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아홉 번째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자기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적인 샘물을 찾아내어야만 하며, 바로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탐색하는 것이요, 우회하는 길이며, 길을 잃고 방황하는 데 불과하다_「싯다르타」中
「싯다르타」는 흔히 알려진 ‘부처’, 즉 석가모니(본명: 고다마 싯다르타)를 모티브로 한 ‘싯다르타’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이다. 카스트제도를 사회 기반으로 삼는 인도에서 최상위 계층으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조건들을 버리고 자신만의 진리를 얻기 위해 속세를 떠난다.
굶주림과 무소유의 세상에 몸을 던진 그는 연신 ‘배움’은 존재하지 않으며 체득하지 않은 경험을 통한 지혜는 무용한 것이라고 주창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배움을 통해 거저 얻은 지혜는 진실된 깨달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비롯한 인생의 스승과 명망 높은 현자 앞에서도 그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그 사상을 시험하듯 싯다르타의 앞길에는 갖은 시련과 유혹이 운명적으로 찾아오지만 사색, 기다림, 단식의 세 가지 능력을 갖춘 그는 이들을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 간다. 그 과정에 카말라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부유한 상인으로 타락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경험을 내면의 깨달음으로 승화해 열반에 오르게 된다.
저자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를 회고하며 “진리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 이 중요한 깨달음을 일생에 한 번은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작 「데미안」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내면의 자아를 향해 귀를 기울이는 소설을 대거 집필하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작이 싯다르타였던 셈이다.
국내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인 작가 헤르만 헤세에게 동양적 사상을 담아낸 작품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는 독자들이 많다. 하지만 「싯다르타」를 경험한 이후 ‘「데미안」에 견줘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 역시 흔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나타낸다.
발제자 ‘에이미’는 「싯다르타」를 2월의 책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원래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던 만큼, 독서모임에서 읽고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사색결여의 시대, 「싯다르타」를 접한 청년들
독서모임장 하이디(25·여)는 “카스트제도를 불합리하게 생각해 온 사람으로서 맨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기만적이고 현학적이라고 느꼈다”면서도 “독서를 지속할수록 그의 경이로울 정도로 깊고 풍부한 내면에 ‘싯’며들었다”고 호평했다.
영(20·남)은 독서 중 자신을 싯다르타의 삶에 대입해 보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독서를 하다 보니 나의 삶을 어디로 이끌어나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일린(25·여) 역시 싯다르타의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싯다르타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정의하는 모습이 오만하게 느껴졌다”면서 “하지만 독서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가 내면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면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울지언정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이브(24·여)는 “인간의 선악을 다루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특성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싯다르타의 사색, 깨달음보다도 그의 행동에서 고난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을 찾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난을 해결할 수 있는 법에 대해 ‘깨달음과 성취가 이어지는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일라이(27·남)는 「싯다르타」에 대해 “삶의 모든 순간이 깨달음의 과정이며, 도전과 행동을 통해 내면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내면의 힘만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과의 괴리도 분명 있다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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