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로 가기 위해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거쳐 가는 여행객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냥 가기는 무언가 아쉬운 도하에서의 단 하루. 어디 갈까?
오래된 시장의 풍요, 수크 와키프 Souq waqif
도하 시내를 드라이브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사막은 사라진다. “저 건물은 어떻게 지었을까?” 싶은 갖가지 기묘한 형상의 마천루와 럭셔리한 쇼핑몰 사이를 쉴 새 없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런 SF적 풍경에서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곳이 그리워진다면 수크 와키프로 갈 것을 추천한다. 여행객들에게는 역시 외국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통시장이 가장 친근하고 궁금한 곳이기도 하다.
이따금씩, 전통복장을 입고 앉아 물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어른들의 모습마저 정겨운 도하의 올드마켓, 수크 와키프는 매 시장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수크 와키프는 도하에서 가장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작은 마을처럼 그 모습을 지키며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살을 찌르는 것 같은 태양을 피해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빼곡하게 들어선 상점들이 시장분위기를 마음껏 선사한다.
전통수공예품을 비롯해 아랍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각종 장식품과 식재료, 생활용품 등이 진열된 모습이 삶의 풍요를 느끼게 해준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거나 값비싼 향신료와 찻잎, 각종 약초들 앞에서는 종종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시장 안을 다니다보면 어느새 두 손에 아랍이 들려져있다. 카페와 식당에 들러 쉬어가는 것도 수크 와키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매 시장과 병원
태어나서 처음 듣고 보는 ‘매 시장’이 수크 와키프 근방에 있다. 초원, 사막 등에서 매를 길러 사냥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매를 보통 물건처럼 사고파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기는 곳이다.
카타르 사람들에게 매는 무척 특별한 동물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과거 이곳 사람들은 사막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매를 길들이고 토끼와 비둘기 등을 사냥해서 식량 문제를 해결했다. 매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국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매는 그들 사회에서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 이런 전통 때문에 현대의 아랍인들은 그들의 고유한 전통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매를 기른다고 한다. 그만큼 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일들이 이곳 매 시장과 병원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매 상점에 들어섰다. 크고 작은 매가 가지런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매들. 혹여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가게 상인의 두 눈에는 애정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 매를 위한 각종 용품들도 함께 진열되어 판매 중이다. 매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유명인들의 사진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 속에서 매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 새삼 다시 한 번 느낀다.
매를 사고파는 시장이 도심 속에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곳은 매 전문병원이었다. 출입구에 오직 매만 입장 가능한 전용 도로가 마련되어 있고, 매 전용 의자와 저울, 체혈병 등 사람들만 쓰는 줄 알았던 여러 기구들이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검사실, 입원실, 수술실 등 여러 시설들이 사람들을 치료하는 웬만한 종합병원 못지않게 갖춰져 있다. 한쪽에는 털이 빠졌을 때 갈아줄 깃털의 콜렉션이 명품숍의 값비싼 제품들이 모셔지듯 도도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다.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매의 세계. 과연 이 매들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가격은 얼마나 할까? 사실 이 곳에서는 억대를 호가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는 매도 있다고 한다. 매 주인들은 대부분 카타르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카타르 정통 혈통들과 귀족들이라고 한다. 매가 상류층들의 자기과시를 위한 수단으로서 그들만의 세계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었던 것. 매와 함께 먼 여행을 떠날 때는 매를 위한 별도의 비행기 좌석도 함께 구매하는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다.
럭셔리의 끝판왕, 인공 섬 ‘더 펄The Pearl’
카타르 도하, 세계 최고 부국의 수도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을 찾아갔다. 가이드가 데려간 곳은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섬 ‘더 펄 The Pearl’이었다.
높고 고급스러운 건물들 사이를 빠져 나가면 수많은 요트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선착장이 나타난다. 둥근 원을 그린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더 펄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마치 우주인들과의 비밀스러운 왕래가 이루어지는 우주정거장은 아닐까’ 싶은 그곳에는 세상의 명품과 사치품 매장들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다. 이곳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요트와 빌딩마다 들어서 있는 명품 브랜드숍과 고급 레스토랑들은 그들의 흥미를 돋아줄 놀이터들이다. 더 펄의 아름다움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는 방법은 역시 하늘에서 감상하는 것. 도하를 오가는 하늘길, 창가 좌석을 앉아도 나쁘지 않은 이유다.
거침없는 사막 질주, 사막 사파리투어
‘도하에서 사막 사파리투어를 하지 않았다면 도하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감히 주장 하고 싶어지는 사막 사파리투어는 ‘도하여행의 꽃’이라고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액티비티였다. 사파리투어는 원하는 시간과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오전에 시티투어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여유롭게 사막으로 향하면 조금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막에서 완벽한 선셋을 감상할 수 있으니 그 시간에 맞춰 투어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투어가 시작 되고 도로 위를 달리던 4×4 차량은 사막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타이어의 공기를 살짝 빼고 사막을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몰려든 차량들이 줄을 지어 사막 위를 달리면서 속력은 점점 높아진다. 무려 120km/h를 오가는 속도로 모래 위를 내달리던 차량은 내리막에서는 더욱 속도를 올려 바닥을 향해 달려간다. 무려 60미터의 언덕. 모래가 이끄는 대로 차량은 휘청거리지만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으로 드라이버는 중심을 잡으며 완벽하게 사막쇼를 마무리한다. 차 안에 가득했던 비명소리의 끝에서 심장의 떨림이 기분 좋게 찾아든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매우 낭만적이다. 사막과 바다의 절묘한 만남 앞에 새빨갛게 익은 둥근 태양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보아 온 태양 중에 가장 크고 둥근 태양이 조금씩 조금씩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던 순간. 마치 태양 바로 옆 새로운 행성에 와있는 것만 같다. 투어를 온 여행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더욱 뜨겁게 타오른 태양. 하지만 그 순간, 카타르의 더위는 더 이상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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