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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2년,완두콩은 5년 휴작…돌려짓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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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일기 99]

텃밭의 작물재배 계획을 세웠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하루가 멀다 하고 눈도 내린다. 예전에는 눈이 와도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바로 태양광을 설치했으니까. 태양광설비는 눈만 왔다 하면 녹을 때까지 며칠간은 꽝이다.

예전에 과수원을 가꿀 때는 일 년 내내 날씨에 가슴 졸이며 살았다. 과수원 폐원이후 마음이 좀 홀가분해졌는데, 갑자기 태양광을 설치하게 됐다. 그러고는 또다시 하늘을 흘깃거린다. 누가 시켜서 했나? 기껏 제 스스로 일을 저질러 놓고는 뒤늦게 안달을 떤다. 물론 처음이라 그런 거겠지만.

입춘도 지났으니 몸이 근질거린다. 아직 날씨는 춥고 창밖에는 눈도 보인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눈 덮인 밭에 나가 서성거려 본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혹시 누가 알아? 때 이른 봄비라도 내려 쌓인 눈들이 다 녹아버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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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텃밭에는 눈이 쌓여 있다. 비라도 한 번 와야 눈이 녹을 것 같다. ©윤용진

아직 시기적으로는 이르지만 미리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제일 먼저 텃밭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텃밭 어느 곳에 무엇을 심을지 결정을 해야 한다. ‘올해는 고추지지대만 잘 세워주면 틀림없이 성공할거야!’ 작년 고추농사 망치고서 실패를 교훈삼아 계획을 짠다. 해마다 완벽하게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도 망치는 농사가 꼭 나오는 것 같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어도 농사는 해마다 새롭다. 바로 그런 게 농사이지만.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리 집 텃밭은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지난 몇 년간 텃밭 어느 곳에 무엇을 심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텃밭계획을 세울 때면 먼저 최근 3~4년간의 작물 배치도를 펼쳐놓고 살펴본다. 물론 심으려는 작물의 특성도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돌려짓기다. 밭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해마다 많은 가짓과 작물(고추, 토마토, 가지, 감자)을 심으려니 고민이 많다. 아마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분들이라면 이들 작물이 텃밭의 절반은 차지할 것 같다. 가짓과 작물을 심었던 자리는 3~4년 후에나 다시 심어야 한다. 오이는 2년 휴작을 해야 하고, 까다로운 완두콩은 5년 휴작을 해야 한다. “우리 밭은 뭘 심어도 잘 안돼요!”라는 분들 중에는 돌려짓기를 지키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예전에 농사가 잘 되던 밭이라면. 원래 처음 만든 밭에는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는 법이다.

그 외에도 텃밭 전체에 햇빛을 골고루 받도록 작물들을 배치해야 한다. 키가 작은 작물은 앞쪽에 심고, 키 큰 작물은 뒤에 심는 게 좋다. 또 고추처럼 농약을 자주 뿌려주는 작물 옆에는 상추나 아욱 같은 잎채소를 심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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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집 텃밭 작물배치도. 마지막 순간에 계획이 조금 바뀌기도 한다.

올해는 고추와 토마토를 조금은 줄여야 할까 보다. 해마다 심는 양이 많다보니 이제는 마땅한 자리를 찾기도 어렵다. 우리 집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심는 이유는 바로 원활한 돌려짓기를 위해서다. 다품종 소량으로 심어야 돌려짓기가 쉽다.

그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작두콩도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우리 집은 5월 초순에 작두콩을 심곤 했는데 해마다 냉해를 입곤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유별나게 추운 탓이다. 최근에 “더 느지막하게 심어보세요”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올해는 아예 5월 말경에 심어볼 생각이다.

“참깨 좀 심지 그래?” 아내가 특별히 제안을 한다. 작년에 참깨 값이 많이 비쌌다나? 글쎄, 심는 것까지는 좋은데 참깨를 말릴 곳이 없다. 참깨는 장마철에 수확을 하는데, 작년에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해체해 버렸으니 비를 피할 곳이 없다. 뭐든 없애고 나면 아쉬워진다. 일단 배치도에는 넣었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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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추위를 이겨낸 양파들이 비닐터널 속에서 자라고 있다.©윤용진

텃밭 만드는 일은 4월이 되어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 지금 거름을 줘봤자 다 날아가 버린다. 다만 유실수는 미리 거름을 줘야 한다. 땅 밖은 얼어 있어도 땅 속 뿌리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 집은 작년 12월 중순에 거름주기를 끝냈다. 예전에는 퇴비도 함께 주곤 했는데, 요즘은 힘이 달려 유박만 주고 끝낸다. 참고로 유박은 분해되는 데 3개월은 걸린다. 12월에 준 유박이 아직도 녹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는 특별히 고추 심을 밭에도 유박을 뿌려준다. 물론 그러려면 고추 심을 자리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 고추는 거름을 아주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로 퇴비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외에도 산성화된 토양에는 석회 고토를 뿌려줘야 한다. 석회고토는 2월 중순경에 뿌려주면 된다. 쌓여있는 눈만 녹으면, 곧바로 유실수들에 석회 고토를 뿌려줄 생각이다. 이 때 텃밭에도 골고루 석회고토를 뿌려주는데, 산성 토양을 좋아하는 감자나 고구마 밭은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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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집에 가서 공작단풍 접수를 몇 개 잘라왔다.©윤용진

전지도 해야 한다. 큰 과수원은 일거리가 많으니 한겨울에 전지를 시작한다. 하지만 일의 양이 많지 않다면 급하게 전지를 할 필요는 없다. 가지를 잘라낸 나무는 냉해를 입기 쉬우니까. 따라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2월 말이나 3월 초순에 전지를 하는 게 안전하다. 우리 집도 2월 말이 되어야 전지를 시작한다. 그까짓 전지작업이야 하루 이틀이면 다 끝나니까.

얼마 전 공작단풍 접수(접목하기 위해 잘라낸 가지)를 가지러 동생 집에 다녀왔다. 작년에 사다 심은 공작단풍 가지가 앙상하게 몇 개만 남아있다. 그나마 죽지 않고 버텨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공작단풍나무는 일반 단풍나무에 공작단풍가지를 접목해서 만드는데, 접수는 나무에 물이 오르기 전에(1월 중순~2월 중순) 미리 채취해야 한다. 접목 시기는 일반적으로 3월 초순이지만, 단풍나무처럼 수액이 많은 나무는 4월 중순 이후에 하는 게 좋다. 잎이 어느 정도 발생해 수액의 흐름이 안정된 후에 접목하면 활착이 잘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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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공작단풍. 늘어진 가지가 공작단풍이고 위로 뻗은 건 일반단풍이다.©윤용진

아직도 추운 날씨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려니 답답하다. 쌓인 눈이 다 녹지도 않았는데, 하늘이 흐리고 또 눈발이 날린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가니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풀이 무성한 여름에는 풀 깎을 걱정 없는 겨울을 그리워하고, 막상 겨울이 되면 온통 초록빛인 여름을 그리워하니 말이다.

텃밭에서 땀 흘리며 일을 할 때면 행복해진다. 복잡한 세상일을 모두 잊은 채, 작은 생명들을 키워낸다. 머지않아 마당에는 예쁜 꽃들이 활짝 피고 반가운 새소리도 들려오겠지. 벌써부터 텃밭에 퍼지는 은근한 흙내가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이제 나도 농사꾼이 다 되었나 보다.

나는 오늘도 텃밭을 서성이며 봄을 기다린다.

▼윤용진 작가의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를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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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

저자
윤용진
출판
W미디어
발매
2022.03.19.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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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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