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국가인 캐나다, 그중에서도 밴쿠버에서의 아시아인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곳곳에서 아시아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도시 속 아시아인의 규모 때문에 아시아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모두 밴쿠버에서 즐길 수 있다! 밴쿠버 속 동아시아 여행을 떠나보자.
01 밴쿠버와 동아시아 |
다문화국가인 캐나다, 그중에서도 밴쿠버는 북아메리카에서 아시아인 비율이 가장 높다. 밴쿠버에 가면 “아시아 국가에 온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든다. 실제로 2016년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메트로 밴쿠버(Metro Vancouver: 밴쿠버, 노스밴쿠버, 웨벤, 리치먼드, 버나비, 서리 등의 위성도시를 모두 합쳐 부르는 명칭) 전체 인구, 250만명 중 아시아계 인구는 무려 42%를 차지한다. 그중 동아시아 인구는 23% 정도며, 중국인 인구 수가 50만 명으로 압도적이다. 이로 인해 사실 공용어가 영어와 프랑스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중국어가 영어 다음이다.
동아시아에서 가까운 북아메리카 주요 대도시 중 하나인 밴쿠버는 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아시아 이민자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 자체가 아시아 문화에 거리낌이 없으며 실제로 사회와 경제 전반에 아시아계 인물의 영향력이 높다.
02 밴쿠버와 한국 |
2000년대 초, 한국에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캐나다로 이민을 오는 한국인 숫자가 크게 증가한다. 캐나다 전체의 한국인 인구는 약 16만 명 정도고 2016년 기준으로 토론토에 약 6만 명, 밴쿠버에 약 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 유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메트로 밴쿠버 가운데 버나비(Burnaby)와 코퀴틀람(Coquitlam) 지역에 한국인이 집중되어 있다. 이 두 지역에는 한인 쇼핑몰이 중심이 되어 한인 타운을 형성하고 있어 근처에 한국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외에도 밴쿠버시와 써리(Surrey)까지, 네 지역에 밴쿠버 한인의 70%가 거주하고 있다.
03 밴쿠버와 중국 |
단순히 중국에서 가까운 북미 국가라는 지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유독 밴쿠버에 중국인이 많은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800년대에 브리티시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 캐나다 최대도시인 밴쿠버 광역권을 뜻하며, 밴쿠버시와 밴쿠버의 위성 도시를 포함함)가 캐나다 연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약 3000㎞의 교통로를 건설하게 된다. 이때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청나라 사람들이 캐나다로 들어온다. 이후 19세기에 일어난 골드러시(gold rush: 금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캐나다의 밴쿠버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타국에서 큰돈을 모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중국인들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실제로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캐나다에 남게 된 많은 중국인이 밴쿠버로 향하게 된다.
1997년 7월 1일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중국 본토뿐 아니라,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며 살던 많은 홍콩 사람들이 밴쿠버로 도피성 이민을 택한다. 실제로 장국영이나 왕조현 등 유명 연예인들도 밴쿠버에 거주했다. 갑자기 밴쿠버 내에 홍콩인들의 비율이 급상승하면서 밴쿠버가 아닌 홍쿠버(Hongcouver)라고 불리던 시기도 있다. 밴쿠버 내에서도 홍콩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로 리치먼드(Richmond) 지역이다.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이 지역이 입을 벌린 용 사이의 여의주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명당 취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리치먼드는 홍콩인들이 장악하기 전까지는 한국의 옛 강남처럼 아무런 개발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지금의 리치몬드는 홍콩인이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4 밴쿠버와 일본 |
‘재팬타운’이 있을 정도로 밴쿠버에는 일본인들도 많이 거주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본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1941년 12월 7일에 진주만 공습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순식간에 미국 내에서 위협의 대상이 된다. 당시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없던 일본계 미국인도 많았고, 일본 내에는 군국주의 사상이 퍼져있어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다시 일본에 돌아가 정상적으로 적응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문화와 환경이 비슷한 캐나다로 향한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일본인들은 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간다. 전쟁 조치법으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으며, 일본인 이민자들의 재산이 몰수된다. 또한 남성들은 강제적으로 농장이나 건설현장의 노동자가 되기도 했으며 여성과 아이, 그리고 노인은 수용소로 보내진다. 심지어는 전쟁이 끝난 1949년까지 일본계 캐나다인들은 캐나다 서부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기까지 한다.
