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 예언자의 노래&존 오브 인터레스트] 언론과 역사가 비극을 마주하는 방법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머리 위로 군용기가 날아다니고, 출근길 도로가 전차로 뒤덮인다. 식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이 두절된다. 생존을 위해 피난을 떠나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는 책 『예언자의 노래』(2023)에서 등장한 설정이다. 전쟁이라는 소재는 이미 많은 책과 영화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더군다나 3년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물렀던 두 나라의 무력 싸움이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이에 책영화 모임 리버스에서는 책 『예언자의 노래』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을 통해 ‘파시즘’, ‘국가주의’, ‘전쟁’ 등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책 『예언자의 노래』는 전체주의 체제에 빠진 국가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정부는 주인공의 남편이 노조 활동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반체제 인사로 간주하고 연행한다. 이 책은 주인공이 남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점차 심화되는 사회적 혼란과 폭력을 여실히 담아냈다. 

책과 함께 감상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인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을 보여준다. 영화는 수용소 인근의 저택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대비시켰다. 이 영화는 ‘악의 평범성’을 주제로, 도덕적 무감각과 방관이 초래할 수 있는 악에 대해서 성찰시킨다.

리버스 모임에 참여한 조서연(가명)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 전체주의와 전쟁 같은 비일상적인 상황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내가 누리던 자유와 일상이 사라질 수 있었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책 속 주인공이 느끼는 혼란에 깊이 공감하며, 안온한 일상에 젖어 먼 나라의 비극적인 상황을 무심히 바라봤던 스스로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꼈다”며 감상을 전했다.

전쟁과 뉴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예언자의 노래』로 부커상을 수상한 폴 린치는 수상 인터뷰에서 “현대의 혼란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시리아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 없었기에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 책은 하나의 경고이자,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책에서 주인공은 전쟁의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에 대해 “이건 뉴스가 아니다, 뉴스가 전혀 아니다, 모래주머니에 나른하게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군인을 집 안에서 내다보는 민간인이 뉴스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또한 회스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과 벽 너머의 끔찍한 상황을 철저히 관찰자 시점에서 비춘다. 

이처럼 책과 영화는 독자와 관람객을 비극적인 상황의 방관자로 만든다. 이에 리버스에서는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보도하는 뉴스와 이를 접하는 시청자들의 태도에 대해 각자가 가진 생각을 공유했다.

김씨는 “평소에 국내외 정서에 깊은 관심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와 언론이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국내외 정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채민서(가명)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끔찍한 모습을 평화로이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벽 너머의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 시체가 타는 냄새를 무시한 채 일상을 유지하려 했던 회스 가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역사가 보여준 비극,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김씨는 “소설과 영화 속에서 일어난 참혹한 일들을 보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역사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았고 역사에 무관심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후회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와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도연(가명)씨도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와 비슷해서 소름이 돋았고, 모임을 통해 역사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 사회는 소설과 영화 속 배경과 달리, 사건을 겪으며 면역체계를 형성하고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피를 뿌린 세대의 배턴을 이어받은 우리 청년들이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황수아(가명)씨는 “책과 영화를 통해 포화 속에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삶의 취약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민주주의 없이는 ‘내가 알던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며 “우리를 둘러싼 국가라는 안락한 틀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유지·보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리버스에서는 책 『예언자의 노래』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을 통해 ‘파시즘’과 ‘국가주의’, ‘전쟁’을 키워드로 이야기하면서, 언론의 역할과 역사 인식에 대해 되짚어봤다.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미래는 현재의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 전쟁의 위기감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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