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고대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Rome)’는 과거에 유럽의 중심, 나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이 도시는 발 딛는 곳마다 저마다의 전설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단순히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만 담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장소들이 많다.
대대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로마 하루 코스’를 즐겨보자.
01
플라미니오 광장
Piazzale Flaminio
‘로마 하루 코스’의 시작지는 ‘플라미니오 광장’이다. 과거 살인자, 매춘부, 무신론자 등 중세 시대에 경멸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소위 ‘저주받은 공동묘지
’라고 불리는 곳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이 고대 무덤 유적지가 자리한 곳이 바로 ‘플라미니오 광장’이다. 광장 근처 에스프레소 바에 서서 커피 한잔과 함께 차분히 옛 로마 모습을 상상하며 코스를 시작해보자.
02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Church of Santa Maria del Popolo
‘플라미니오 광장’에서 도보로 2분이면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을 만나볼 수 있다. 약 1500년 전,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 황제의 시신이 무자비하게 묻힌 후 그 자리 위에 호두나무가 자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 주변에서 네로 황제의 영혼을 봤다는 사람들
이 많아지자 나무를 베고 그 자리 위에 건물을 세웠다. 그 건물이 바로 ‘산타 마리아 데 포폴로 성당’이다.
또한 이 성당은 교황 파스칼 2세(Pope Paschal II)가 꿈에서 자신을 기리는 신전을 지어달라는 성모 마리아의 부탁을 받아 그를 기리며 지어졌다고 한다. 내부에는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두 천재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와 베르니니(Bernini), 그리고 라파엘로(Raffaello)의 작품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입장료 없이 무료로 거장의 작품을 관람
할 수 있다.
03
코르소 거리
Via del Corso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앞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을 지나 앞으로 쭉 이어진 길이 바로 ‘코르소 거리’다. 현재는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거리지만
3세기에는 아우렐리아누스 황제(Aurelianus)의 명령으로 로마를 방어하기 위한 벽이 세워졌던 곳이다. 후에 과시하기를 좋아했던 교황 바오로 2세(Pope Paul II)가 15세기 중반에 이곳을 카니발의 성지로 만들며 성대한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행사는 1882년까지 이어졌다. 코르소 거리를 따라 보나파르트 광장(Palazzo Bonaparte), 나폴레옹의 어머니인 레티지아 라몰리노(Letizia Ramolino) 생가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가득하니, 천천히 감상하며 코르소 거리를 걸어보자.
04
평화의 제단
Mausoleo di Augusto
‘평화의 제단’이자 ‘아우구스투스 영묘’라고 부르는 이곳은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기원전 28년에 세운 무덤
으로 대중에 개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5세기에 약탈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아우구스투스가 자신이 지배한 모든 땅의 흙을 무덤 위에 뿌려 그 아래서 쉴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는 전설 때문에, 10세기 말에는 무덤 전체가 흙으로 덮이기도 한다. 후에 콜론나(Colonna) 가문이 요새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정원, 콘서트장으로도 활용했다. 파시즘을 주도한 무솔리니(Mussolini)의 무덤이 될 뻔한 아찔한 역사까지 있는 이곳의 입장료는 5유로(한화 약 6590원)며, 시간마다 최대 1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어 예약이 필수다.
05
산타고스티노 성당
Church of Sant’Agostino
‘평화의 제단’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자리한 ‘산타고스티노 성당’은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과 외관이 유사하다. 카라바조의 대표작 ‘순례자들의 성모마리아(Madonna dei Pellegrini)’를 이곳에서 감상
할 수 있다. 매춘이 성행했던 고대 로마시대, 카라바조가 그리스도의 아이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Mary)의 얼굴을 그릴 때 매춘부를 모델로 사용해 당시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품은 작품이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매일 오전 7시 15분에서 정오, 오후 4시에서 7시 30분까지 두 차례 개방한다.
06
산탄젤로 다리
Sant’Angelo Bridge
‘산탄젤로 다리’에서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산탄젤로 성(Castel Sant’Angelo)’ 야경을 감상하며 ‘로마 하루 코스’를 마무리해보자. 산탄젤로 다리는 4세기에 세워진 ‘성 베드로 성당(Basilica of St. Peter, 현재 바티칸시티 내에 위치)’으로 가기 위한 필수 통로였다. 따라서 본래 ‘성 베드로 다리(Pons Sancti Petri)’라고 불렀다. 그러다
590년, 로마가 흑사병으로 혼란했을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오 1세(Gregorius I)가 대천사 미카엘이 무덤 위에서 피 묻은 검을 칼집에 집어넣는 꿈을 꿨다고 한다. 역병이 끝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카엘이 나타났던 무덤을 성으로 개조해 붙인 이름이 바로 ‘산탄젤로 성’이다. 이때부터 다리는 ‘산탄젤로 다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로마.
미리 이야기를 알고 보면 한층 더 흥미진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꼭 로마가 아니더라도 이야기, 전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 어디서든 필승불패다.
글=유세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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