캐나다 정부의 사과와 함께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립되고 억압받았던 일본계 캐나다인에 대한 배상이 1988년 통과되며 2만 1000달러(한화 약 2700만원)의 보상금 지급이 확정된다. 하지만 일본계 캐나다인의 상처는 물질적인 보상으로는 치유되지 못하고 여전히 가슴 속의 응어리로 남아 있다.
05 밴쿠버와 동아시아타운 |
A
코리아타운
세계 여러 도시의 한인타운처럼 확실히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밴쿠버 서쪽 롭슨 스트리트(Robson Street)와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캐나다 밴쿠버 동쪽 버너비(Burnaby)와 코퀴틀럼(Coquitlam) 사이 노스 로드(North Road)의 한남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많은 한인 상점 생겨나면서 형성된 한인 상업 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부른다. 실제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한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사업들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코리아타운’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남 슈퍼마켓
Hannam Supermarket
밴쿠버 코리아타운의 가장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대형 한인 슈퍼마켓으로 밴쿠버에 총 네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 주변으로 여러 한인 상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밴쿠버에서 문득 한국이 그리워진다면 지도를 켜 가장 가까운 한남 슈퍼마켓을 찾아가자. 바로 한국을 느낄 수 있다.
B
차이나타운
밴쿠버 차이나타운은 북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중국인 밀집 지역으로 개스타운(gastown)과 예일타운(Yaletown) 사이에 자리한다. 골드러시 때 캐나다로 넘어온 중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중국풍의 입구부터 차이나타운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중국 본토식뿐만 아니라 대만과 홍콩 사람들도 이곳에 많이 정착하면서 대만식과 홍콩식 음식점이 많아 다양한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중산공원과 중산정원
Dr. Sun Yat-Sen Classical Chinese Garden
캐나다 한가운데서 느끼는 동양의 정취가 이색적인 곳으로 도심 속에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의 관광명소다. 1986년에 개최된 밴쿠버 엑스포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전형적인 15세기 중국식 정원으로 쑨원이라는 중국의 혁명가 이름을 따 지어졌다. 중산공원은 무료로, 중산정원은 유로로 운영되고 있다. 공원과 정원의 내부 차이가 크지 않아 무료인 중산공원만 방문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C
재팬타운
현재 밴쿠버 다운타운의 개스타운(Gastown)과 차이나타운(Chinatown) 근처, 파월 스트리트(Powell Street)에 189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일본 음식점과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재팬타운을 형성한다. 1900년대 초에 발생한 캐나다의 아시아계 테러 사건과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일어난 많은 변화로 과거 재팬타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불교 사원과 도교 사원, 그리고 일본어 학교는 여전히 재팬타운에 남아 그 역사를 지키고 있다.
포웰스트리트 페스티벌
Powell Street Festival
포웰스트리트 페스티벌은 밴쿠버 재팬타운의 핵심인 포웰스트리트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가장 큰 일본계 캐나다인 축제다. 1977년에 시작된 페스티벌로 밴쿠버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공동체 행사다. 페스티벌은 재팬타운에 위치한 오펜하이머 공원(Oppenheimer Park)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휴일인, 긴 주말 연휴에 행사를 진행하며 보통 8월 초쯤 개최한다. 지역적, 민족적, 세계적인 요소들이 합쳐진 축제로, 다양한 일본 음식과 캐나다 음식, 지역 상품, 일본 문화 체험, 공연 등 여러 행사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어 축제 기간에 밴쿠버에 방문했다면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가깝고도 먼 한국, 중국, 일본… 서양인의 눈에는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각자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먼 타국에서 고유의 문화를 지켜가며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득 해외에서 고향 생각에 아득해질 때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재팬타운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수도.
글 = 유세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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