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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생일선물을 받았다…내 생일과 반년 남은 아내생일을 퉁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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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진의 귀촌일기 98]

생일선물을 미리 받았다

내 생일이 다가오니 고민이 많다. 나 말고 우리 집 식구들이. 예전에는 생일이 되어도 무덤덤하더니만 언제부턴가는 꼬박꼬박 생일을 챙기고 있으니 고민이 되나 보다. 그렇다고 내가 그리 유별을 떠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생일을 챙긴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예전에는 생일이라고 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생일이야 해마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거고,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어차피 내 주머닛돈으로 사주는 선물이었다. 그런 선물이니 받아도 그만, 받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백수가 된 지금은 절대로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앞으로 내 생일이 몇 번이나 오겠냐?”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식구들도 할 말이 없어진다. 내 하는 짓을 보면 아직도 창창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앞날을 알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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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이라고 찾아 올 사람도 없지만…구정 첫날부터 폭설이 내렸다. ©윤용진

돌이켜보면 난 어려서부터 생일음식을 얻어먹곤 했다. 내 생일이 구정 지나고 며칠 후인지라 남겨둔 명절음식을 생일날 내놓곤 했으니까. 생일선물도 꼬박꼬박 받긴 했다. 3월이면 학교가 시작되니 어차피 사 주어야 할 가방이며 연필, 노트 등을 선물로 받았다.

그 때는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그랬다지만, 형편이 좀 나아졌을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받은 선물이라고는 와이셔츠나 넥타이들뿐이니까. 아! 생일이면 케익도 받았다. 나는 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큼직한 케익을 사왔다. 그리고는 내가 겨우 한 조각을 먹는 동안 식구들이 다 해치우곤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억울하고 치사한 일이다.

“그러는 당신은 무슨 선물을 사줬는데?”라고 아내가 따지고 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아내 생일이면 꼬박꼬박 화장품을 선물로 사주었고, 아들 생일에는 책도 사주고 학용품도 사주곤 했으니까. 우리 식구들은 생일날 선물을 받으면 한숨부터 쉬었다.

한 동안은 아예 생일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했다.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는 선물로 고민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막상 생일을 그냥 보내려니 뭔가 아쉬워졌다. 그래서 식구들과 둘러앉아 다시 의논을 했다.

“생일인데 그냥 지내려니 너무 서운한 것 같다. 우리 집도 다시 생일선물을 주고받는 게 어떨까?” 식구들이 다들 좋다고 아우성이다. “좋아! 다들 찬성이면 앞으로는 생일선물을 주고받기로 하자. 제일먼저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빠부터 선물을 받아야겠다!” “아빠, 생일 되려면 아직 석 달이나 남았는데요?” 기가 막힌 듯이 아들이 말을 했다. “뭐 어때? 조금 당겨서 받는 건데!” 그렇게 우겨서 갖고 싶었던 목공용 끌을 선물로 받았고, 등산화도 받았고, 충전 드라이브도 받았다. 그런데 아내와 아들은 생일이 되면 내가 사주는 선물대신 현찰로 내 놓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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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목공용 끌을 받았다. 목공작업을 하다 보면 꽤나 써 먹을 데가 많다. ©윤용진

“올해는 뭘 사달라고 할까?”이젠 공구도 필요 없고,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다. 건강식품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일 년 전 받은 홍삼 진액도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으니까. 그렇다고 맛있는 것 사달라는 것도 내 뱃살을 생각하면 안 될 말이다. 겨울철이 되어 활동량이 줄어드니 늘어나는 건 몸무게뿐이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항상 빼먹지 않고 듣는 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몸무게는 좀 빼세요. 몇 kg만 줄여도 몸이 확 달라질걸요!” 그러면 나는 “아, 그래야죠!”라고 공손하게 대답을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아무리 먹고 싶은 것을 참아도 저울눈금이 가늘게 흔들릴 뿐이니까.

시골에서는 운동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눈이 오면 치워주지도 않고, 한 번 온 눈은 잘 녹지도 않는다. 그런 눈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디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또 요즘 독감이 유행한다던데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우리 집 주위에는 실내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장도 없다. 물론 있다 해도 내가 돈 내고 갈 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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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내 생일이라고 운동기구 ‘스테어 클라이머’를 선사했다. ©윤용진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전시된 운동기구를 봤다. ‘스테어 클라이머 (stair climber)!’소위 ‘스텝퍼’의 최신 모델인 것 같다. 한 번 해봤더니 제법 쓸 만해 보인다. 저 운동기구만 있으면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여름날에도 집안에서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구입했던 운동기구를 빨래걸이로 사용했던 아픈 기억도 있지만, 시골에 살고 있는 지금은 다를 것이다.

생일 선물로 운동기구를 사달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가격이 제법 비싸다. 나도 양심이 있으니 무턱대고 아들 녀석 등쳐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금액 절반은 내가 낸다고 할까? 그런데 무슨 생일 선물을 반반씩 돈을 내고 사냐?​

그러다가 문득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내를 꼬드겼다. “저 운동기구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지 않아? 추운 날에도 집안에서 운동할 수 있고!” 영문도 모르고 아내가 좋다고 한다. “올해 우리 생일 합쳐서 저 운동기구 사 달라고 할까?”​ “엥?”

아들에게 제안을 했다. “올해 엄마 아빠 생일선물 합쳐서 ‘스테어 클라이머’를 사주면 어떻겠냐? 그거 하나면 충분하거든!” “정말 그래도 돼요?” 미심쩍은 듯 아들이 질문을 했다. “엄마도 동의했어!” 아내는 뒤에서 소태를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년 가을, 친구들과 혼자서만 유럽여행을 다녀왔으니 올해 생일은 포기하고 어쩔 수없이 동의해 준 것 같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일과 아직 반년은 남은 아내 생일을 퉁쳐서 운동기구를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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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지만, 올 겨울엔 따뜻한 실내에서 운동을 할수 있게 됐다. ©윤용진

구정 연휴기간동안 폭설이 내렸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덕분에 ​거실 한구석에 운동기구를 펼쳐놓고 수시로 올라가서 운동을 한다. 운동기구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고, 10분만해도 땀이 나고 다리가 묵직해진다. 오랜만에 제법 그럴듯한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히죽거린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이야 신이 나서 운동을 한다지만 금방 싫증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꾸준히 해 온 운동이 단 한 가지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 예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한다. 나이 들어서는 건강이 최고이니까. 이번에는 확실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설사 내가 싫증을 느낀다 해도 아내라도 열심히 운동을 하겠지. 올해 생일 퉁 친 것을 지금도 억울해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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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

저자
윤용진
출판
W미디어
발매
2022.03.19.

글·사진=윤용진(농부·작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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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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