. ‘잿방어와 숙성 광귤간장’ ‘대문짝 넙치와 발효된 채소’ ‘잉겅불에 볶은 도토리 국수’ 등 이름부터가 독특한 메뉴들은 하나하나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세심한 조화와 새로운 조합을 탐구해 이끌어낸 결과물들이다.
절묘한 와인 페어링 역시 이곳의 자랑이다. 이곳의 김진범 소믈리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신설된 소믈리에 어워드를 수상한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섬세한 와인 페어링을 통해 모수에서의 미식 경험을 보다 완성도 있게 끌어올려 준다.
◆스와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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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서울 음식’을 표방하며 매 시즌 로컬 식재료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세워진 한국이라는 뼈대에 프렌치, 이탈리아 등 다양한 문화의 조리법이 상호작용하며 구현하는 맛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이준 셰프가 이끌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부터 꾸준히 미쉐린 수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 투 스타로 승격됐다. 8년간 방배동 서래마을을 지키다 내년 초 이전 예정.
◆강민철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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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프렌치 퀴진으로 이름처럼 강민철 셰프가 이끄는 공간이다.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등 세계적인 거장의 레스토랑을 거치며 얻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철학 등의 영감을 자신의 음식에 투영해낸다. 탄탄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프렌치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맛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 메뉴를 선보이며 오픈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2023년 새롭게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을 받았다.
◆이타닉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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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한 새로운 ‘식(食)으로의 초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공간으로 라망시크레의 손종원 셰프가 호텔 조선 팰리스 오픈과 함께 주방을 맡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정원을 주제로 한 공간 속에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한식과 발효의 미학을 담은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36층에 자리해 멋진 도시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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